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초기에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암이든지, 생태계를 교란하는 녹조든지, 발생 초기에 진압하면 치료가 쉽고 후유증도 거의 발생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얼마나 빨리 초기에 이들을 발견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인데, 암은 내시경이나 조직검사 등의 방법을 통해 조기에 파악하는 횟수가 크게 늘었지만 녹조의 경우는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이 ‘초분광 센서(Hyperspectral Sensor)’라는 감지 장치를 이용하여 녹조 발생 현상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공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초분광 센서란 일반 카메라와 달리 가시광선 영역과 근적외선 영역의 파장대를 수백 개로 세분화하여 촬영함으로써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 보다 훨씬 다양한 스펙트럼의 빛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말한다.
초분광 센서로 녹조 발생 현상 신속 파악
녹조현상은 식물성플랑크톤의 일종인 남조류(藍藻類)와 녹조류(綠藻類)가 기하급수적으로 번성하여 물이 짙은 녹색으로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 중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대상은 남조류인데, 이 조류만이 독성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남조류를 일반 카메라로 촬영하면 클로렐라나 개구리밥 등 녹색을 띄는 다른 생물들과 구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남조류는 피코시아닌(phycocyanin)이라는 특정한 색소를 지니고 있어서 초분광 센서를 장착하여 촬영하면 이를 구분할 수 있다.
이번에 환경부가 공개한 낙동강 유역의 초분광 영상을 살펴보면, 물의 흐름이 막혀 있는 창녕의 함안보 등 정체 수역에서 남조류가 번성하는 현상을 볼 수 있고, 금호강에서는 수질이 나쁜 지천이 유입되는 부근에서 녹조현상이 시작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동일지점에 대한 연도별 영상 비교를 통해 주로 어느 지점에서 녹조현상이 시작되는지, 그리고 어느 시기에 가장 녹조현상이 심각했는지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환경과학원의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조류 분석은 특정 지점의 시료를 채취하여 현미경으로 남조류의 세포 수를 일일이 세는 방식으로 파악했기 때문에 시간과 인력이 많이 필요했다”라고 설명하며 “초분광 영상을 활용한 녹조현상 원격 모니터링 기법을 실제로 현장에 적용하면 녹조현상 발생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공위성 통하면 녹조 현황 실시간 모니터링도 가능
환경부도 환경과학원의 연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녹조현상 원격 모니터링 기법의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를 지원하는 한편, 인공위성 등을 활용하여 신속한 조류 상황전파 체계를 구축하는 업무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올해부터 내년까지 한강과 금강, 그리고 영산강 등 3대강 수계에 적용할 수 있는 녹조현상 원격 모니터링 기법을 개발하고, 남조류의 종류 별로 분광 특성을 파악하는 등 초분광 영상 정보를 축적하여 지속적으로 정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의 관계자는 “2019년까지 인공위성을 활용한 남조류 원격 모니터링 기술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소개하며 “정기적인 초분광 영상 촬영으로 녹조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의 양상과 원인을 분석하여 과학적인 녹조 관리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녹조현상 원격 모니터링 기법 개발의 실무를 담당한 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평가연구과의 이혁 연구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앞으로 초분광 모니터링 기술을 활용하면 하천별 녹조현상을 실시간으로 관측이 가능해지는 것인가?
이론적으로는 녹조가 아무리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하더라도 신속하게 관측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기술개발 단계로서, 항공 촬영을 할 때 구름 등 기상상황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미국이나 유럽 등의 인공위성을 활용하여 지속적인 촬영을 한다면 실시간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해외에서도 초분광 모니터링을 활용한 실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 미 항공우주국(NASA)이나 해양대기청(NOAA)의 경우 오하이오州에 위치한 이리(Erie) 호수의 녹조 현상을 초분광 영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개발한 모니터링 기법은 미국에서 활용중인 기법에 비해 정확도가 더 높게 나타나 국내 기술의 우수성을 떨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 초분광 센서의 경우 남조류 모니터링 외에도 다른 분야에 활용이 가능한 지?
초분광 센서는 녹조 외에 적조 현상 파악에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부유하는 물질의 정체를 규명할 수 있기 때문에 군사목적의 위장체 등도 탐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산림 분야에 적용하면 특정 광물이나 나무들의 종류를 분류할 수 있고, 농업 분야에서는 작물의 상태 등을 추정할 수 있다.
- 향후 계획에 대해 간략히 언급해 달라
현재까지는 낙동강의 특성에 맞는 남조류 추정기법을 개발했으나, 이를 한강과 금강, 그리고 영산강 등으로 확대하여 남조류를 추정하는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신속한 녹조 대응 지원을 위해 초분광 영상의 후처리 자동화 기술을 개발하여 웹 시스템이나 모바일 등 다양한 통신매체를 통해 신속한 상황전파 체계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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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8-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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