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과 동시에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살고 있는 박모(30)씨는 요즘 흔히 말하는 싱글족이다. 수박을 좋아하지만 혼자 살기 때문에 먹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최근 할인점에 갔다가 독특하게 생긴 수박을 발견했다. 보통 수박보다 훨씬 작으면서도 깍아 먹을 수 있는 ‘애플수박’이라는 과일이이었다.
크기는 일반 수박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가격은 절반 가까이 돼서 다소 비싼 편이었다. 그러나 박씨는 주저없이 상품을 구매했다. 그녀는 “보통 수박은 너무 커서 다 먹지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애플수박은 크기가 작아 나같은 싱글족에게는 안성맞춤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올 여름은 이처럼 독특한 과일들이 유독 많이 선을 보이고 있는데,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맛과 향을 가지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다른 품종과 교배됐거나, 독특한 방식의 재배를 통해 새롭게 변신한 이색 과일들에 대해 알아보자.
1인 가구의 급증에 따라 이색 과일들의 크기도 작아져
이색 과일들의 선두주자는 ‘미니수박’으로도 불리는 애플수박이다. 이 과일은 당도가 높고 껍질이 얇아서 사과처럼 깎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일반 수박보다 위생적이고, 음식물 쓰레기도 적게 발생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일반 수박처럼 땅에서 자라지 않고 1m 이상의 공중에서 재배된다는 점이다. 무게가 대부분 1.5㎏ 정도에 지나지 않아서 단호박처럼 비닐하우스에 매달아 재배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수박보다 수확률도 우수하다.
체리와 자두를 교배한 ‘나디아(Nadia)’도 최근 들어 소비자들이 부쩍 선호하고 있는 과일이다. 크기는 자두만하지만 껍질색은 체리처럼 검붉은 색을 띈다. 이처럼 외형이 자두와 체리를 반반씩 닮아서인지, 맛도 반반씩 닮아서 육질은 자두와 비슷하고 맛은 체리에 가까운 편이다.
호주에서 처음 개량에 성공한 뒤, 지난 2013년부터는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하면서 해가 갈수록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는 경기도 안성시와 경상남도 거창군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다.
신품종 바나나인 ‘로즈바나나(Rose Banana)’와 ‘바나플(Banaple)’는 바나나를 활용한 신품종 과일들이다. 일명 ‘꿀바나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로즈바나나는 당도가 24브릭스(brix)로서 16브릭스인 일반 바나나에 비해 월등히 높다. 비타민E의 일종인 토코페롤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는 점도 일반 바나나와 차별화되는 점이다.
반면에 사과처럼 상큼한 맛의 바나나라는 의미를 가진 바나플은 피부 미용과 건강에 도움을 주는 베타카로틴과 폴리페놀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바나플은 길이가 일반 바나나의 3분의 1에 불과하여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이 간식대용으로 애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모양은 복분자와 비슷하고, 색깔은 블루베리처럼 검은빛이 도는 메이플(maple)도 최근 들어 주목을 끌고 있다. 블랙베리의 돌연변이 품종인 메이플은 간 기능보호성분이 오디의 3배, 그리고 블루베리의 1.2배를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색 과일은 교배 육종과 방사선 육종 기술로 탄생
공중에 주렁주렁 매달린 수박이나 체리맛이 나는 자두 등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과일들이다. 워낙 먹거리 관련 안전성 문제가 뉴스에서 자주 거론되다보니 호기심에 앞서 이들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도대체 이런 과일들은 어떻게 탄생된 것일까?
이색 과일들은 ‘교배 육종’과 ‘방사선 육종’이라는 육종 방법들을 통해 탄생한다. 교배 육종은 자연적으로 교배가 가능한 종(種)이나 속(屬)에 속하는 식물들을 인위적으로 교배시킴으로써 보다 우수한 형질을 가진 품종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말한다. 체리 맛이 나는 자두 같은 경우가 교배 육종을 통해 탄생한 대표적인 신품종 과일이다.
이런 육종 방법을 이용하면 후대에서 원하는 형질이 대부분 나타나지만, 원하지 않았던 형질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럴 때는 후대 개체 중에서 가장 바람직한 형질을 지닌 개체를 선발하여 다시 교배하는 과정을 거친다. 원하는 품종을 확보할 때 까지 교배와 선발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바로 교배 육종 방법이다.
반면에 방사선 육종은 방사선으로 기존 품종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이를 신품종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씨앗이나 묘목 등에 방사선을 쪼이면 식물의 DNA 사슬이 끊기면서 돌연변이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들 돌연변이 품종 가운데 상품성과 가치가 뛰어난 것들을 골라 4~6대까지 키우면서 신품종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메이플이 대표적인 경우로서, 블랙베리에 방사선을 쪼여 나타난 돌연변이들을 활용하여 개발한 신품종이다. 방사선을 이용하다 보니, 과일에 방사선이 잔류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방사선을 조사할 때만 과일에 에너지를 부여하고, 이후에는 과일 내에 방사선이 전혀 남아 있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방사선으로 돌연변이를 만든다는 개념 때문에 유전자변형작물(GMO)을 떠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GMO는 자연 상태에서는 교배가 이뤄지지 않는 서로 다른 종의 유전자를 섞을 때 사용한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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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7-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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