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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성규 객원기자
2016-11-09

'시험 불안증' 없애는 과학적 방법 종이에 마음속 걱정을 적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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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 C씨는 작년 수능 때만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 학교 성적도 좋고 평소 모의고사도 잘 보았는데, 막상 수능 당일 첫 시험지를 받아든 순간 눈앞이 하얗게 변해버린 것. 아무리 문제를 읽으려고 해도 집중이 되지 않아 결국 시험을 망치고 말았다.

예상은 어느 정도 했지만, 수능 시험장의 상황은 훨씬 더 C씨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고사장의 정문 앞에서 큰 소리로 응원해주는 후배들의 목소리는 부담으로 다가왔고,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함께 앉게 된 시험장의 낯선 환경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감독관이 들어오자 손에 땀이 나고 마치 심한 달리기를 한 듯 호흡이 곤란하며 가슴이 답답해졌다. 아무리 심호흡을 해도 C씨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더구나 처음 받아든 국어 시험지의 지문마저 너무 어려워 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수능처럼 중요한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선 10분 전에 자신의 걱정을 종이에 써 내려가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 ScienceTimes
수능처럼 중요한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선 10분 전에 자신의 걱정을 종이에 써 내려가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 ScienceTimes

수능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C씨는 작년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까봐 벌써부터 걱정이다. 주변에서는 ‘운이 없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고 ‘큰 시험에 약한 사람이 있다’고도 했다.

그런데 C씨처럼 평소 시험 때는 멀쩡하다가도 정작 중요한 수능 시험을 볼 때는 심각한 불안감이 몰려오는 경우는 ‘시험불안증’ 또는 ‘수행불안증’으로 볼 수 있다. 소심한 성격의 학생들이 특히 시험불안증을 겪기 쉽다. 또한 수행불안증은 시험뿐만 아니라 특정한 일을 할 때 갑자기 불안감이 몰려와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다.

시험 볼 때 복통 일으키는 신체화 증후군

C씨보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단순한 긴장이나 불안 증세뿐만 아니라 중요한 시험 때만 되면 복통이나 설사 등으로 시험 도중에 화장실을 들락거리는 학생들이다. 이처럼 정신적 스트레스가 신체 질환을 일으키는 것을 ‘신체화 증후군’이라 한다.

신체화 증후군을 일으키는 상황은 매우 다양하다. 명절 때 시댁에 내려가기 싫은 며느리에서부터 진급시험을 앞둔 회사원, 배우자가 바람을 피울 때, 혼자서 책임져야 할 곤란한 일을 당했을 때 등 정신적․사회적 요인이 모두 포함된다.

나타나는 신체 질환도 매우 다양해서 복통이나 속쓰림, 설사 같은 위장관 질환을 비롯해 현기증, 특정 부위의 통증, 우울증, 월경통, 운동마비, 심지어 실명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검진 상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 자칫 꾀병으로 의심받기 쉽다. 한 통계에 의하면, 만성통증 환자의 15%가 스트레스 등의 정신질환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신체화 증후군이 나타나는 이유는 자신도 의식하지 않은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 때 갑자기 몸의 이상이 생김으로써 다른 이들로부터 위로 등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험을 망쳐도 명확한 근거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 성적에 대한 부모의 일방적인 강요가 심한 경우도 신체화 증후군을 보이는 학생들의 공통점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시험 전의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험은 다른 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자신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험을 보는 도중에 어려운 문제가 나올 경우에도 망쳤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학생들도 힘들겠다고 생각하는 마음가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시험 전에 걱정 적으면 성적 높아져

시험을 잘 보는 과학적인 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연구진이 2011년 1월 ‘사이언스’지에 게재한 논문이 바로 그것. 이에 의하면 시험을 치루기 10분 전에 마음속의 걱정들을 종이에 써 내려가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적는 방법은 특히 시험에 대한 부담을 습관적으로 느끼는 학생들에게 효과적이라고 한다.

시카고대학의 연구진은 우선 대학생들에게 그동안 전혀 배운 적이 없는 분야의 수학시험을 치르게 했다. 그 후 똑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두 번째 시험을 보게 했는데, 이때는 조건을 걸었다.

시험을 통과하는 이들에겐 돈을 지급하고, 반면에 시험을 잘 보지 못하면 친구들이 실망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 또한 시험 보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녹화해서 교수들과 친구들에게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이는 그만큼 두 번째 시험에 대해 학생들의 부담감을 증폭시키는 실험 조건이었다. 즉, 수능 시험과 같은 상황을 만든 셈이다. 그리고 시험을 시작하기 전에 일부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종이에 적게 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그냥 시험을 보게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자신의 감정을 적은 학생들의 경우 첫 번째 시험보다 성적이 평균 5% 향상된 반면, 그냥 시험을 본 학생들은 성적이 평균 12%나 떨어진 것이다.

연구진은 대학 입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미국 9학년의 학기말 시험에서도 이 실험방법을 적용했다. 그 결과 시험 전에 자신의 감정을 적은 학생들은 성적이 현저히 높았으며, 이런 현상은 시험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학생들에게서 특히 두드러졌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종이 위에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는 행위는 카타르시스적인 효과를 얻을 뿐만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좀 더 시험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고 밝혔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16-11-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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