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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7-03-20

급성충수염, 수술보다 약물 치료가 낫다? "수술보다 안전하고 회복 빠르며 비용 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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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충수염(맹장염)의 표준치료법인 수술보다 항생제 등을 이용한 약물 치료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견해가 나와 관심을 모은다.

맹장(막창자)은 소장과 이어지는 대장의 시작 부위에 있는 창자로, 한 쪽 끝에 벌레 모양의 충수돌기라고 불리는 꼬리가 달려있다. 이 충수돌기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 급성 충수염이다.

급성 충수염의 수술 치료 역사는 130년이나 된다. 수술 치료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데는 병원균에 감염된 충수돌기가 파열돼 복막염으로 번질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은 감염 부위를 제거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이것은 옳은 생각일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 의대 데이비드 탤런(David Talan) 응급의학과 교수는 수술의 대안으로서 항생제만으로 급성 충수염을 치료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한가를 알아보기 위한 1200만 달러짜리 임상시험을 관리하고 있다.

탤런 교수와의 질의 응답을 통해 급성 충수염 약물 치료에 대한 의문점을 알아본다.

급성 충수염을 항생제로 치료하는 것이 수술의 대안으로서 안전하고 값싼 유망한 치료법이라는 견해가 나와 주목된다.   Credit: Staras/Fotolio.com
급성 충수염을 항생제로 치료하는 것이 수술의 대안으로서 안전하고 값싼 유망한 치료법이라는 견해가 나와 주목된다. Credit: Staras/Fotolio.com

거금을 들여 임상시험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급성 충수염은 미국인 10명 중 한 명이 평생에 한 번 진단을 받을 만큼 매우 흔한 질병이다. 의료계는 급성 충수염을 치료하기 위해 충수 절제술(appendectomy)로 불리는 수술 치료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오늘날 미국 외과의사들은 해마다 30만회의 충수절제술을 시행하며, 이는 가장 일반적인 응급수술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의학적 접근법들은 사회에 기여하는 가치가 얼마나 큰지 끊임없이 재평가되고 있다. 환자와 의사는 건강관리 결정을 내리는 데 대규모 연구들로부터 확보한 광범위한 자료들의 도움을 얻는다.

급성 충수염의 개념. 출처 : 국가건강정보포털
급성 충수염의 개념. 출처 : 국가건강정보포털

이 일은 한 세기 동안 이어져온 의학적 전통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반대론자들에게는 뭐라고 답변하나?

충수 절제술은 오랫 동안 별 문제없이 잘 시행돼 왔다. 그래서 이것을 바꾸는데 회의적일 수 있다. 그러나 똑 같은 회의적인 맥락에서 다른 치료법이 있다면 그 상대적 효능을 연구하고 비교해 보자는 요구가 나온다.

수술은 항생제가 나오기 수십년 전부터 시행돼 왔으며, 항생제가 도입된 후에는 수술이 더 안전해졌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수술 대신 항생제만으로 합리적인 초기 치료가 될 수 있는지의 가능성을 신중하게 연구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과학 연구에 따라 질병에 대한 이해가 바뀌었고, 조기에 항생제 치료를 한다면 급성 충수염은 파열과 그로 인한 사망의 두려움 때문에 반드시 제거돼야 할 시한폭탄은 아니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급성 충수염을 복강경으로 수술하는 장면 사진 : Wikipedia / U.S. Navy photo by Photographer's Mate 2nd Class Milosz Reterski
급성 충수염을 복강경으로 수술하는 장면. 사진 : Wikipedia / U.S. Navy photo by Photographer's Mate 2nd Class Milosz Reterski

항생제 치료가 충수절제술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증거는?

미국 이외 지역에서 급성 충수염 초기 환자에게 항생제를 투여하거나 긴급 충수 절제술을 시행한 7개의 연구가 있다. 며칠 동안 입원한 것은 두 치료법이 같았으나 항생제 접근법이 수술과 비교해 더 안전해 보였고, 더 빠른 회복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후 25%의 환자가 급성 충수염 수술을 받았다.

우리 UCLA 그룹은 처음으로 미국 국립보건원으로부터 연구기금을 받아 지난해 첫 번째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올리브 뷰 메디컬센터에서 진행된 이 연구(http://www.annemergmed.com/article/S0196-0644(16)30924-6/fulltext)에서는 항생제 치료를 받은 대부분의 환자가 입원하지 않고 외래환자로 성공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요점은 항생제로 급성 충수염을 관리하는 것이 수술의 대안으로서 안전하고 값싼 유망한 치료법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수십 년에 걸쳐 입증된 수술의 안전성과, 급성 충수염을 한 번의 시술로 치료할 수 있는 수술의 효용성을 평가 절하해서는 안된다. 수술은 복강경이 발달함에 따라 상처가 덜 나고 회복도 빨라졌다.

따라서 각 개별 환자들에서 치료법의 위험과 장점을 비교 결정하고 환자와의 의사결정 공유모델에 이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

급성 충수염은 돌이나 소화되지 않은 씨앗, 요충이 충수돌기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거나 림프구 과다증식 등에 의해 발생한다.  출처 : Wikipedia / Osmosis
급성 충수염은 돌이나 소화되지 않은 씨앗, 요충이 충수돌기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거나 림프구 과다증식 등에 의해 발생한다. 출처 : Wikipedia / Osmosis

추가적인 자료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우리는 UCLA 계열 병원과 전국의 여러 병원에서 급성 충수염으로 진단받은 1500명 이상의 환자에 대한 치료 결과를 비교할 예정이다. 참여 환자들은 무작위로 항생제 또는 충수절제술을 받도록 하고 이들에 대해 1년 이상 다양한 자료를 추적하게 된다. 자료의 주안점에는 급성 충수염의 재발 여부, 입원 기간, 병원 방문 횟수와 치료 비용이 포함된다.

이와 함께 환자들이 경험하는 통증과 불편함, 이동성과 불안감 같은 삶의 질 측정치도 환자들이 스스로 적어내도록 했다.

이번 연구는 이 주제에 대해 실시되는 가장 큰 무작위 임상시험으로서 수년 전부터 시작돼 2021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미국 국립의료원(NIH)이 1200만 달러를 들여 항생제만으로 급성 충수염을 치료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한가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는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돼 2012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 연구 책임자인 UCLA 데이비드 탤런 교수.  Credit: UCLA Health
미국 국립의료원(NIH)이 1200만 달러를 들여 항생제만으로 급성 충수염을 치료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한가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는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돼 2012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 연구 책임자인 UCLA 데이비드 탤런 교수. Credit: UCLA Health

최근 항생제의 남용에 따라 약물 내성을 보이는 박테리아 확산을 우려하는 보도가 있었다. 급성 충수염을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이런 문제를 부추기는 것은 아닌가?

그렇지 않다. 약제 내성 박테리아의 확산이 심각한 문제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항생제는 제대로 처방돼 올바로 사용되기만 하면 질병을 퇴치하는 중요한 도구다. 항생제는 단순한 감기나 기관지염 같이 사용 필요성이 입증되지 않은 증상에도 부적절하게 처방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항생제가 식량 자원에 무분별하게 투여되는 것도 문제다. 단독으로 항생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문은 축산업쪽이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7-03-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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