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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6-12-02

한인 과학자 '양자컴퓨터' 개발에 앞장 김정상 듀크대 교수 ‘이온큐’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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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의 어느 일요일 오후, 스타트업 ‘이온큐(ionQ)'의 공동설립자 2명이 메릴랜드대에서 전략회의를 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메릴랜드대 물리학자인 크리스 먼로(Chris Monroe) 교수였고, 또 한 사람은 듀크대학의 전자공학자인 김정상(Jungsang Kim) 교수였다.

일생동안 양자컴퓨터를 개발해온 이 두 사람은 데이비드 뭬링(David Moehring)을 새로운 CEO로 채용했다. 미국 국가정보국 산하의 미 정보고등연구계획활동(IARPA, U.S. Intellig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ctivity)에서 활동하던 인물이었다.

새로운 CEO 데이비드 뭬링은 매우 신중했다. 그는 기업을 경영한 바 없는 두 명의 학자들에게 기술과 자금 등 회사가 보유한 기밀에 대해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들 학자들에게 거듭 주의를 당부하고 있었다.

투자회사로부터 수백만 달러 자금 유치    

1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그때 ‘이온큐’는 벤처 캐피털 회사인 ‘뉴 엔터프라이즈 어소시에이츠(New Enterprise Associates)’로부터 수백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는 방안을 놓고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양자컴퓨터 분야의 두 거장인 한국인 김정상 듀크대 교수와 메릴랜드대 크리스 먼로 교수가 최근 스타트업 '이온큐(IonQ)'를 설립하고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나섰다.
양자컴퓨터 분야의 두 거장인 한국인 김정상 듀크대 교수와 메릴랜드대 크리스 먼로 교수가 최근 스타트업 '이온큐(IonQ)'를 설립하고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나섰다. ⓒiontrap.umd.edu/

저명한 투자회사가 신생 벤처기업에 거액을 투자하는데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양자 컴퓨터를 개발 중인 기업아 하나둘이 아니었기 때문. 공룡 기업인 인텔, MS, IBM, 구글 등이 양자 컴퓨터 상용화를 위해 수천만 달러의 자금을 퍼붓고 있는 터였다.

그러나 조그만 벤처기업 '이온큐'는 거대 기업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알다시피 양자 컴퓨팅은 매우 어려운 분야다.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들 역시 양자 컴퓨팅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전통적인 컴퓨터는 1와 0, 즉 비트(bit)를 사용해서 명령어를 처리하며 선형적인 방법으로 계산을 진행한다. 그러나 양자 컴퓨터는 비트가 아닌 큐비트(qubit)를 사용한다. 큐비트라 불리는 이 양자비트는 하나에 0과 1의 두 상태를 동시에 표시할 수 있다.

그런 만큼 데이터를 병렬적으로 동시 처리가 가능해 큐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처리 가능한 정보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동안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기업은 구글이다. 지난 6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를 푸는 데 쓸 수 있는 범용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 이 모델은 켈빈온도(절대온도) 0.02도의 극저온의 초전도 상태에 놓인 큐비트 9개를 사용했다.

“구글보다 뛰어난 양자컴퓨터 만들겠다”    

저항이 없는 초전도체로 만든 각 큐비트가 디지털 알고리즘에 의해 제어되도록 설계됐다. 이 장치는 현재 초기 단계지만 구글 연구진은 수 년 안에 큐비트 50개 이상을 다루는 장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구글과 비교하면 ‘이온큐’는 약자에 불과하다. 도저히 게임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양상이다. 그러나 ‘이온큐’ 관계자들은 담담한 모습이다. 김정상 교수는 “구글이 양자컴퓨터 성능을 확대하고 있지만 완성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온큐’에서 이처럼 자신감을 가지는 이유는 대기업이 알지 못하는 이온 트랩(trapped ions)기술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 먼로 교수는 1995년에 세계 최초로 이 원리를 밝혀낸 인물이다.  그리고 지금 구글보다 성능이 좋은 양자컴퓨터 개발을 자신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양자컴퓨터 개발자들에게 이온 트랩은 가장 심각한 골칫거리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온큐’를 통해 빠른 시일 안에 놀라운 성능을 보게될 것”이라며, 최고 성능의 양자컴퓨터 개발을 자신했다.

지난 2014년 7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방문한 김정상 듀크대 교수가 연구원들과  양자컴퓨터의 연구개발과 미래 전망을 토론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지난 2014년 7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방문한 김정상 듀크대 교수가 연구원들과 양자컴퓨터의 연구개발과 미래 전망을 토론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김정상 교수는 양자정보처리기술의 핵심장치인 '단일광자 빔 발생장치'를 개발한 인물이다. 이 장치는 작은 구멍으로 물분자가 하나씩 빠져 나가게 만든 물총처럼 광자를 하나씩 규칙적으로 만들어내는 장치다.

관련 학계가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 중 하나로 꼽히는 난제였다. 난제를 해결함으로써 크리스 먼로, 김정상 교수 이 두 사람은 양자컴퓨터 개발의 핵심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상 교수는 미국에서 활동중인 한국 과학자 가운데 노벨상에 근접한 인물로 자주 거론된다. 1999년 스탠퍼드대 물리학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양자정보처리기술의 핵심장치인 '단일광자 빔 발생장치'를 개발해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했다.

이후 미 벨연구소에 합류해 '미세 전자기계장치(MEMS)' 기술에 쓰이는 세계 최초의 대형 전광스위치를 개발하는데 일조했다. 또 루슨트테크놀로지사의 '람다라우터 전광스위치' 상용화에 기여한 바 있다.

최근 들어서는 무선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양자정보네트워크, 양자컴퓨터 연구에 집중한 바 있으며, 최근 크리스 먼로 교수와 함께 벤처기업인 ‘이온큐’를 설립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6-12-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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