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6,2019

“코팅하면 과일 신선도 증가”

유통기한 2배 늘어나… KAIST도 나노코팅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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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과일과 채소들의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들 과채류는 대부분이 신선식품들이어서 운송과 보관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쉽게 상할 수 있다.

만약 상하지 않았더라도 유통기한이 지난 과채류들은 안전상의 이유로 버려지기 일쑤다.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들이 미국의 경우 무려 20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소비자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과채류들의 유통기한을 근본적으로 연장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돼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의 한 스타트업 기업이 개발한 ‘식용코팅제(Edible Coating)’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들어 과채류들의 유통기한을 근본적으로 연장시킬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최근 들어 과채류들의 유통기한을 근본적으로 연장시킬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 Apeel Sciences

과채류에서 추출한 지질을 활용하여 코팅제 개발

호주의 생활과학 전문 매체인 테클리(Techly)는 어필사이언스(Apeel Sciences)라는 상호를 가진 미국의 한 스타트업 기업이 아보카도의 맛을 오래 유지하는 해결책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테클리는 빌게이츠 재단의 후원을 받아 더 유명해진 이 기업이 과채류 쓰레기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처리해 나갈지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관련 기사 링크)

어필사이언스는 미 캘리포니아주에 기반을 둔 식품첨가물 개발 전문 기업이다. 이들은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프로젝트인 식용코팅제 개발을 위해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아보카도(avocado)를 대상으로 삼았다.

풍부한 영양분을 가진 아보카도는 다양한 요리의 재료로 활용되며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과일이다. 하지만 보관 방법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점이 늘 단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실험 대상으로 아보카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어필사이언스 CEO인 제임스 로저스(James Rogers)는 “아보카도는 수확한 뒤에도 숙성이 이어지기 때문에 먹기에 적당한 시점을 구분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라고 밝히며 “익기 전에 껍질을 벗기면 딱딱해서 먹기에 불편하고, 익은 뒤에 껍질을 제거하면 색이 변하고 식감도 별로인 아보카도를 먹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수확 후 23일이 지난 사과의 형태. 우측이 코팅제를 바른 사과다 ⓒ Apeel Sciences

수확 후 23일이 지난 사과의 형태. 우측이 코팅제를 바른 사과다 ⓒ Apeel Sciences

로저스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이 회사가 개발한 식용코팅제는 채소나 과일의 껍질, 또는 씨앗 속에서 추출한 지질(Lipids)로 만든 것이다. 추출한 지질을 분말로 만들고, 분말을 다시 코팅하기 편리하도록 액화시켰다. 따라서 사람이 먹어도 무해한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식품코팅제는 아보카도 표면을 코팅하여 마치 ‘제 2의 껍질’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라고 소개하며 “과일이나 채소 속의 수분을 오래 유지함으로써, 부패를 일으키는 산화 과정을 늦추는 역할을 담당한다”라고 말했다.

식품코팅제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어필사이언스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코팅을 한 아보카도는 그렇지 않은 것보다 신선 기간을 최대 2배까지 더 길게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과채류의 유통기한을 2배로 늘릴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유통업계는 두 가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첫째, 과일을 더 오랫동안 신선 상태로 보관해 먹을 수 있게 되면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

둘째, 유통기한의 증가로 인해 쓰레기가 현저하게 줄어들 수 있다.

이 같은 시각에 대해 로저스 대표는 “우리는 단지 아보카도만를 겨냥하여 식품코팅제를 개발한 것이 아니다. 딸기나 오이 등 다른 과일과 채소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밝히며 “이 기술은 과채류를 생산하는 농가와 유통업자, 그리고 판매업자들이 모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KAIST의 식품코팅제는 폴리페놀 복합체를 기반

한편 아직 상용화는 안됐지만 국내에서도 식품코팅 물질을 개발해 효과를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 바로 KAIST가 개발한 친환경 식품 나노코팅제다.

KAIST 화학과 최인성 교수팀이 개발한 이 식품코팅제는 항산화 작용 기능이 뛰어난 폴리페놀 복합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폴리페놀은 식물의 광합성 대사 과정에서 나오는 천연 물질로서 항균 및 항암 효능이 뛰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식품코팅제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KAIST 문희철 연구원은 “코팅제의 주요 성분인 폴리페놀은 기본적으로 항산화 성질과 보존성을 가지고 있어 과일에 코팅되었을 때 과일을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라고 밝혔다.

코팅한 감귤(우)은 28일 후에도 형태와 품질을 유지한다 ⓒ Apeel Sciences

코팅한 감귤(우)은 28일 후에도 형태와 품질을 유지한다 ⓒ Apeel Sciences

문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친환경 나노코팅 기술은 물질을 코팅용액에 담그는 기존의 침지법에 비해 코팅 시간이 5초 이내로 짧고, 원하는 영역에만 선택적 코팅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귤의 경우 28일 정도를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고, 상하기 쉬운 딸기의 경우도 2.5일 정도를 모양과 품질의 변형 없이 버틸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 외에도 기존 침지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료 변형과 코팅 용액을 통한 오염 등을 막을 수 있는 장점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최 교수는 “앞으로 나노코팅 기술을 과일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질에 활용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라고 밝히며 “예를 들어 신발 밑창의 항균 기능 증진, 안경알을 비롯한 유리에 흐름 방지 기능을 더하는 등 여러 가지 용도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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