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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심재율 객원기자
2017-01-24

눈깜빡해도, 일정하게 보이는 이유 뇌에서 하루 2만번 안구 근육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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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든지 몇 초 간격으로 눈을 깜빡인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어도 대략 깨어있는 시간의 10% 정도는 눈을 깜빡이는데 들어간다.

기계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셔터를 내리듯 사람이 눈꺼풀을 내릴 때는 어둡게 느껴야 하고, 반대로 눈꺼풀을 올릴 때는 사람들은 갑자기 밝아지는 것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눈꺼풀이 닫혔다 열렸다 하는 과정에서 눈동자는 조금씩 움직이므로, 눈을 깜빡일 때 마다 보이는 모습은 조금씩 달라보여야 한다.

눈깜빡 할 때, 사람의 뇌는 오차가 생기지 않도록 지시한다. ⓒ PIXABAY
눈깜빡 할 때, 사람의 뇌는 오차가 생기지 않도록 지시한다. ⓒ PIXABAY

그런데, 어째서 눈꺼풀을 닫았다 열었다 하는데 사람들은 항상 정확하고 일정한 모습과 항상 같은 밝기로 본다고 느끼는 것일까?

바로 이런 점을 이상하게 생각한 연구팀이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눈깜빡임(blink)에 맞춰, 사물을 왜곡하지 않도록 사람의 뇌가 열심히 눈 근육을 정밀조절하도록 보정값을 내리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정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인체는 얼마나 정밀한지 모르겠다.

게으른 눈 근육, 뇌에서 지시 받아 보정

미국 버클리대학(UC Berkeley)과 싱가포르 난양공대(Nanang Technological University) 그리고 파리 데카르트 대학(Université  Paris Descartes)및 다트머스 칼리지(Dartmouth College) 공동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눈깜박임이 단순히 마른 눈동자에 윤활유를 공급하고 외부의 이물질을 막아주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19일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과학자들은 사람이 눈을  깜빡일 때 우리 뇌는 끊임없이 오차를 줄이기 위해 눈 근육을 보정해준다고 밝혔다.

눈꺼풀을 내릴때 사람들은 눈알을 눈두덩 안으로 밀어 넣은 다음, 눈꺼풀을 올리고 눈알을 밖으로 내놓을 때 눈알이 원래 있던 곳으로 정확하게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이런 정렬불량이 발생하면 사람의 뇌는 즉시 눈 근육에게 지시를 내려 정상정렬 상태로 되돌려 놓는다고 주저자인 게릿 마우스(Gerrit Maus) 싱가포르 난양대 심리학과 부교수는 말했다.

마우스는 보도자료에서 “눈 근육은 아주 게으르고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의 뇌는 끊임없이 눈 근육에게 움직이라는 신호를 보내, 눈이 주시해야할 곳을 정확하게 보도록 조정한다”고 말했다. 마우스 교수는 “사람의 뇌는 사람이 먼저 본 것과 눈깜빡한 다음에 본 것 사이의 차이를 측정해서 눈근육에게 필요한 만큼 교정하도록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만약 이 같은 안구운동 기능을 갖지 않았다면,  깜빡일 때 사람들은 우리 주변을 매우 흐릿하거나 어그러진 상태로 인식할 것이다.

공동 저자인 버클리대학의 심리학교수인 데이비드 휘트니(David Whitney)는 “눈을 깜빡일때 일시적인 암흑을 느끼는 대신 일관성있는 시각을 느끼는 것은, 뇌가 사물을 이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뇌는 우리 주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도록 아주 많은 예측을 한다는 것이다.

다트머스 칼리지의 심리학 및 뇌과학 교수인 패트릭 카바나(Patrick Cavanagh) 교수는 “마치 사람 안에 스테디캠(steadicam)이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위해 연구팀은 12명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젊은이들은 어두운 방에 오래 동안 앉아서 스크린에 있는 점을 응시하도록 했다. 이때 적외선 카메라가 청년들의 눈의 움직임과 눈깜빡임을 실시간으로 촬영했다.

깜빡임 동작과 스크린의 점은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눈을 깜빡일 때 마다 스크린 위의 점은 오른쪽으로 1㎝씩 이동하도록 실험장치를 꾸몄다. 사람은 이 같은 미세한 변화를 인식하지 못했지만, 뇌는 안구운동을 조절해서 시선이 점을 똑바로 응시하도록 조절하는 것이 관찰됐다.

눈알의 움직임을 보정하지 않으면, 사물이 흐릿하게 보일 것이다. ⓒ Pixabay
눈알의 움직임을 보정하지 않으면, 사물이 흐릿하게 보일 것이다. ⓒ Pixabay

이렇게 눈깜빡임과 점의 미세한 움직임을 연동시키는 횟수가 30번에 이르자, 사람의 눈은 자동으로 점이 움직일 다음 자리를 예측해서 움직이는 것이 관찰됐다.

적외선 카메라로 안구 움직임 측정

결국 실험 참가자들은 느끼지 못했지만,  뇌는 점이 이동하는 것을 기록해놓고 있으면서 눈동자가 거기에 맞춰 움직이도록 보정을 해주는 것이다. 이는 사람의 뇌가 어떻게 주변 변화에 끊임없이 대응하면서, 근육에게 실수를 줄여서 대응하도록 지시하는 것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우리 신체에서 근육은 하드웨어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뇌는 소프트웨어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사람은 분당 15번에서 20번 정도 깜빡인다. 하루에 18시간 동안 깨어 있다면 하루에 약 2만번 눈을 깜빡인다. 사람의 뇌는 하루 2만번 동안 안구 근육의 움직임을 정확히 보정하는 매우 정교한 소프트웨어를 운영하는 셈이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7-01-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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