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풍으로 고생하고 있는 조 모(53) 씨는 지인의 권유를 받고 한의원을 찾았다. 지인 역시 통풍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다가 한약을 먹은 후 상태가 호전된 터라 조 씨에게 한약을 먹어보라고 권유한 것.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방문해 본 이후 몇 십년 만에 다시 찾은 한의원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수많은 약초와 한약재들로 빼곡이 벽을 채운 서랍장도 별로 보이지 않았고, 약재를 조제하거나 달일 수 있는 시설도 눈에 띄지 않았다.
한약도 바로 가져갈 수 없었다. 진료가 끝난 후 몇일 뒤에 주문한 한약이 파우치에 담겨 택배로 배송되었다. 조 씨는 “한의원에는 한약을 달이는 곳이 없던 것 같은데, 어디서 약을 달인 거지?”라고 궁금해 하다가 퍼뜩 얼마 전에 불량 한약재가 유통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조 씨는 “내가 먹을 한약에도 혹시 불량 한약재가 들어 있으면 어떻게 하지?”라고 의심하면서도 정작 이를 확인해 볼 방법이 없다는 점에 생각이 미치자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9월부터 원외탕전실 인증제도 시행
주위를 둘러보면 조 씨처럼 한약재에 불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 의약 분업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분야이기도 하고, 유통 및 조제 과정도 투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다.
하지만 오는 9월부터는 그런 불신들이 상당 수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한의원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한약을 조제하는 ‘원외탕전실’에 대한 인증제도를 보건복지부가 실시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제도를 실시하는 이유는 한약의 안전성 및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인증제도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소비자들은 한약이 안전하게 조제됐는지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전망이다.
‘원외탕전실’이란 의료법 시행규칙에 의거하여 의료기관 외부에 별도로 설치한 한약 조제시설을 말한다.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탕약과 환제, 그리고 고제 등의 한약을 전문적으로 조제하는 시설로서, 2017년을 기준으로 전국에 98개의 원외탕전실이 운영되고 있다.
이번에 도입되는 원외탕전실 인증제는 탕전시설 및 운영 뿐 아니라, 원료입고부터 보관·조제·포장·배송까지의 전반적인 조제과정을 평가할 수 있어서 한약이 안전하게 조제되는지에 대해 검증할 수 있게 된다.
원외탕전실 인증제는 다시 ‘일반한약’ 조제 원외탕전실과 ‘약침’ 조제 원외탕전실로 구분하여 적용된다. 일반한약은 탕약이나 환제 같은 다양한 한약 제형을 총체적으로 가리키는 것이고, 약침은 한약추출물을 주사기를 통해 경혈(經穴)에 주입하는 치료법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침구치료에 한약을 결합하여 발전시킨 한의요법에서 사용하는 제형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보건복지부의 관계자는 "전국 98개소에 이르는 원외탕전실의 인증제를 실시함으로써 한약 원료 입고부터 보관, 그리고 조제 및 배송까지의 전반적인 조제 과정을 평가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한약 조제와 관련 안전성을 높이는 계기 마련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원외탕전실 인증제도를 살펴보면 일반한약에 대한 인증은 중금속과 잔류농약검사 등 안전성 검사를 마친 한약재를 사용하는지 등을 포함하여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KGMP)’과 ‘식품 및 축산물 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기준을 반영한 139개 기준항목에 의해 평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약침에 대한 인증도 청정구역 설정 및 환경관리, 그리고 멸균 처리공정 등 KGMP에 준하는 항목 등 218개 기준항목에 의해 평가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보건복지부가 평가기준을 강화하는 이유는 의료법 시행규칙에 의거한 한약재의 품질관리기준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한의원 및 한방병원은 중금속 및 잔류농약 검사를 포함하여 품질관리기준에 맞는 규격품 한약재만을 사용하도록 의무화되어 있으나, 그동안 일선 한방의료기관에서 의무기준을 제대로 지키는지에 대해 국민들이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외탕전실 인증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시설 자체뿐만 아니라 한약 조제와 관련된 전 과정의 안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예상하고 있다.
한편 원외탕전실 인증을 신청하고자 하는 의료기관은 오는 8월 15일부터 한약진흥재단 홈페이지(www.nikom.or.kr)를 통하여 접수할 수 있으며, 인증을 위한 의료기관 현장점검은 9월 1일부터 시작된다.
다음은 이번 인증제 시행과 관련하여 실무를 담당한 한약진흥재단의 한라은 연구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원외탕전실이 인증을 받았는지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나?
인증 받은 원외탕전실은 보건복지부 및 한약진흥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된다. 이와 더불어 인증받은 원외탕전실에는 인증마크를 부여하여 해당 원외탕전실을 이용하는 의료기관 및 한약을 이용하는 국민들이 인증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향후 계획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면?
원외탕전실 인증제는 의료기관의 부담 완화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자율 신청제로 시행될 예정이다. 반면에 평가 항목 중 정규항목을 모두 충족한 경우 인증이 부여된다. 원외탕전실 인증 후 유효기간은 3년이지만, 매년 자체 점검과 현장점검을 통해 인증기준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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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6-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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