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 과학정책
  • 과학기술
과학기술
김준래 객원기자
2018-06-25

"유통기한 표기법, 개선해야" 경제 피해 줄이려면 '소비기한' 표기 권장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두 아이의 엄마이자 직장인인 안 모(38) 씨는 바쁜 업무와 아이들 뒷치닥거리때문에 주말에야 짬을 내서 냉장고 정리를 할 때가 많다. 그렇게 정리를 하다가 유통기한이 하루나 이틀 정도 지난 식품을 발견하게 되면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에 빠진다.

아이들이 어려서 먹거리 위생에 신경을 많이 쓰는 안 씨로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이 찝찝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날씨도 30℃를 웃도는 한 여름 날씨가 지속되다보니 다른 계절보다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냥 버리자니 비싸게 구매한 식품이 아깝고, 죄의식이 느껴지기도 한다. 할 수 없이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언니에게 물어보니 먹어도 된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언니는 “유통기한은 유통업자가 해당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법적 기간이지, 섭취 가능 기간을 표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안 씨를 안심시켰다.

기온이 높아지면서 유통기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연합뉴스
기온이 높아지면서 유통기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연합뉴스

실제로 식품을 소비할 수 있는 기한인 소비기한

본격적인 여름이 찾아오면서 식품의 유통기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가공식품들과 달리 별도의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는 육류제품이나 신선식품의 경우는 유통기한이 지나면 대부분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구매 후 바로 냉장보관을 했다면 유통기한이 하루나 이틀 정도 지났다고 해도 버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유통기한은 말 그대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법적 기간을 의미하는 것이지, 섭취가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보고서도 이 같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뒷받침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식품 제조업체들은 보통 식품 안전기간의 70% 정도를 유통기한으로 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식품이 변질되지 않는 기간이 7~8일 정도라면 그의 70%인 5일 정도를 유통기한으로 정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식품을 소비할 수 있는 기한은 무엇일까. 바로 ‘소비기한’이다. 식품의 특성에 맞게 제대로 보관하면 문제없이 먹을 수 있는 기한인 것이다.

실제로 식품을 소비할 수 있는 기한은 유통기한이 아니라 소비기한이다 ⓒ 서울우유
실제로 식품을 소비할 수 있는 기한은 유통기한이 아니라 소비기한이다 ⓒ 서울우유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3년부터 일부 식품에 대해 소비기한 표기를 권장하고 있다. 다만 유통기한처럼 필수 기재사항이 아니다 보니 대다수 식품제조사들은 제품에 유통기한만을 표기하여 출시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기한을 표기하는 제도는 비교적 오래 전부터 시행되었지만, 유명무실하게 된지 오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소비기한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유통기한에 대한 잘못된 오해로 인하여 그냥 버려지는 식품이 늘면서 경제적 피해가 상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4년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전체 음식물의 1/7이 폐기물로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중 상당수의 폐기물은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식품들인 것으로 환경부는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주요 선진국들은 유통기한보다 소비기한을 식품에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는 소비기한 표기를 식품판매기한과 최상품질기한, 그리고 사용기한 등으로 세분화하여 구분하고 있다.

식품판매기한은 판매를 위해 진열되는 기한을 가리키고, 최상품질기한은 식품이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는 기한을 의미하며, 사용기한은 제품 보존의 최종기한을 가리킨다.

대표 식품들의 평균 소비기한은 숙지하는 것이 필요

일부 식품에 소비기한이 표시되고는 있지만, 사실 소비자가 모든 제품의 소비기한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소비자는 식품을 먹기 전에 맛과 냄새 등을 통해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대표적인 식품들의 평균 소비기한 정도는 숙지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만료된 식품이라도 0~5℃의 냉장 보관상태라면 우유는 최고 50일까지 유지될 수 있고, 계란과 식빵 등은 각각 25일과 20일 정도까지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우유의 유통기한은 평균 9~14일이다. 그러나 개봉하지 않고 바로 냉장고에 보관 중이라면 최장 50일까지 소비기한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소비기한은 남아있다 하더라도 우유팩이 팽창되어 있다면 안에서 부패가 진행되었다는 신호이므로 아깝다 생각하지 말고 버리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우유와 같은 필수식품의 소비기한은 숙지해 둘 필요가 있다 ⓒ 서부발전
우유와 같은 필수식품의 소비기한은 숙지해 둘 필요가 있다 ⓒ 서부발전

또한 계란이나 식빵 같은 필수 식품들의 소비기한도 냉장상태에서는 생각보다 길어진다. 계란은 실온에서는 2~3일이면 부패가 시작되지만, 냉장고 안에서는 최장 25일까지 소비기한이 늘어나게 된다.

만약 재래시에서 게란을 구매하여 유통 기한을 확인할 수 없다면 소금물을 활용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소금물에 계란을 담갔을 때 물 바닥 쪽으로 누울수록 신선한 계란이고,  물위로 떠오를수록 상한 계란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또한 식빵도 냉장보관 상태라면 유통기한이 지난 시점부터 20일 정도까지는 문제없이 섭취할 수 있다. 다만 요즘에는 촉촉한 식감을 높이기 위해 수분함량이 높은 식빵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런 제품들은 곰팡이가 피기 쉽기 때문에 보관 시 주의를 요한다.

이 외에도 치즈는 냉장 상태에서 70일 정도까지 유지될 수 있고, 시리얼은 비닐팩에 담아 밀봉했을 경우 3개월까지 소비기한을 늘릴 수 있다. 햄이나 가공육은 개봉했다 하더라도 냉장보관을 하면 2주 정도까지는 섭취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8-06-25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