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종이 인간의 관리에 적응해 진화하다 그런 관리 행위가 급격하게 바뀌면 국지적 멸종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30년 간의 현장 연구 끝에 입증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급속한 기후변화 등 인간의 행위가 생물다양성에 끼치는 장단기적 영향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플리머스대 마이클 싱거(Michael C. Singer) 교수와 카밀 파미잔(Camille Parmesan) 교수는 이런 과정의 사례를 완전한 기록으로 입증하기 위해 30년 이상 수행한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최근호에 발표했다.
북미에 서식하는 대규모의 격리된 한 나비 개체군은 유럽에서 도입된 잡초에 완전히 의존해서 진화했다. 이 잡초가 없어지면 나비들의 존재가 지속되기 어려울 만큼 의존도가 높았다. 실제로 인간이 그 잡초가 더 이상 쓸모가 없다고 생각해 제거하자 이 나비들은 국지적으로 멸종하고 말았다. 이는 같은 저자들이 25년 전인 1993년 ‘네이처’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예측한 그대로였다.
인간이 만드는 생태-진화적인 함정
100여년 전부터 목축이 도입되면서 곤충들이 강제로 곤경에 빠지는 생태-진화적인 함정이 만들어졌다. 이 덫은 인간이 갑자기 목축을 중지하고 소들이 먹는 풀이 사라지면서 나비들을 멸종 상태로 몰아넣었다.
유럽의 보존 생물학자들은 오랫동안 이런 과정이 유럽 전역에 걸친 수많은 국지적 멸종의 근저를 이룬다고 믿어왔으며, 이번 연구는 실시간으로 진행된 그 과정에 대한 최초의 명백한 증거를 제공한다. 이는 또한 북미지역에서의 환경보존 조치로서 목축을 포함해 역사적으로 행해져 온 토지이용 관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예시한다.
저자들은 영국 플리머스대와 미국 텍서스대(오스틴),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Moulis)와 제휴해 에디스 체커스팟(Edith's checkerspot)이라 불리는, 검은 날개에 황갈색 체크무늬 반점이 있는 암어리표범나비(Euphydryas editha)의 먹이 변화를 30년 이상 연구했다. 이 나비들은 미국 네바다주 목장의 산쑥과 소나무숲에 둘러싸인 봄 먹이 목초지에 서식했던 종이다.
저자들은 특히 100여년 전 건초로 쓰기 위해 유럽에서 네바다로 도입돼 소 먹이로 널리 번식된 좁은 입 질경이(narrow-leaved plantain)의 영향을 평가했다.
나비 멸종이 주는 교훈
이 질경이와 나비는 마주치자마자 궁합이 잘 맞았다. 나비 유충은 전통적인 숙주였던 블루아이드 메리(Blue-Eyed Mary, Collinsia parviflora)에서보다 질경이에서 더 잘 살아남았고, 이에 따라 나비 성체들은 질경이에 알 낳기를 선호하도록 진화됐다.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나비들은 100% 질경이에 의존하게 되었고, 블루아이드 메리는 도외시됐다.
그러나 재정적 어려움으로 소 목장이 문을 닫은 지 3년 안에 나비들이 좋아하는 풀들이 더 이상 자라나지 않자 나비들은 국지적으로 멸종되었고, 질경이는 잡초들에 묻혀 결국 이들을 둘러싼 마이크로 환경은 서리를 맞게 되었다. 블루아이드 메리는 목장 소가 없어진 것에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만약 나비들이 질경이의 도입에 맞춰 급속하게 진화하지 않았다면 생존했을 가능성이 높다.
멸종된 지 약 5년 뒤 목초지에서 나비들이 다시 서식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모두 원래의 숙주 식물인 블루아이드 메리에서 먹이를 구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 나비들이 새로운 집단이며, 이전에 수십년 동안 목장 주위에서 살았던 혈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가 큰 파란 나비와 같은 영국의 나비 종에서 나타난 것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이 나비들은 토끼와 양 목축이 줄어들면서 영국 남부지역에서 멸종되었다. 이런 과정을 이해하면 나비들은 다시 성공적으로 도입시킬 수 있다.
“인위적인 급속한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위협”
50년 이상 에디스 체커스팟 나비의 먹이를 연구해 오며 이번 연구를 주도한 싱거 교수는 “이것은 빠르게 진화하는 종들이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인간이 얼마나 더 빨리 그들의 서식지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 명백한 사례”라며, “이는 단지 하나의 고립된 현상이 아니며 따라서 우리가 그런 행동의 잠재적 결과를 알지 못 하면 우리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지도 못 한 채 무심코 토착 종의 멸종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種) 수준의 멸종은 인간 활동이 광범위한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2007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의 주요 공헌자인 파미잔 교수는 이 연구가 농축산에서의 변화 범위를 넘어 잠재적으로 더욱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온난화는 과거의 자연적 변화보다 빠르게 발생하는 인위적 변화의 또다른 형태로서, 진화를 통해 이 변화를 따라잡지 못 하는 종들에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미잔 교수는 “기후 변화가 자연스런 현상이라면 많은 야생 종들은 현재의 진화와 행동 및 생활사에서의 유연한 변화를 통해 적응이 가능하나 인간이 주도하는 기후 변화는 과거 대부분의 주요 기후 변화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생태학자들은 오랫동안 과거의 기후변화로 인한 것보다 더 많은 멸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해 왔고, 이번 연구는 급속한 기후변화가 장단기적으로 생물다양성에 해를 끼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hanbit7@gmail.com
- 저작권자 2018-05-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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