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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래 객원기자
2017-07-31

‘해피벌룬’ 원료가스, 환각물질 지정 시행령 개정… 아산화질소 흡입 및 판매시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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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歡樂), 그리고 그 뒤에 감춰진 타락(墮落)’

이 말에 가장 어울리는 상품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젊은 층을 대상으로 크게 유행했다. 바로 ‘해피벌룬(Happy Balloon)’이다. 해피벌룬은 아산화질소(N2O)가 들어가 있는 풍선을 말한다.

풍선 속에 있는 아산화질소 가스를 마시면 웃음이 나고 행복해진다 해서 해피벌룬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경험자들의 말에 따르면 풍선에 들어있는 가스를 들이마시면 20∼30초간 정신이 몽롱해지고, 술을 마시지 않아도 술에 취한 듯 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해피벌룬의 원료인 아산화질소가 환각물질로 지정됐다 ⓒ 연합뉴스
해피벌룬의 원료인 아산화질소가 환각물질로 지정됐다 ⓒ 연합뉴스

하지만 이제는 해피벌룬을 구입할 수 없게 됐다. 해피벌룬 속 가스인 아산화질소가 ‘환각물질’의 하나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해피벌룬의 원료인 아산화질소를 흡입하거나 소지,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현행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은 톨루엔과 초산에틸, 그리고 부탄가스 등을 환각물질로 정하여 흡입 등을 금지하고 있다. 환각물질을 흡입하거나 흡입 용도로 판매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아산화질소에는 마취 및 환각 효과 들어있어

아산화질소는 의료 및 식품 분야에서 마취제나 휘핑크림 제조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상쾌하면서도 특유의 달콤한 냄새를 갖고 있어서 최근에는 치과를 찾는 어린이 환자들이 긴장을 하지 않도록 하는데도 일부 활용되고 있다.

아산화질소가 요즘 들어 이슈가 되고 있는 까닭은 이 가스가 가진 마취 및 환각 효과 때문인데, 실제로 이를 들이마시면 잠시 동안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술에 취한 것 같은 환각 효과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이야기다.

아산화질소는 지난 18세기 영국의 화학자였던 조지프 프리스틀리(Joseph Priestley)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그러나 마취 및 환각 효과가 있다는 것은 영국의 또 다른 화학자인 험프리 데이비(Humphry Davy)에 의해 확인됐다.

아산화질소는 18세기 부터 '웃음 가스'로 알려져 왔다
아산화질소는 18세기 부터 '웃음 가스'로 알려져 왔다 ⓒ wikipedia

험프리는 실험 도중 아산화질소를 우연히 흡입한 뒤, 자신이 아무런 이유 없이 웃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흥미를 느낀 그는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고, 이후 아산화질소를 ‘술처럼 기분을 좋게 하지만, 숙취나 정신을 잃게 만드는 단점은 없는 웃음 가스(laughing gas)’라고 설명했다.

험프리는 그 길로 아산화질소를 포집하여 전국을 돌면서 시연회를 벌였고, 가는 곳마다 호평을 받으면서 영국 사회의 각종 파티에 환각제로 조금씩 사용되기 시작했다. 마취 효과가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도 바로 이 시기다. 환각 파티에 참석했던 한 치과의사가 웃음 가스가 통증을 줄인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마취제로서의 기능까지 알려지게 된 것.

환각제 치고는 별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과 중독성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유럽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아산화질소가 파티용품의 하나로 유통되어 왔다.

과다 흡입 시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한동안 암암리에 유통되던 아산화질소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몇 해 전 유럽에서 히피크랙(Hippy Crack)이라는 이름의 풍선가스가 탄생하고 나서부터다. 해피벌룬하고 비슷한 형태의 이 풍선 가스는 처음에는 별 다른 규제가 없이 유통되다가 이를 흡입한 사람이 사망하면서 구입 및 사용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특히 아산화질소 흡입의 원조 국가라 할 수 있는 영국에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아산화질소 흡입으로 17명이 숨지자, 지난해인 2016년부터 허가된 용도 외에는 아산화질소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규가 제정됐다.

국내에서도 아산화질소 과다 흡입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다. 지난 4월 수원의 한 호텔에서 숙박 중이던 20대 남성이 쓰러진 채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아산화질소 중독’으로 밝혀졌는데, 발견 당시 주변에는 상당한 양의 휴대용 아산화질소 캡슐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전문가들은 “아산화질소를 과도하게 흡입할 경우 ‘호흡곤란’이나 ‘일시적 기억상실’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질식사의 위험도 있다”라고 경고하며, 무분별한 아산화질소 유통을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산화질소 흡입이 본격적인 사회문제가 되기 전에 시행령이 개정됐기 때문에, 앞으로는 환각 물질의 안전한 관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개정된 화학물질관리법 제22조 및 동법 시행령 제11조 ⓒ 환경부
개정된 화학물질관리법 제22조 및 동법 시행령 제11조 ⓒ 환경부

다음은 이번 시행령 개정의 실무를 담당했던 환경부 화학안전과의 김효식 사무관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중독성은 높지 않다지만, 그래도 환각제 중 하나인데 어째서 아산화질소는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는지 궁금하다

아산화질소가 의료 및 식품 분야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약류로 지정을 받으면 아예 다른 분야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다. 반면에 환각제로 지정을 받으면 해당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마약류로 지정을 받지 않은 것이다. 이는 오래 전부터 아산화질소가 마취제나 휘핑크림의 거품을 만드는 용도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 시행령 개정 이후 아산화질소 유통은 어떻게 되는가?

아산화질소가 환각물질로 지정되더라도 식품첨가물이나 의약품 등 본래의 용도로 아산화질소를 판매하고 사용하는 데에는 전혀 제한이 없다. 다만 흡입을 목적으로 아산화질소를 풍선에 넣어 판매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경찰이 단속하여 처벌할 수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7-07-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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