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태어나면서 시작하는 행위 중의 하나가 눈맞춤이다. 엄마를 비롯 다른 사람들과의 눈맞춤을 통해 대화를 나누고 이 세상과 유대감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이 눈맞춤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 여부에 따라 아기의 발육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29일 ‘텔레그라프’ 지에 따르면 케임브리지 대학의 과학자들은 이 눈맞춤에 큰 관심을 갖고 뇌파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리고 아기와 부모 등 다른 성인들과의 뇌파 교환을 통해 소통하고 학습하는 능력을 신장시켜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엄마가 아이들과 마음을 소통했을 때 아기들의 엄마와 아기 사이에 심박수가 비슷해지고, 또한 감정 역시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그러나 뇌파를 교환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눈맞춤, 대화 과정에서 아기·성인 뇌파 일치해
이전 연구에서 학생들의 뇌파 교환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케임브리지 대 연구팀은 학생들이 어떤 특정 과제에 공통적인 관심을 갖게 됐을 때 그들 간의 뇌파가 동시에 발생하고, 뇌파로 인해 그들의 학습 효과가 증진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마찬가지로 두 사람의 성인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같은 뇌파를 발산하게 되면 대화가 성공을 거두게 된다는 연구 논문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아기 눈맞춤 연구는 이전 연구에 근거해 아기 성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밝혀낸 첫 번째 사례다.
이 논문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어른과 아이가 이야기를 하면서 눈맞춤 했을 때 뇌파로 인해 정보소통이 증가한다는 내용의 ‘Speaker gaze increases information coupling between infant and adult brains’이다.
논문 주저자인 케임브리지 대학의 빅토리아 레옹(Vitoria Leong) 교수는 “성인과 아기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눈이 마주쳤을 때 서로 간의 소통 의사를 교환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서로간의 의도를 교환하면서 뇌파가 오고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성인과 아기들 간의 서로 일치하는 뇌파 교환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을 때 아기들의 소통과 정서, 학습 능력 등을 증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향후 아기 발육성장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뇌파(brain waves)란 뇌의 활동에 따라 일어나는 전류를 말한다. 이런 뇌파 교환을 위해 수백만 개의 신경세포(neurons)가 동원된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뇌 영역 간의 정보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뇌파의 발생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학설이 있다. 스파이크 집합전위설(集合電位說)이나 뇌피질 흥분기의 동기적(同期的) 변동설과 같은 가설이 있지만 정설은 없고, 대뇌피질의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시냅스 전위(電位)가 모여서 일어난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뇌파교환 사실 알고 아기에게 더 다정하게 대해야 ”
또 뇌파의 리듬이 생기는 것은 다수의 신경세포가 동기(同期)하여 활동하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시상(視床)의 비특수핵(非特殊核)이라는 부분과 대뇌피질 사이를 순환하는 회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 유력하다.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전극들이 부착된 모자를 활용해 36명의 아기에게서 발생하는 뇌파 패턴을 분석했다. 또 아기에게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는 어른들에 뇌파 패턴을 분석한 다음 양측 뇌파 패턴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등을 비교했다.
워스 박사는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뇌파 패턴을 일치시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박사는 또 “아기와 소통할 때 눈맞춤뿐만 아니라 목소리 역시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눈맞춤과 함께 목소리가 아기와 성인 간에 뇌파의 일치를 보이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성인들이 아기를 상대할 때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보다 더 다정하게 아기를 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사는 “그러나 그 뇌파가 심령학자들이 말하는 텔레파시(telepathy)인지는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격정신반응이라고도 번역하는 텔레파시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끼리 일어나는 소통현상을 말한다.
친한 사람의 죽음을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알 수 있다거나, 서로 사랑을 느끼는 등의 초심리학적인 현상을 말한다. 초심리학에서는 투시, 텔레파시, 예지의 세 가지를 동질의 현상이라고 생각하며, 정리해서 ‘ESP’라고 한다.
텔레파시를 특별히 연구한 사람은 러시아 레닌그라드 대학교수였던 바실리에프(Leonidovich Vasil'ev)다. 그는 1700km 떨어진 레닌그라드와 흑해 해안 사이의 텔레파시 실험에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텔리파시가 멀리 떨어진 사람의 마음과 마음 사이에서 직접 소통을 통해 일으키는 현상인지, 아니면 멀리 떨어진 물건을 투시함으로써 일어나는 이차적 현상인지 등에 대해 과학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그러나 아기들이 그들의 뇌파를 다른 사람들의 뇌파와 일치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아기와 엄마 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소통이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뇌파 연구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뇌 안에서 지각 활동을 측정할 수 있는 뇌 센서(brain sensor)를 통해 사람이 생각하는 대로 컴퓨터 등 전자장치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향후 뇌파 연구 영역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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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11-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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