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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6-10-12

해상 기름 유출, 나노기술로 해결 석유를 젤리 같은 고체로 변화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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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사고에 의해 기름이 대량 유출되면 바다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바다 전역에 그 독성이 퍼져나가는 것은 물론 수면 위에 불투과층을 형성해 가스의 교환을 차단시킨다. 그 결과 광합성에 필요한 빛의 통과를 방해하기 때문에 바다 생명체에 치명적인 해를 입힌다.

기름이 바다에 떠 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거친 파도는 기름 성분을 바다 속으로 침전시킨다. 기름이 에멀젼 상태로 하강하게 되면 식물의 표면, 물고기의 알, 아가미 등을 뒤덮어버려 호흡을 못하게 한다. 심한 경우 저서생물들까지 큰 피해를 당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해저 유전이 파괴되거나 큰 배가 침몰하는 등 대형 해상사고가 발생할 경우 속수무책이었다. 오일펜스를 치고 기름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거나 많은 인력을 동원 해안가 오염을 제거했지만 사람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 바다 생태계가 큰 타격을 받았다.

“살포하면 수분 내 기름을 고체로 만들어” 

그러나 최근 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11일 과학 전문 매체 ‘phys.org’에 따르면 싱가포르 과학청(A*STAR) 산하 생물정보학연구소(IBN)는 나노과학을 활용해 바다에 유출된 석유를 갈색 젤리와 같은 물질로 변화시키는데 성공했다.

해상 기름유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오염 물질을 대량 제거할 수 있는 유기분자가 개발됐다. 이 나노 차원의 물질은 액체 상태의 기름성분을 젤리 모양의 고체로 변화시켜 오염 물질 제거를 손쉽게 한다.   ⓒAgency for Science, Technology and Research (A*STAR), Singapore
해상 기름유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오염 물질을 대량 제거할 수 있는 유기분자가 개발됐다. 이 나노 차원의 물질은 액체 상태의 기름성분을 젤리 모양의 고체로 변화시켜 오염 물질 제거를 손쉽게 한다. ⓒAgency for Science, Technology and Research (A*STAR), Singapore

액체 상태의 석유가 고체로 바뀌면 이 성분을 바다에서 퍼 올릴 수 있어 석유 성분이 바다 생태계 먹이사슬에 스며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IBN의 화학자인 유겐 창(Yugen Zhang) 책임연구원은 “나노 차원에서 물질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을 활용할 경우 나노 차원에서 해상에 떠도는 기름을 젤리와 같은 고체로 변화시킬 수 있어 기름유출로 인해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기름유출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연구가 이어져왔지만 이처럼 확실한 방안을 제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IBN 연구 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겔화(gelling) 능력을 지닌 유기분자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유겐 창 박사는 “이 유기분자를 바다에 살포할 경우 수분 내에 기름의 점도를 상승시켜 고체로 만들고, 기름 성분을 제거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가격이 매우 싼데다 단순한 구조의 친환경 물질이라 어떤 상황에서든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장 박사는 자신이 개발한 이 유기분자를 ‘슈퍼젤레이터(supergelators)’라고 부르고 있다.

기름은 원유를 포함해 정제된 기름, 가솔린·디젤과 같은 정제된 석유 제품, 석유로 만든 부산물, 배의 벙커유, 유성의 폐기물 등 매우 다양하다. 이들 기름이 바다에 유출될 경우 바다를 정화하는데 여러 달, 혹은 여러 해가 걸릴 수 있다.

바닷물 소금 성분도 제거, 담수화 가능해 

1989년 3월 24일 미국 알래스카 주 프린스윌리엄사운드 일대에서 발생한 엑슨발데즈 원유 유출 사고가 대표적인 경우다. 세계 1위 석유회사인 엑슨모빌의 유조선이 좌초돼 인근 연안의 연어, 해달, 바다새, 물범 등의 서식지를 크게 오염시켰다.

그러나 이 사고 이후 지금까지 기름 유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뚜렷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기름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를 개발한 적이 있지만 기름을 제거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사고에 투입하기까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태다.

화학적, 생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기보다 기름 성분을 직접 흡수하거나 먼 바다로 퍼뜨리는 등 물리적인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파도가 치는 바다에서 이런 물리적인 방법들은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연구가 어려운 것은 기름의 독특한 특성 때문이다. 기름의 일부인 가벼운 벤젠과 톨루엔 등은 맹독성이면서 또한 휘발성이어서 빠르게 증발한다. 때문에 오일 펜스 등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으면 어느 시점에 증발하게 된다.

그러나 PAH(다환식 방향족 탄화수소)와 같은 원유의 무거운 부분은 제거하기가 힘들다. 오래 지속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바다 속으로 침전하기도 하고, 강어귀 등 바다와 접한 지역의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가 생태계에 큰 피해를 입힌다.

유겐 장 박사팀이 개발한 이 유기분자는 특별한 접착 성분 없이도 오염 물질들이 달라붙게 돼 있다. 기름으로 오염된 바다에 이 성분을 살포할 경우 40~800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섬유조직이 무수히 형성되고, 이 조직 안에 기름 성분이 걸러지게 된다.

이렇게 수거된 물질들은 또 다른 정제과정을 통해 재사용될 수 있다. 장 박사는 “여러 성분이 섞여 있는 액체 혼합물을 끓는 점 차이를 통해 분리할 수 있는 분별증류(fractional distillation) 방식을 활용해 수집된 기름 성분을 재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박사 연구팀은 현재 각각 다른 농도·점도 등을 지니고 있는 4가지 유형의 슈퍼젤레이터를 테스트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이 유기분자가 독성이 전혀 없는데다 생산 비용이 적게 들어 상용화할 경우 성공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이 분자를 활용해 기름 성분 외에 바닷물의 소금 성분 등을 제거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테스트가 성공할 경우 비용이 적게 드는데다 공정과정이 단축돼 기존 담수화 기술에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6-10-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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