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07,2019

우리 은하, 한 번 죽었다가 살아나

50억년 간 죽음과 같은 휴지기 겪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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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천문학의 연구대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거의 알려지지 않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탐구하는가 하면, 우주의 발달과정에 대한 연구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런데 우주 발달과정 연구 중 특이한 가설이 하나 있다. 은하가 일정한 속도로 발달한 것이 아니라 중간에 한 번 죽음과 같은 수십 억 년의 휴지기를 가졌다는 가설이다.

이 가설을 바탕으로 우리 은하(Milky Way)에 대한 아주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우리 은하가 아주 오래 전 한 번 죽었으며, 지금 인간이 사는 우리 은하는 그 후 다시 태어난 ‘2번째 버전’이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우리 은하의 진화를 연구해 온 일본 도호쿠 대학교(Tohoku University)의 노구치 마사푸미(Masafumi Noguchi) 박사는 이같이 대담한 주장을 네이처(Nature) 저널에 발표했다.

우리 은하 ⓒ ESO

우리 은하 ⓒ ESO

노구치 박사는 “우리 은하는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드라마 같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 은하의 별들은 서로 다른 두 번의 시기에, 서로 다른 메커니즘에 의해서 태어났다. 노구치 박사는 “이렇게 서로 다른 두 기간 사이 별의 형성이 중단된 휴지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생성 시기 따라 별의 성분 차이

노구치 박사는 “우리 은하는 죽음과 같은 ‘암흑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암흑시기가 있었음을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며  “암흑시기 때문에 생명이 나타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은하의 역사는 별들의 성분 배합을 분석하면 알 수 있다. 별들은 별을 형성하는 원료 역할을 한 가스의 성분 구성을 이어받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별들은 그들이 형성된 시기의 가스에 있는 성분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태양계 이웃에는 서로 다른 구성을 가진 두 그룹의 별들이 있다. 하나는 산소나 마그네슘, 실리콘 같은 알파 성분이 풍부하다. 다른 그룹은 철이 풍부하다. 최근 파리천문대 미샤 헤이우드(Misha Haywood) 박사의 관찰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은하의 아주 넓은 지역에 널리 퍼져있다. 이 같이 별의 성분이 양분되는 기원은 지금까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노구치 박사가 제시한 모델은 이렇게 오래된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제공한다.

우리 은하의 역사에 대한 그의 묘사는 차가운 가스 흐름이 은하 안으로 흘러들어가는 100억년 전 시점에서 시작한다. 별들은 이 가스에서 형성된다. 노구치 박사는 이를 ‘냉류응집’ (cold flow accretion)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기에 가스는 아주 짧게 생존하던 II형 초신성의 폭발에 의해 노출된 알파 성분을 포함하기 시작한다. 이 같은 1세대 별들은 그러므로 알파 요소가 풍부하다.

그리고 약 30억 년 후에 큰 사건이 벌어진다. 지금으로부터 70억 년 전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 은하에 충격파가 나타나 가스가 우리 은하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멈추면서 별들이 형성되기를 중지한 것이다.

노구치 박사는 이 시기에 오랫동안 생존한 Ia형 초신성의 폭발이 가스 안에 철을 주입시켜 가스의 구성 요소를 변화시켰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가스가 복사하면서 냉각되던 50억 년 전 가스는 은하안으로 다시 흘러들어갔다. 이것이 철이 풍부한 2세대 별을 만들었는데 이 중에는 태양도 있다.

결국 노구치 박사의 주장을 요약하면, 우리 은하가 70억년 전 휴지기에 들어가 20억년 동안 죽은 상태로 있다가 50억 년 전에 다시 살아나서 두 번째 버전을 지나왔다는 것이다.

노구치 박사는 또 과거 수십 억 년 전에 발생했던 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 사이의 충돌은 미래에도 발생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 시기는 약 40억년 뒤다.

두 은하가 서로 합쳐질 때 야기될 중력의 혼란은 별들을 궤도 바깥으로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불행한 별들은 소멸될 수도 있다.

우리 은하의 탄생과정. ⓒ Tohoku University

우리 은하의 탄생과정. ⓒ Tohoku University

다행히 우리들이 속한 태양계는 아마도 이 과정에서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가스가 식는 ‘냉류응집’으로 별 탄생

다분히 파격적인 이론이지만, 많은 천문학자들이 이에 동의하며 비슷한 가설을 내놓고 있다.

히브리 대학(Hebrew University)의 아비샤이 데켈(Avishai Dekel) 박사는 별 생성에 대한 ‘냉류응집’ 가설을, 동 대학의 유발 비른보임(Yuval Birnboim) 박사는 많은 은하들이 두 단계에 걸쳐 형성됐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우리 은하의 3개 지역에 대한 분석 ⓒ Tohoku University

우리 은하의 3개 지역에 대한 분석 ⓒ Tohoku University

이들은 우리 은하나 안드로메다 성운처럼 거대한 나선형 은하들은 별이 두 번에 걸쳐 나눠 형성되며, 그 중간에 죽음 같은 휴지기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서 작은 왜소 은하들은 별들을 계속해서 만들었다는 것이 많은 천문학자들의 주장이다.

만약 이같은 가설이 인정된다면 두 종류의 별 생성 모델이 여러 은하의 탄생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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