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과학민간단체 전미과학진흥협회(AAAS)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미국 보스턴에서 제183회 AAAS 2017 연차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최근 과학기술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대규모 연례회의다.
이 자리에서 조지 처치(George Church) 하버드대 교수는 과감한 발언을 했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해 2년 안에 매머드-코끼리 잡종 배아를 만들겠다는 것. 교수는 이 배아를 통해 탄생한 매머드-코끼리 잡종을 ‘매머펀트(mammophant)’라고 명명했다.
그는 “이 매머펀트가 시베리아 툰드라 지역에 살게 된다면 아시아 코끼리의 멸종을 막는 것은 물론 기후 변화를 막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처치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4년부터 시베리아 영구동토 층에서 추출한 매머드 DNA를 연구해왔다.
매머드는 몸 길이 4미터 정도의 거대 포유류로 온 몸이 털로 뒤덮였고 둥글게 굽어진 엄니가 있다. 4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 유라시아, 북아메리카 등지에 살았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데 현재 시베리아에서 많은 화석이 발견되고 있다.

“매머드 복원이 생물다양성 왜곡” 비난
23일 ‘가디언’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처치 교수팀은 그동안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해 아시아 코끼리 유전자에 매머드의 특성을 주입하는 실험을 계속해왔다. 특히 두터운 피하지방, 긴 털 등 추위에 잘 견딜 수 있는 특징을 살리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치 교수는 “지금까지 45가지 매머드의 유전적인 특성을 주입하는데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매머드의 특징을 지닌 유전자를 개발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2년 안에 매머드의 특징을 대부분 보완한 배아를 보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처치 교수의 이 같은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생명윤리학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매머드를 복원하기보다는 멸종에 처한 아시아 코끼리를 살리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구 백과(Whole Earth Catalog)' 편집자로 유명한 스튜어트 브랜드(Stewart Brand) 씨는 “매머드 복원작업이 관심을 끌지는 모르지만 생물 다양성 프로그램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일부 유전공학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지난 2013년 TED 강연에서 “2만 종에 달하는 생물이 멸종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일부 과학자들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종 복원에 관한 망상을 퍼뜨리고 있다”며 멸종위기에 처한 수많은 생물에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처치 교수, 매머드 생존 가능성 함구
옥스퍼드 자연사박물관의 컬렉션 매니저인 마크 카넬(Mark Carnall) 씨도 “매머드 복원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몇년이 지난 후 기껏해야 실험용 접시 위에 담긴 정체불명의 세포물질을 보게 될 것”이라며, 처치 교수 주장을 반박했다.
매머드-아시아코끼리 잡종을 복원하겠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공상과학(SF) 소설 수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우주 과학의 범주를 넘어서 목성을 지구인의 식민지로 만들겠다는 주장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평가절하 했다.
고생물학자인 존 호크스(John Hawks) 씨는 23일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기자들이 매머드와 관련 가짜뉴스(fake news)를 재생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매머드와 유사한 동물이 시베리아 동토에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주장을 믿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이전에 자신이 세포생물학자였다며, 지난 수년간 멸종생물 복원작업을 연구해왔다”고 말했다. “매머드 복원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는 처치 교수와 대화를 나누었다”며,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빠른 시일 안에 매머드를 복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멸종 생물 복원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03년 스페인의 과학자들은 부카르도(bucardo)란 이름의 멸종된 산양을 복원시켰다. 안타깝게도 이 산양은 다시 태어난 지 불과 수분 만에 죽음을 맞이했다.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건강한 부카르도를 다시 복원하기 위해 엄청난 자금과 함께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이 매머드 복원 작업에도 적용된다. 많은 과학자들은 매머드 배아로 발전할 수 있는 세포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존 호크스 씨는 “매머드 특성을 갖춘 세포와 배아를 만드는 일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처치 교수가 이 새로운 세포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뿐 새로 탄생한 코끼리-매머드가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처치 교수가 순수 혈통의 매머드 복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 않는 점 역시 간과되고 있다”고 말했다. “잘못하면 기존의 코끼리와 비교해 덩치만 큰 겉핡기식의 매머드가 탄생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복원 중인 매머드-코끼리 잡종의 이름을 ‘매머펀트(mammophant)'로 하기 보다는 ’엘리모드(elemoth)'라고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원 동물이 매머드이기 보다는 코끼리에 더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유전공학자들은 멸종 생물 복원에 큰 관심을 기울여왔다. 유전공학 기술을 판가름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원 연구에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놓고 과학자들 간에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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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2-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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