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대기와 바다에 산소가 많지 않다면 우리 인간이나 다른 동물들은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단순한 단세포 생명체에서 고등 생명체로 전환하는데 높은 산소 수준은 과연 얼마나 중요할까?
미국 캘리포니아(버클리)대 지구화학자들은 동물이 생겨나는데 높은 수준의 산소가 반드시 중요하지는 않다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지금부터 5억4000만년~4억2000만년 전에 심해에 용존 산소가 풍부해 지는 국면 전환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런 전환이 오늘날 대기 중에 21%의 산소가 존재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대기 산소량 증가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산소량 증가는 동물이 출현한 뒤 수억 년이 지나서 나타난 것으로 추정되며, 동물들은 그 이전인 지금부터 7억~8억년 전에 나타났다.
UC 버클리대 지구 및 행성 과학자 다니엘 스톨퍼(Daniel Stolper) 조교수는 “(우리의 해석대로) 대기 중 산소 증가에 따라 심해에 산소가 공급된 것은 지구 역사의 맥락에서 볼 때는 꽤 늦은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신진대사에 산소가 필요한 초기 동물의 출현이 오늘날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산소 환경에서 진행됐을 수 있다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톨퍼 교수와 브레닌 켈러(Brenhin Keller) 버클리 지질연대학 센터 박사후과정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인쇄본에 앞서 3일자 온라인판에 미리 발표했다.

25억~23억년 전 지구 산소농도 갑자기 증가
산소는 지구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산소를 호흡하는 유기체를 위해서뿐 아니라 예를 들어 철을 녹슬게 하고, 식물을 태우고 천연가스를 폭발시키는 등 때로는 거칠게도 반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45억년 역사 속에서 바다와 대기의 산소 농도를 추적하는 일은 쉽지 않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지구 생성 후 첫 20억년 동안 산소가 매우 희박했다고 믿고 있다. 그러다 25억~23억년 전 처음으로 산소 농도가 증가했다. 이와 관련한 지질학적 연계관계는 분명하다. 즉, 대기에 노출된 육지의 암석들은 철이 녹스는 것과 유사하게 그 안의 철 성분이 산소와 반응해 산화철을 만들면서 갑자기 붉어지기 시작했다.
지구과학자들은 계산 결과 이 시기에 대기 산소 농도가 처음으로 현재 수준의 10만분의1(0.001%)을 넘어섰지만 대부분 무산소 상태였던 심해에 산소를 공급하기에는 수치가 너무 낮았다고 말한다.
산소 수준과 동물 진화의 관계
약 4억년 전에 화석 숯더미가 처음 나타났다. 이는 대기 중 산소가 자연 발화를 일으킬 만큼 충분한 양인 현대 산소 수준의 50~70% 수준에 도달함으로써, 심해에 산소를 공급할 수 있었다는 것을 가리킨다. 그 전인 지금부터 25억년~4억년 전 사이에 대기 중 산소농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는 확실치 않고 논란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스톨퍼 교수는 “25억년~4억년 전 사이의 대기 중 산소농도 역사를 밝히는 일은 산소가 수많은 지구화학적 및 생물학적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커다란 관심사가 되어왔다”며, “예를 들어 왜 동물이 나타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한가지 설명은 당시의 산소 농도가 처음으로 오늘날의 대기수준과 같은 정도에 접근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설명은, 현대의 대기 산소 수준에 가까운 정도로의 산소량 변화는 산소가 필요했던 우리 선조들의 진화를 위한 환경적 촉진자 역할을 했다는 인과관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일부 연구자들은 산소 수준과 동물 진화 사이에 큰 상관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 중요한 점은 대기 산소 수준이 오늘날과 같은 수준에 근접했을 때를 집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산소 생성이 일어났던 때는 8억년~4억년 전 사이로 추정되며, 동물 기원도 이 시기에 걸쳐 있다.

산소 수준이 두 번째로 바뀐 때는 언제일까
스톨퍼 교수와 켈리 박사는 대기 산소가 심해에 산소를 공급할 만한 수준인 오늘날의 10~50% 정도로 높아진 것은 언제인가를 알아내 지구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찾아내고자 했다. 이들의 접근법은 해저 화산 분출 때 형성된 화성암에서 철의 산화 상태를 관찰하는데 기반을 뒀다. 해저 화산 분출 때는 해저 능선에서 녹은 암석이 터져나와 거대한 현무암류와 베개 모양의 용암덩어리(pillows)들을 만든다.
해저화산 분출 후 바닷물은 용암들 사이를 통해 순환한다. 산소가 풍부한 오늘날 순환하는 해수는 산소를 함유하고 있어 화산 분출로 생성된 현무암을 산화시킨다. 연구진은 산소가 없는 심해에서는 현무암의 산화 상태가 거의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스톨퍼 교수는 “우리 아이디어는 이들 현무암의 산화상태 역사를 연구해 철이 산화하기 시작했을 때를 찾아내고, 그럼으로써 심해에서 언제 처음으로 감지할 수 있을 만한 양의 용존 산소를 함유하게 되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고대 해저 화산 현무암에서 나온 철의 산화상태에 대한 1000개 이상의 공개 측정치를 수집했다. 분석 결과 현무암의 철분은 5억4000만~4억2000만년 전 마그마값과 비례해 유의미하게 산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동물 발생 수억 년이 지난 뒤의 일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가 대기 중 산소농도가 현대 수준으로 상승한 것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이 발견은 대기 및 해양 산소 농도의 모든 역사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스톨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기 중 산소가 심해에 산소를 공급하고 오늘날과 유사한 세계를 창출하기에 충분할 만큼 증가하는 것이 동물의 출현에 필수적이지는 않다는 사실을 나타낸다”며, “더불어 해저 현무암의 기록은 수억~수십억 년 전 심해의 지화학적 상태를 살펴볼 수 있는 새롭고 정량적인 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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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1-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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