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26,2018

과기계, 연구윤리 강화 자구책 모색

“연구윤리 확립, 개인 아닌 시스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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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과학기술 연구윤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많은 연구자들이 해외 부실학회인 와셋(WASET), 오믹스(OMICS) 등에 참가한다는 명목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김진수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이 유전자가위 특허기술을 빼돌렸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과학기술계가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

12일 '연구윤리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연구윤리 대토론회가 열렸다.

12일 ‘연구윤리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연구윤리 대토론회가 열렸다. ⓒ김순강/ ScienceTimes

이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는 ‘연구윤리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지난 12일 한국과학기술회관 지하1층 대회의실에서 연구윤리 대토론회를 열었다.

김명자 과총 회장은 인사말에서 “연구윤리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관심을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연구윤리 전문가 포럼을 구성했다”며 “연구윤리 관련 현안을 파악하면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어 “때로는 왜곡된 정보로 인해 연구자 개인은 물론 관련 연구 분야가 침체되는 불행한 사태가 초래되기도 하기 때문에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학술활동에서의 연구윤리 정착을 위해서 학회 차원의 자구적 노력과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연구윤리, 과기계와 일반인의 시각차가 문제

그렇다면 최근 연구윤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엄창섭 대학연구윤리협의회 회장은 그 이유가 연구윤리를 바라보는 시각차에 있다고 봤다.

그는 “과학계와 연구계는 ‘규정에 어긋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생각으로 ‘부정행위’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비해 언론과 일반인들은 ‘공적자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연구비 사용 인물이 전문적인 자격을 갖췄는지’ 등 과학연구의 사회적 가치에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연구윤리란 ‘연구의 계획, 수행, 보고와 같은 연구의 전 과정에서 책임있는 태도로 바람직한 연구를 추진하기 위해 지켜야 할 윤리적 원칙’이다.

그런데 이것을 과학기술계에서는 ‘논문 표절과 위‧변조, 비윤리적 연구‧출판 등이 문제’라는 ‘관습윤리’에 의존해 바라보고, 일반인들은 ‘연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사회 일반이 공감할 수 있는 ‘감성윤리’에 의존해 바라보기에 많은 차이가 난다는 분석이다.

엄창섭 회장이 '연구윤리란 무엇인가'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엄창섭 회장이 ‘연구윤리란 무엇인가’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김순강/ ScienceTimes

이런 시각차는 연구윤리에 대한 더 큰 차이를 야기하고 있다.

과학계와 연구계는 ‘연구는 자율적 관리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언론과 일반인은 ‘연구는 타율적 통제 대상’으로 주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엄 회장은 “때문에 과학기술계 스스로가 변화되는 사회적 시각에 맞게 새로운 연구윤리 기준을 제시하고 정착시키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연구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연구실에서의 연구윤리는 어떨까.

장경수 한국연구재단 정책연구혁신센터장은 “연구실은 연구윤리가 처음으로 형성되는 곳이다. 때문에 연구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청년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연구윤리 범주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열정 페이형, 워라밸 파괴형, 무관심‧방임형, 교수재량 남용형, 인격무시 강압형, 연구윤리 위반형, 과도한 잡무 요구형 등이 연구현장의 윤리 관련 이슈로 분석됐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 내 연구윤리센터 설치하고 질 중심의 평가지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엄격한 책임 부여, 학회 차원의 연구문화 정립 노력 등도 개선점으로 거론됐다.

연구 최전선 연구실부터 연구윤리 교육해야

장 센터장은 이어 “사회적으로 연구자에게 전문적인 지식만큼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연구자 자치규범’을 담은 책을 발간해 연구자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동시에 정례적인 교육을 통해 연구윤리 체득을 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희윤 원장이 '글로벌 허위 학술출판과 주요 이슈의 대응사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최희윤 원장이 ‘글로벌 허위 학술출판과 주요 이슈의 대응사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김순강/ ScienceTimes

그렇다면 이번 와셋 사태처럼 연구자를 현혹하는 허위 학술출판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최희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원장은 해외 대응사례를 소개했다.

최 원장은 “미국연방거래위원회는 ‘논문게재료 부과’ 및 ‘잘못된 학술지 정보로 연구자와 학자를 기만한 혐의’로 오믹스를 기소, 지난해에 서비스 예비 금지판결을 이끌어냈다. 또 미국 국립보건원은 올해 연구자들에게 허위 학술지 투고 방지를 위한 국제지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다른 국가들의 사례도 소개했다.

헬름홀츠협회는 올해 허위 학술 출판사에 대한 법적 대응 필요성을 제기했고, 독일연구협회는 철저한 조사 및 성실 연구 권고안을 개정했다.

중국은 올 5월에 불량 학술지 목록을 관리하고, 이러한 학술지에 투고하는 연구자들에게 경고 및 평가를 불인정하는 등 연구개혁안을 발표했다.

최 원장은 “2010년부터 4년 동안 허위 학술지가 4배로, 허위 논문이 8배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개인 연구자가 그 실체를 모두 확인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눈문을 투고하기 전에 참고할 수 있는 국제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도 학술정보안전센터(가칭)을 만들어 신뢰할만한 학술지와 학술회의 목록을 통합적으로 수집, 관리하고 허위 학술 커뮤니케이션의 위험성을 알리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윤리 컨트롤 기구 필요해

황은성 서울시립대 교수는 연구기관과 정부에 연구윤리 컨트롤 기구(Institutional Research Integrity Board)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황 교수는 “연구기관 내부의 컨트롤 기구는 독립적으로 연구진실성조사를 수행하고, 구성원들의 실수 예방에 필요한 정보와 가이드 라인을 제공하며, 연구윤리 교육을 실시하는 등 연구 관련 옴부즈맨 기능을 담당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정부의 컨트롤 기구(Central committee for Research Integrity)에 대해서는 “연구진실성과 관련된 국제 정보 교류, 연구 관련 트렌드 예측과 대책 개발, IRIB와 학회에 정부와 교육자료 제공, IRIB 요원 교육, 기관과 학회의 고충 사안에 대한 자문 등을 담당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연구윤리를 둘러싼 열띤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 김순강 / ScienceTimes

연구윤리를 둘러싼 열띤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 김순강 / ScienceTimes

한편 이날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연구윤리 문제를 빌미로 규제를 양산해 연구자들의 창의적 연구를 막아서는 안된다”라는 의견들이 제기됐다.

김승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기획정책담당 부원장은 “개인적으로 김진수 단장은 억울한 케이스로 본다”며 “국가 연구비를 받아 해당 분야에서 연구성과를 낸 것으로 충분히 연구비 지원 목표가 달성된 것이기 때문에 연구결과로 회사를 세우고 그것이 성장했다고 해서 수천억 원대를 횡령했다고 매도하진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원장은 이어  “이런 일로 세계적인 과학자를 상처 입히고, 해당분야 연구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고 피력했다.

김진두 한국과학기자협회 회장도 “언론의 특성상 일단 이슈화가 되면 문제가 사실이든 아니든 연구자는 윤리적으로 나쁜 사람이 되고, 과학기술계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사태를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경고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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