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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성규 객원기자
2018-04-11

머리이식수술 논란, 수면 위로 성공 여부 떠나 윤리적 문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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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에 개봉된 영화 ‘페이스 오프’는 FBI 요원으로 분한 존 트라볼타와 청부 테러범인 니콜라스 케이지가 안면이식수술로 서로의 얼굴을 바꿔 싸우는 내용이다. 주로 총상이나 화상, 종양 등으로 얼굴이 심하게 손상된 사람들이 받는 안면이식수술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40명이 시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안면이식이 아닌 머리 전체를 이식하는 수술이 계획되고 있어 화제다. 즉, 머리 아래로 전신이 마비된 사람의 머리를 신체는 정상이지만 뇌사한 사람에게 이식해 ‘정상적인 한 사람’으로 만드는 개념이다.

이 획기적인 수술을 추진하고 있는 연구진은 이탈리아의 신경외과 전문의인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와 중국 하얼빈의대 신경외과 교수인 렌샤오핑이다. 이들이 추진하고 있는 머리 이식 수술은 ‘헤븐 프로젝트(HEAVEN Project)’로 불린다. 여기서 헤븐은 head anastomosis venture(머리 접합 벤처)의 줄임말이다.

머리 전체를 이식하는 수술인 '헤븐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이탈리아의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
머리 전체를 이식하는 수술인 '헤븐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이탈리아의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 ⓒ 사진 출처 : publichealthwatch

이 프로젝트의 계기는 카나베로 박사가 머리 이식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논문을 2013년에 발표하면서부터였다. 이후 연구진은 쥐, 개, 원숭이 등의 동물을 대상으로 머리 이식 수술을 진행하며 가능성 여부를 연구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이미 죽은 시신에서 머리를 잘라 다른 시신의 몸에 붙이는 수술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카나베로 박사가 베네치아에서 행한 기자회견에 의하면 이 수술은 약 18시간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살아 있는 사람의 머리를 뇌사 판정을 받은 사람의 몸에 이식하는 것이다. 미국 온라인 매체 ‘복스(VOX)’의 최신 기사에 의하면 머리를 제공하는 이는 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이며, 신체를 제공하는 이는 심한 두부외상으로 뇌사했지만 신체엔 상처를 입지 않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수술 시도 자체가 살인?

또한 이 수술은 카나베로 박사의 이탈리아가 아닌 렌샤오핑 교수가 있는 중국에서 행해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는 그런 수술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학계나 과학계에서는 대부분 이 수술이 실패할 것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이 수술의 성공 확률이 너무 낮아 머리 이식 수술의 시도 자체가 살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신체 제공자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중국에서는 처형되는 포로들을 장기이식을 위한 신체 공급원으로 사용하는 문제가 있어 왔기 때문이다.

반면 연구진은 자신들의 성공을 상당히 장담하는 분위기다. 그들은 쥐의 머리를 쥐의 몸에 이식하는 초기 실험에서 60마리의 실험 사례 중 14마리가 36시간 이상 생존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머리 이식 수술을 받은 개와 원숭이들의 경우 수술 후 의식을 회복하고 운동감각도 되찾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그 실험들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와 안전성과 관련된 증거를 공개하지 않았다.

머리 이식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절단한 척수를 연결해 복원시키는 일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척수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절단 방법이 있으며, 절단된 뉴런을 접합시키는 데 적절한 화학물질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역시 연구진의 주장일 뿐 비슷한 연구결과 등이 공개적으로 발표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성공 여부를 떠나 머리 이식 수술에서 지금 가장 문제시되는 건 윤리적 문제다. A라는 사람의 머리와 B라는 사람의 신체를 접합해 탄생한 생명은 과연 A인가 B인가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 문제뿐만 아니라 향후 법적인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만약 B에게 자녀와 배우자가 있다면 이들이 머리 이식 수술에 의해 새로 탄생한 C의 합법적인 자녀와 배우자가 될 수 있을까. 또한 새로 탄생한 C가 만약 병에 걸려 요양원에 입원해야 한다면 그 비용과 책임, 그리고 보험료 적용은 A와 B 중 누구 것으로 해야 되는지도 문제다.

수술 성공해도 면역거부반응 해결해야

머리 이식 수술을 받은 두뇌와 신체가 연결 후에 어떻게 반응해서 자아를 변화시킬지에 대해서도 현대 과학으로선 아직 전혀 밝혀낸 게 없다. 보통은 기억과 감정처럼 자아의 정체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뇌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신체도 인간의 본질적인 감각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좋은 예가 위장계를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신경계 부분인 장신경계(ENS)다. 위장관계의 내벽에 위치한 ENS는 뇌의 1/200의 해당하는 5억 개의 뉴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독립적인 반사활성이 있어 자율신경계와는 다른 별개의 신경계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ENS가 우리의 감정 및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인 마이크로바이옴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개인마다 각자 다른 마이크로바이옴이 사람의 성격 및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만약 헤븐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난다고 해도 문제는 남아 있다. 모든 장기이식수술의 오랜 숙제인 면역거부반응이 그것이다. 인체는 다른 사람의 장기나 신체 부위가 이식될 경우 이를 침입자로 여겨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장기이식수술을 한 사람들은 평생 동안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그런데 강한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긴다. 신체의 전반적인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로 장기간 지낼 경우 암이나 외부로부터의 감염에 취약해진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2005년 세계 최초로 안면이식수술을 받은 프랑스 여성도 수술한 지 11년 후인 2016년에 신체 면역력이 떨어져서 발병한 암으로 인해 사망했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18-04-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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