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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01-19

지구상 동물, 번성 이유는? “지구 환경보다 자체 생물학적 혁명에 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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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양에서 지구상 동물들의 진화에 대한 단서를 발견한다?

종양세포에서 동물 진화의 실마리를 발견한 연구자들이 이를 토대로 약 5억년 전 지구에서 동물 종이 왜 극적으로 다양화되었는지에 대해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이 가설의 핵심은 생물학적 혁신으로서,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생태와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 최근호에 발표됐다.

지구 생물계는 약40억년 동안 미생물이 지배했다. 그러다 갑자기 동물 형태의 다세포 생물체가 생태계 안에 활기차게 등장했다. 동물들이 지구 생성 시기에 비추어 왜 그렇게 늦게 그리고 극적으로 다양화됐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지금까지 뜨거운 논쟁거리가 돼 왔다.

캄브리아기에 지구의 대륙과 해양에서 동물들이 극적으로 다양화하기 시작한 시기의 지구 모습 상상도.  CREDIT: Christopher Scotese
캄브리아기에 지구의 대륙과 해양에서 동물들이 극적으로 다양화하기 시작한 시기의 지구 모습 상상도. CREDIT: Christopher Scotese

‘캄브리아기 폭발’과 산소 증가의 관련성

동물의 다양화는 지질학적으로 짧은 기간에 걸쳐 발생했고, 이는 ‘캄브리아기에서의 폭발적 증가’로 알려져 있다. 많은 지질학자들은 이 ‘캄브리아기 폭발’이 대기 중의 산소 증가에 의해 촉발되었다고 추정해 왔다.

그러나 ‘캄브리아기 폭발’과 대기 중 산소 증가 사이의 인과관계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부족하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의 연구를 보면 ‘캄브리아기 폭발’과 대기 중 산소 증가와의 상관관계는 오히려 더 약화됐다. 예를 들어 캄브리아기 전후에 대기 중 산소의 극적인 변화가 나타났으나 동물의 다양화가 시작된 시기에는 특별히 그렇지가 않다.

더욱이 구조가 간단한 동물들은 산소 요구량이 놀랍도록 적고 따라서 산소가 적은 캄브리아기 이전에도 잘 적응했을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룬드대 중개 암 연구부 지질생물학자이자 남덴마크대 지구진화 노르딕센터 초빙연구원인  엠마 함마룬드(Emma Hammarlund) 박사는 “동물이 다양화하기 시작했을 때 산소가 증가했다는 지질화학적 증거를 찾기 위한 열정적인 탐색이 계속되고 있으나, 수십년 간의 논의를 감안하면 다세포성의 발달을 다른 각도에서 고려하는 것이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 속에 나타나는 생명체와 암석. CREDIT: Emma Hammarlund
사진 속에 나타나는 생명체와 암석. CREDIT: Emma Hammarlund

저산소 환경에서의 다세포생물체

함마룬드 박사는 다세포 생물의 조건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룬드대 실험 의학과의 종양 생물학자인 스벤 폴만(Sven Påhlman) 교수와 접촉했다. 폴만 교수는 거의 20년 동안 저산소증이라 불리는 종양 환경에서의 낮은 산소 농도의 중요성을 연구해 왔다.

함마룬드 박사는 “조직 성장이 산소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하는 측면에서 종양학자들이 매일 관찰하는 것을 배우고 싶었다”며, “종양들은 결국 유감스럽기는 하지만, 다세포성의 성공적인 버전”이라고 설명했다.

룬드대 소아과 종양 생물학자인 크리스토퍼 폰 스테딩크(Kristoffer von Stedingk) 박사를 포함한 연구팀은 종양 생물학 분야의 새로운 단서를 가지고 동물들이 왜 그렇게 늦게 그리고 극적으로 번성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역사적인 의문과 씨름했다.

연구팀은 구체적으로 많은 종양들이 줄기세포의 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분자 도구들이 ‘캄브리아 폭발’에서의 동물들의 번성과 관계가 있는지를 조사했다.

줄기세포 속성을 가진 세포는 모든 다세포 생물체에게 조직 재생을 위해 필수적이다. 예를 들면, 인체 소장 벽에 있는 세포들은 2~4일마다 줄기세포들의 분열을 통해 교체된다.

스벤 폴만 교수는 “저산소증은 일반적으로 좋지 않은 위협으로 여겨지지만, 특정 기간과 환경에서의 산소 부족은 다세포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조직을 형성하는 우리 인체의 줄기세포도 산소에 매우 민감해 산소와 산소 결핍 상태에 모두 대처하는 다양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이는 종양의 경우에도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캄브리아 폭발’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큰 기여를 한 엽족동물인 오파비니아(Opabinia) CREDIT: Wikimedia Commons / Nobu Tamura (http://spinops.blogspot.com)
‘캄브리아 폭발’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큰 기여를 한 엽족동물인 오파비니아(Opabinia) CREDIT: Wikimedia Commons / Nobu Tamura (http://spinops.blogspot.com)

호기 환경에 대한 관점 뒤집어

폴만 교수팀은 줄기세포의 속성을 모방하는 종양 세포의 능력을 연구해, 종양세포들이 어떻게 고농도 산소가 줄기세포 고갈에 미치는 영향을 회피하는 메커니즘을 탈취할 수 있는지를 관찰했다.  결과적으로 종양세포는 인체에 존재하는 고농도 산소 환경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줄기세포의 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 같은 능력은 또한 동물들이 매우 성공적으로 번성하는데 기여한 열쇠의 하나다.

폴만 교수는 “높은 산소 수준에도 불구하고 줄기세포 속성을 유지하는 이른바 ‘의사 저산소증’(pseudohypoxia)은 오늘날 우리 인체의 정상적인 척추 조직에도 존재한다”며, “따라서 호기 환경(oxic setting)에 대한 관점을 뒤집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낮은 산소는 일반적으로 동물세포에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산소가 많은) 호기 환경은 복잡한 다세포성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추가 도구가 없다면 이 같은 호기 환경은 조직을 만드는 줄기세포를 너무 일찍 성숙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캄브리아기 폭발'의 주요 내용들.
'캄브리아기 폭발'의 주요 내용들. CREDIT: Wikimedia Commons

“동물 번성은 자체 생물학적 혁명에 기인”

새로운 가설은 동물의 극적인 다양화가 지구 환경의 화학적 요인보다는 동물 자체 내의 생물학적 혁명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캄브리아 폭발’ 오래 전부터 지구에 ‘충분한’ 산소가 존재하는 환경이었다는 지질생물학적 관측과 일치하는 견해다.

이 가설은 또 동물들이 어떻게 산소가 풍부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능력을 갖게 되었는지와, 암은 산소 환경 틈새에서 살 수 있는 인간 능력의 진화적 결과라는 의미도 함축하고 있다.

암 발병이 일반적으로 진화 과정의 하나로 보일지라도 종양 연구자가 진화적 접근법을 취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마찬가지로 지질생물학 연구에 세포적 관점을 적용하는 것도 흔치 않다. 그러나 함마룬드 박사와 폴만 교수는 자신들의 전문지식을 결합해 연구를 수행한 다음 연구자들이 이전에 호기 환경에서 조직을 재생하는 인체의 역설적인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폴만 교수는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이 가설에 찬성하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러나 일단 호기 환경에 대한 시각을 바꿔 생물학적 혁신을 줄기세포 속성과 조직 재생을 위한 도전으로 간주하기 시작하면 멀리 떨어진 영역에서의 수수께끼 같은 관찰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게 해보면 생각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01-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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