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항공기 제작업체인 보잉이 최근 신개념의 우주복을 발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보잉블루(Boeing Blue)’라는 이름의 이 우주복은 현재 보잉사가 개발 중인 캡슐형 우주선에 탑승할 승무원들을 위해 제작되었다.
이전의 우주복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세련된 디자인 덕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사실 보잉블루는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작은 우주선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각종 첨단 시스템이 탑재될 전망이다.
우주복 발표 현장에서 보잉사의 관계자는 “우주 탐사와 관련하여 모든 분야가 다 발전하고 있지만, 특히 우주복 제작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우주 탐사의 방향이 관측이나 로봇을 활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람이 직접 현지를 방문하는 유인 탐사 형태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인 탐사에 적합한 우주복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은 비단 보잉사뿐만이 아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나 유럽우주국(ESA) 등도 승무원들의 편의를 극대화시킨 우주복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주 탐사의 시작과 끝을 책임져줄 우주복 제작 기술, 과연 어느 수준까지 도달했을까?
52년 전 우주 공간 유영에 처음 성공
올해는 인간이 우주 공간을 처음 유영한 지 52년째가 되는 해다. 지난 1965년 옛 소련 출신의 우주인인 알렉세이 레오노프(Alexei Leonov)가 인류 최초로 12분 동안 우주 유영에 성공하면서 우주복만으로도 사람이 우주에서 견딜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만약 당시 레오노프가 맨몸으로 우주 공간에 나갔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외부 압력이 거의 없는 우주 공간이기에 몸속의 피가 끓어올라서 수 십초 내에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천문학계는 레오노프의 우주 유영이 우주복의 안전성을 확인해 준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하고 있다.
물론 당시의 우주복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당시 우주복은 승무원들이 착용하는 유니폼을 개조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에, 레오노프가 우주 유영에 나서자 우주복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
이 같은 문제로 인해 레오노프가 유영을 끝내고 우주선에 들어오려 할 때 잠시 동안 들어오지 못하는 해프닝도 일어났지만, 어쨌든 그런 경험을 통해 우주복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었다.
생리문제 해결이 우주복의 시급한 과제
미국이나 러시아의 승무원들이 착용하는 최신 우주복의 성능을 살펴보면 극심한 온도차와 다량의 방사선에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혹한 온도차에 견딜 수 있는 우주복 개발은 과학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우주 공간에 공기나 먼지 같은 매개체가 없다 보니 태양빛이 닿는 쪽은 120℃의 고온이고, 반대편은 -100℃의 저온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바꿔 말하면 우주복의 앞면에 태양빛이 비춘다면 앞면과 뒷면의 온도차가 무려 200℃나 난다는 의미다.
또한 최신 우주복은 우주 공간에서의 동작도 과거에 비해 자유로운 편이다. 과거에는 일명 탯줄이라 불리는 우주선과 연결된 줄에 의지하여 일정한 공간에서만 움직였던 반면에, 최근에는 제트팩을 등에 지고 우주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수준에까지 다다른 상태다.
그렇다면 승무원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우주복은 어떤 소재와 장비로 구성되어 있을까? 기본적으로 우주복은 서로 다른 기능을 지닌 직물들을 여러 겹으로 겹쳐서 만든다. 알루미늄으로 코팅된 특수섬유나 폴리에스터 재질의 부직포, 또는 단열 및 마모 방지를 위한 직물 등이 대표적 소재들이다.
이들 소재는 기능에 따라 사람의 몸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내부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막거나 외부의 혹독한 추위를 견디는 용도로 활용되는데, 추위를 견디는 용도로는 테플론(teflon)이 주로 사용된다.
이 외에도 헬멧을 포함한 우주복 안에는 통신장치와 생명유지 장치는 물론, 대략 7~8시간을 우주 공간에서도 버틸 수 있는 비상용 산소와 마실 수 있는 물, 그리고 생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소변 처리장치 등이 탑재되어 있다.
이에 대해 미 항공우주국(NASA)의 관계자는 “우주복에 탑재하는 장치들은 과거와 비교해 볼 때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지만, 생리 문제만큼은 예외”라고 말하며 “대소변 처리장치라고 하면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은 성인용 기저귀를 교체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NASA가 승무원들의 생리 문제 해결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점은 지난해에 개최한 공모전의 내용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우주인의 배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우주 대소변 챌린지(Space Poop Challenge)’ 콘테스트를 개최한 것.
NASA는 해당 콘테스트를 개최하며 ‘우주복 내에 최대 6일 치의 배설물을 모아놨다가 손을 쓰지 않고도 밖으로 내보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배설물을 처리하는 기능이 달린 우주복을 3~4년 후 공개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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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3-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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