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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준래 객원기자
2017-09-01

인공 일식으로 행성 연구한다 코로나 관측용 추진… 외계행성 탐사용도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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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한동안 미국 대륙이 떠들썩했다. 평범한 시민들은 물론 천문학자들 까지 99년 만에 미국 대륙을 찾아 온 개기일식을 관찰하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시민들은 개기일식 자체가 보기 드문 자연 현상이기 때문에 열광하지만, 천문학자들이 이토록 개기일식에 대해 흥분하는 이유는 바로 강력한 태양 빛에 가려 평소 관측하기 어려웠던 태양 주변의 코로나(corona)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기일식을 인공적으로 일으키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ESA
개기일식을 인공적으로 일으키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ESA

코로나는 전파를 방해하는 태양풍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고 또한 지구의 기후이변에도 관여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기 때문에 언제나 천문학계의 관심을 받는 존재다. 따라서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곳이라면 전 세계 어디든지 달려간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이번 미국에서 나타난 개기일식의 경우도 2분 정도에 불과했다. 아무리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도 현상 자체가 너무 빨리 끝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관측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천문학자들의 아쉬움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유럽우주국(ESA)이 인공위성을 활용하여 인공적으로 일식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피스오알지(phys.org)는 10년 후 쯤에는 인공위성 덕분에 몇 시간 동안 지속되는 일식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 기사 링크)

쌍둥이 같은 2대의 위성으로 인공 일식 유발

ESA의 과학자들이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인공 일식을 일으키려고 하는 프로젝트의 명칭은 ‘프로바-3(Proba-3)’이다. 오는 2020년에 발사 예정인 프로바-3 프로젝트의 인공위성은 길이가 1m를 넘지 않는 쌍둥이 같은 2대의 인공위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2대의 위성은 적당히 떨어진 위치에서 코로나그래프(coronagraph)를 만들기 때문에 마치 길이가 150m 정도 되는 대형 코로나그래프 같은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코로나그래프란 태양을 가려서 코로나를 관측하는 장치로서, 일종의 인공 햇빛 가리개라 할 수 있다.

프로바-3 프로젝트의 개념도 ⓒ ESA
프로바-3 프로젝트의 개념도 ⓒ ESA

ESA의 발표에 따르면 2대의 프로바-3 위성들은 일렬로 움직이면서 정확한 그림자를 만들어내게 되는데, 이 같은 움직임을 통해 대략 한번에 6시간 동안 태양빛을 차단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물론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니다. 우선 프로바-3 위성들은 지구 주변을 공전하기 때문에 항상 태양을 향하는 것이 아니어서 그 시점을 잘 맞춰야만 한다. 또한 떨어져 있는 2대의 위성이 인공 일식을 일으키기 위해 정확히 자신의 위치를 잡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ESA측의 설명이다.

ESA의 관계자는 “희망적인 사실은 대기의 산란이 없는 우주에서 관측을 하기 때문에 코로나에 대한 관측 정확도는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라고 전망하며 “프로바-3 프로젝트가 과학자들이 그토록 갈구하던 장시간 동안의 코로나 관측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리가미 방식 접는 위성으로 인공 일식 시도

ESA가 쌍둥이 같이 생긴 위성으로 인공 일식을 일으키려 한다면 미 스탠포드대의 연구진은 오리가미 방식의 접는 위성으로 인공 일식을 시도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미 스탠퍼드대 우주학과의 교수인 시모네 다미코(Simone Damico) 교수와 연구진은 현재 코로나 관측이 아닌 외계행성을 관찰하기 위해 인공 일식을 일으키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외계행성은 태양계 밖에 있는 지구와 같은 별을 가리킨다. 행성인 지구가 항성인 태양을 공전하듯이 외계행성은 그 태양계에 있는 외계태양의 주변을 공전한다. 천체 망원경의 진화로 이 같은 외계행성까지 관측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지만, 외계태양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행성은 태양에서 나오는 빛이 너무 밝아서 관측하기가 불가능하다.

이에 연구진은 관찰하고자 하는 외계행성 근처까지 인공위성을 보낸 뒤, 외계태양과 외계행성 사이에 자리를 잡은 다음 얇고 커다란 막을 활짝 펼쳐서 외계태양에서 나오는 빛을 가리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오리가미 방식의 접는 위성으로 인공 일식을 일으켜 외계행성을 관측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Stanford.edu
오리가미 방식의 접는 위성으로 인공 일식을 일으켜 외계행성을 관측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Stanford.edu

인공 일식에서 달 역할을 하게 되는 ‘펼침 막’ 인공위성은 평소에는 오리가미처럼 작게 접혀 있다가, 태양빛이 비치면 온전한 형태로 펼친다는 것이 다미코 교수의 설명이다.

다미코 교수는 “인공 일식이 일어나는 동안 별 주변에서 회절(回折)하는 빛이 생기게 된다”라고 언급하며 “바로 그때 망원경으로 그림자가 달라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외계 행성의 주기와 궤도, 항성으로부터의 거리 등을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 실험을 당장 실행하기에는 자금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연구진은 외계행성 전문가인 브루스 매킨토시(Bruce Macintosh) 박사와 공동으로 태양계를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연구진은 3m 길이의 펼침 막이 달린 100kg짜리 마이크로 위성과, 지름 10cm의 망원경이 달린 10kg 무게의 나노위성을 만들고 있다. 이들 장치가 개발되면 각각 지구가 공전하는 궤도에 띄울 예정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계획이다.

시뮬레이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다미코 교수는 “지금까지 개기일식을 보고 경탄하기만 했던 인류지만 조만간 인공적으로 일식을 일으켜 행성을 연구할 날도 멀지 않았다”라고 기대하며 “외계행성의 공전주기나 궤도 외에도, 이를 이용해 우주의 진화 등을 연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7-09-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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