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인 페니실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의학계는 그 탁월한 효과에 환호를 올렸다. 그러나 이후 항생제를 투여해도 죽지 않는 병균이 등장하면서 항생제 내성은 인류 건강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날로 확산되고 있는 항생제 내성은 전세계의 의료시스템을 훼손할 우려마저 제기되기도 한다. 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 카바페넴 등의 베타-락탐( β-lactam) 계열 항생제들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처방되는 항생제들이다. 많이 처방되는 만큼 내성 비율도 그만큼 높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새로운 치료 전략의 연구 개발이 필요한 병원균 우선순위 목록에 장내세균(Enterobacteriaceae)과 비발효조(Non-Fermenter) 그룹에서 세팔로스포린 및 카바페넴에 내성을 보이는 그람-음성균을 등재했다.
세균이 효소 생성해 항생제 파괴
영국 브리스틀대 연구진은 의학저널 ‘항균제와 화학요법’(Antimicrobial Agents and Chemotherapy) 최근호에 항생제 내성 관련 논문 두 개를 발표했다. 첫 번째 논문에서 연구팀은 베타-락탐 계열 항생제 내성과 관련한 두 가지 메커니즘의 상대적 중요성을 보여주었다.
한 가지 메커니즘은 박테리아가 자신의 세포에 항생제가 침투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균이 효소(β-lactamase)를 생성해 세포 내로 진입하는 항생제를 파괴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두 가지 기전 가운데서 후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베타-락타마제 효소 억제물질을 개발한다면 항생제 내성의 상당부분을 성공적으로 뒤바꿀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두 번째 논문에서 옥스포드대와 리즈(Leeds)대 화학자들과 협력해 두 가지 유형의 베타-락타마제 효소 억제제가 일반 항생제에 강력한 내성을 보이는 박테리아에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를 기술했다.
두 가지 제제 병합 투여하자 효과 나타내
연구진은 다양한 접근법을 사용해 최근 임상실험에 도입된 억제제인 아비박탐(avibactam)과 2016년 옥스포드대와 리즈대 및 브리스틀대 연구팀에 의해 처음 보고된 ‘두 고리식 붕소’(bicyclic boronate) 억제제를 연구했다.
연구 결과 두 억제제가 베타-락타마제 효소의 공격으로부터 베타-락탐 항생제인 세프타지딤(ceftazidime)을 일관되게 보호하지는 못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 항생제가 다른 베타-락탐 항생제인 아즈트레오남(aztreonam)과 짝을 이루었을 때는 저해제가 매우 잘 작동해 병원 진료실에서 발견되는 가장 내성이 강한 세균들을 죽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세균(Stenotrophomonas maltophilia)은 면역 결핍 환자에게서 심한 감염을 일으키며 두 개의 베타-락타마제 효소를 생성하기 때문에 모든 베타-락탐 항생제에 내성을 지니고 있다.

“부정적 시선 속에 10년 만에 개가 올려”
두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브리스틀대 세포 분자의학대 매튜 애비슨(Matthew Avison) 박사(분자세균학)는 “영국에서 해마다 수천 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한다”며, “이번 박테리아 연구 결과 베타-락타마제가 항생제 내성의 실제적인 ‘아킬레스건’임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인 짐 스펜서(Jim Spencer) 박사가 참여한 베타-락타마제 효소에 대한 구조적, 기계적 연구는 항생제 내성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는 두 고리식 붕소 클래스를 포함해 베타-락타마제 효소와 관련한 연이은 발견에 도움이 되고 있으며, 최근 임상 1상시험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올리는 등 우리 연구에서 효과적인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항생제 내성 억제제로 아비박탐과 바보르박탐(vaborbactam) 두 가지가 허가를 받았다. 애비슨 박사는 “우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즈트레오남과 짝을 이루는 항생제 파트너로 세프타지딘보다 아비박탐이 더 효과적”이라며, “기쁘게도 이 두 약의 조합이 임상시험에서 내성으로 인해 항생제 치료가 불가능했던 미국 환자의 생명을 구했다”고 밝혔다.
애비슨 박사는 “주변에서 성공할 수 없을 거란 얘기가 들렸으나 우리는 10년 만에 처음으로베타-락탐 항생제 내성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진정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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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10-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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