June 18,2019

블록체인으로 폐기농산물 재발견

첨단시스템, 버려진 농산물 염가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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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테크(AgriTech)’란 용어가 있다.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이란 단어를 합친 말 그대로 인류의 먹거리를 책임질 농업 관련 기술을 총칭하는 말이다.

농업이 거대한 산업인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기술이 탄생하고 있지만 아직도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음식물 쓰레기(food waste)’ 문제다. 이는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데 최근 블록체인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와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이 블록체인 방식으로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아무 분야에나 블록체인을 갖다 붙인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체 농산물 중 30~40%에 이르는 폐기 농산물을 재활용하기 위해 블록체인 등 첨단 농업테크가 투입되고 있다. 사진은 미국에서 폐기 농산물 재활용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헝그리 하베스트 사이트.  ⓒhungryharvest.net

전체 농산물 중 30~40%에 이르는 폐기 농산물을 재활용하기 위해 블록체인 등 첨단 농업테크가 투입되고 있다. 사진은 미국에서 폐기 농산물 재활용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헝그리 하베스트 사이트. ⓒhungryharvest.net

외모 때문에 폐기된 농산물 다시 되살려

1일 ‘포브스’ 지에 따르면 블록체인 논쟁을 불러일으킨 곳은 헝그리 하베스트(Hungry Harvest)란 기업이다.

미국 볼티모어 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 농업테크 기업은 첨단 시스템을 통해 농산물 생산‧거래 현장에서 버려지는 과잉 생산물을 파악한 후 재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농산물 동향을 추적할 수 있는 데이터 시스템이다. 최근 들어서는 시스템 보강을 위해 블록체인을 도입하고 있는데 그 성공 여부를 놓고 농업테크 관련 과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헝그리 하베스트는 농업 분야의 일종의 사회적 기업이다. 설립자인 에반 러츠(Evan Lutz) CEO는 “농장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포장하는 과정, 제품화된 농산물을 도‧소매 센터에서 판매하는 과정 등에서 크고 작은 결함 때문에 수많은 농산물이 버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폐기되는 농산물을 보면 너무 못생겼다거나 색깔이 예쁘지 않다는 등의 사소한 이유 때문에 버려지고 있었다”며 “헝그리 하베스트에서는 외모 때문에 버려지는 이들 농산물을 구제하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츠 CEO는 “미국 내 농산물 생산‧포장‧도매‧소매 과정에서 사소한 이유 때문에 버려지고 있는 농산물 양이 연평균 182억 kg에 달한다”며 “이 막대한 양의 폐기물을 다시 분류해 소비자들에게 염가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헝그리 하베스트의 철저한 데이터 관리를 통한 농산물 수거 방식이다. 이 기업에서는 농산물 공급서부터 가공, 유통, 소비에 이르는 거대한 물류시스템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데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그야말로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헝그리 하베스트는 언제, 어떤 농장과 포장시설, 도‧소매 업체 등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농산물이 생산‧포장‧거래됐으며, 그중 어느 정도의 농산물이 폐기되고 있고, 폐기를 앞둔 농산물을 얼마에 구입해 얼마에 팔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량 예측이다. 얼마나 많은 양의 농산물을 재가공해 얼마나 많은 양의 재가공품을 얼마의 가격에 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일인데, 헝그리 하베스트는 자체 분석 시스템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블록체인으로 소통 문제 해결할 수 있어”

헝그리 하베스트에서는 현재 이 예측 시스템을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인 ‘마젠토(Magento)’ 전산시스템과 연결해 농산물 공급자와 소비자의 동향을 면밀히 체크, 이를 통해 미국 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염가의 농산물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처음에 볼티모어 시에서 시작했던 이 농산물 재활용 사업이 지금은 워싱톤, 필라델피아, 사우스 플로리다, 디트로이트, 그리고 노스 캐롤라이나 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헝그리 하베스트의 예측 시스템은 철저하게 현장 중심이다. 소비자의 농산물 포장상자를 다시 사들이면서 소비 예측 물량을 파악하는 식이다. 그러나 일일이 그 움직임을 파악하는 만큼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블록체인은 현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무기가 되고 있다. 러츠 CEO는 “농산물 재활용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도입할 경우 매우 투명한 단계에서 물량 변화를 예측할 수 있어 폐기된 농산물 재활용 사업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노령층인 농업인들이 첨단 기능을 지닌 이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데이터 교환을 놓고 지금도 많은 농업인과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는데 블록체인을 가동할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고 있는 통신 시스템 역시 심각한 난제다. 광대한 지역에서 농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통신선이 깔리지 않은 지역의 경우 현재 공중전화를 통해 데이터를 교환하고 있는 중이다.

이밖에 농산물 경작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날씨를 살피는 일, 수시로 변하는 농산물 거래 가격 등을 분석해 미래 거래상황을 예측하는 일 등 다양한 분석 과정이 남아 있다.

러츠 CEO는 “그러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이 모든 데이터를 종합해 유기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예측이 가능하고, 또한 불규칙하게 쏟아져 나오는 농산물 폐기량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헝그리 하베스트에서는 현재 ‘어떤 농산물도 낭비되어서는 안 되고 어떤 사람도 굶주리면 안 된다고 믿는다. 우리는 그 믿음이 현실이 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란 슬로건을 내걸고 많은 지역에서 막대한 양의 물량을 수거하고 있는 중이다.

러츠 CEO의 말대로 이 거대한 시스템에 블록체인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농업테크에 관여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 정부 역시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미 농림부에 따르면 매년 생산돼 식품으로 공급되고 있는 물량의 30~40%가 폐기물로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1610억 달러에 달하는 물량이다.

미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2억 달러를 투입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농산물 폐기문제가 국가적 난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헝그리 하베스트의 블록체인 도입이 더욱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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