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동물의 면역체계에 통상적으로 존재하는 대식세포가 세포들 사이의 통신에서 독특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인 박사후 과정 연구원이 제1저자로 포함된 미국 워싱턴대(UW) 연구진은 주요 면역세포의 하나인 대식세포(macrophages)가 비면역세포들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16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컬러 줄무늬가 있는 제브라 피쉬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색소세포가 어떻게 대식세포로 하여금 피부의 색소 패턴화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하는지를 서술했다. 이 연구는 대식세포가 서로 멀리 떨어진 비면역세포 사이의 메시지 중개를 보고한 첫 번째 사례다.

제브라 피쉬 연구하다 대식세포 역할에 주목
대식세포는 모든 척추동물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기 때문에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수중 생물에만 특별히 국한되지는 않는다고 믿고 있다. 대식세포가 세포들 사이의 장거리 메시지 전달을 위한 통상적인 교섭담당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데이비드 파리치(David Parichy) 워싱턴대 생물학 교수는 “색소세포가 신호 전달을 위해 대식세포를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냈다면 다른 세포들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다양한 동물과 세포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리치 교수와 논문 제1저자인 엄대석 박사후 과정 연구원은 제브라 피쉬를 연구하는 동안 대식세포의 새로운 역할을 발견했다. 이들은 제브라 피쉬가 몸통의 은색-노란색-검은 색 줄무늬를 어떻게 갖게 되었는지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이들 각 색상은 다른 유형의 색소세포에서 유래하는데, 이 색소세포들은 제브라 피쉬가 어렸을 때 줄무늬를 만들어내는 장소로 이동한다.
파리치 교수는 “색소세포들이 이동함에 따라 이들 세 무리 색소세포 간의 통신이 성체 제브라 피쉬의 줄무늬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신호전달 돌기 ‘에어리님스’(airinemes)로 명명
엄박사와 파리치 교수는 실험실 유전 도구를 사용해 제브라피쉬의 색소세포들을 현미경으로 쉽게 추적할 수 있도록 형광색으로 빛나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황색 색소세포의 전구체인 황색 배아(xanthoblasts)가 색소 패턴 형성이 절정에 달한 시간 동안 독특하고 정교한 돌기(projections)를 투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파리치 교수는 “황색 배아가 주위를 빙 둘러 거의 무작위 방향으로 얇은 돌기를 내보냈다”며, “이 돌기 투사는 결국 다른 색소세포인 검은색 멜라닌 세포와 만나 멈추었다”고 말했다.
엄박사는 이 돌기를 작은 물체를 볼 수 있는 광학적 한계를 서술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조지 에이리(George Airy) 경과 그리스의 메신저 여신인 아이리스(Iris)의 이름을 본따 ‘에어리님스’(airinemes)라고 명명했다. 이 돌기는 검은 색소세포인 멜라닌 세포에 분자 신호를 보내는, 세포막이 결합된 작은 단백질 묶음을 포함하고 있었다.
‘에어리님스’의 94%가 대식세포와 관련돼
연구팀은 황색 배아가 분출하는 ‘에어리님’이 멜라닌 세포와 마주쳤을 때 에어리님에 있는 신호 단백질이 멜라닌 세포를 줄무늬로 이동하게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엄박사가 핵심적인 관찰을 통해 알아낼 때까지 에어리님이 왜 겉보기에 무작위 경로를 방황하고, 어떻게 멜라닌 세포를 찾아내는지 이해하지 못 했다.
엄박사는 “대식세포가 한 에어리님과 다음 에어리님 그리고 또다른 에어리님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관찰했다”며, “실험에서 황색 배아로부터 178개의 에어리님이 나오는 것을 확인했고 이들의 94%는 명백하게 대식세포와 연관돼 있었다”고 밝혔다.
대식세포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물고기와 사람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모든 생물체에서 대식세포는 몸의 조직 사이를 아메바처럼 ‘기어다니며’ 떠돌아다닌다. 가는 길을 따라 환경을 표본화하고 그 이름처럼 잔해가 있으면 집어삼켜 소화시킨다.
대식세포가 잔해를 찾아다니며 얻는 소득은 보통 무해한 세포 찌꺼기들이다. 그러나 병원체를 집어삼키거나 가까이에 있는 세포가 외부 침입자로부터 공격을 받는다는 신호를 받으면 다른 면역계 세포들에게 경고를 보낸다.

대식세포 없으면 에어리님 크게 줄어 세포 이동 제한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엄박사는 대식세포가 실제로 노란색과 검은색 색소세포 사이의 대화를 촉진하는지 여부를 시험했다. 유전도구를 사용해 대식세포가 결여된 제브라 피쉬를 만들어 살펴보니 황색 배아가 에어리님을 아주 적게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같은 조건 아래에서 멜라닌 세포는 줄무늬를 만들어내기 위해 적절하게 이동하지 못 했다.
엄박사는 현미경 하에서 대식세포가 에어리님을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대식세포는 에어리님을 잡아 늘여서 그 안에 있는 둥근 모양의 단백질 하나를 집어삼킨 후 끌어당기는 것처럼 보였다.
엄박사는 “이제 에어리님이 왜 종잡을 수 없는 무작위 경로를 방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지 알게 됐다”며, “그 이유는 아무렇게나 움직이는 대식세포에 끌려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에어리님을 끌고 가는 대식세포가 멜라닌 세포를 만나면 에어리님을 멜라닌 세포에 ‘떠밀어 주고’(hand off) 가버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은 아마도 에어리님을 통해 멜라닌 세포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동으로 추정된다.
“대식세포, 다른 동물서도 세포 간 신호전달 역할할 것”
엄박사는 에어리님 세포막이 대식세포에게 종종 ‘나를 잡아먹으라’는 신호를 보내는 지질 형태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대식세포가 왜 이 돌기(에어리님)에 붙어 끌어당기는지를 설명해 준다. 엄박사와 파리치 교수는 대식세포가 에어리님을 잡아삼키지 않는 이유와 에어리님이 어떻게 멜라닌 세포에 전달되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파리치 교수는 “우리가 여기서 살펴본 상황들은 대식세포가 조직 발달과 재생에서부터 암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다른 부문에서도 유사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다양한 상황에서 대식세포가 세포 간 신호 전달을 어떻게 촉진하는지를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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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2-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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