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인 설탕은 혈당의 형태로 세포를 위한 필수 에너지를 공급한다. 음식에 들어있는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간이 지방의 도움을 받아 탄수화물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은 간 기능이 손상됐을 때 다른 조직들이 포도당을 만들고, 간에서 지방을 분해하는 것은 지방의 치명적인 공격으로부터 간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일이라는 사실을 밝혀내 ‘셀 리포트’(Cell Reports) 16일자에 발표했다.
쥐 실험을 통해 확인한 이번 연구는 점차 늘고 있는데다 때로 치명적이기도 한 대사질환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일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월프강(Michael Wolfgang) 존스홉킨스의대 생물화학 교수는 “포도당을 생성하는 간 능력이 손상됐을 때 신장과 장을 포함한 다른 조직들이 이를 매끄럽게 대신해 주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과 같은 생존에 필수적인 일에 일종의 백업시스템이 존재하는 것은 생물학에서 드문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간 능력 손상돼도 신장 등이 포도당 생성기능 대신
교과서에 따르면 굶주렸을 때 혈당을 유지하는 포도당 신생합성(gluconeogenesis)이라 불리는 능력은 지방산 산화작용을 통해 지방산을 분해 처리해 에너지를 만든다. 포도당 신생합성의 90%는 간에서 일어나고 나머지 10%는 신장과 장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월프강 교수팀은 연구에 들어가면서 실험용 쥐의 간세포에서 지방산 산화작용에 필수적인 Cpt2 유전자를 제거하면 탄수화물 공급이 안 돼 살아남지 못 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실험용 쥐들은 생후 첫 2주간 지방분은 높고 탄수화물은 낮은 어미 젖으로 살아가는데, 포도당과 케톤을 만들기 위해 지방을 분해하는 간의 능력이 손상돼도 문제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효소가 고에너지 복합체인 지방산을 분해하면 여러 분자의 아세틸 코엔자임A 효소를 만들어내고, 이들은 두 가지 반응을 나탸낸다. 하나는 에너지를 함유한 ATP분자 생성으로, 이는 동물이 얼마 동안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더라도 포도당을 분해해 혈당을 유지하도록 하는데 쓰인다. 다른 반응은 뇌와 같은 인체 조직에 사용될 수 있는 케톤 분자로서 포도당이 부족할 때 대체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연구팀은 간의 Cpt2가 결여된 쥐들이 정상 쥐와 같은 몸무게를 지니고 같은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에너지원으로서 정상 쥐와 비슷한 양의 지방과 설탕을 소비했다. 다만 분명하게 다른 점은 기대했던 대로 케톤 순환량이 적은 것이었다. 연구진은 더 많은 테스트를 통해 쥐의 신장에서 지방량이 증가하고 지방산 산화를 담당하는 유전자가 활성화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간 대신 신장이 지방 대사과정을 조절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섬유아세포 성장인자, 비만과 당뇨병 치료제로 임상시험 중
이 같은 결과들은 간이 다른 기관에 어떤 조난신호를 보내 도움을 요청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연구팀은 간에서의 유전자 활동을 조사해 몇몇 장거리 신호분자에서의 변화를 포함해 커다란 변화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눈에 띈 것은 섬유아세포 성장인자인 FGF21. 이 FGF21은 세포들이 탄수화물을 흡수하고 지방을 분해하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했다. 이 인자는 현재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로 임상시험 중에 있다. 연구팀은 실제로 간의 지방 분해 능력이 없는 쥐들의 혈액에서 FGF21의 수치가 크게 높아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금식이 간에서의 지방산 산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변형 쥐들에게 24시간 동안 먹이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쥐들의 전체 에너지 사용량과 혈당치는 정상이었고, 간이 지방화돼 순환되는 지방이 너무 많은 반면 순환되는 케톤은 없었다. 또 간과 신장 모두에서 산화와 관련된 유전자 활동 수치에 변화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Cpt2가 결여된 쥐들의 독특한 대사작용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쥐들에게 탄수화물이 매우 적은 고지방 ‘케톤체 생성 식이’를 공급했다. 쥐들은 몸 전체에서 모든 지방세포를 잘 분해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간은 지방 분자로 응어리졌다. 월프강 교수는 “간은 지방을 태워 포도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알고 있어서 몸의 지방 조직에게 계속 지방산을 보내라고 요구한다”며 “그러나 유전자가 결여돼 지방산을 태울 수가 없고 흡수만 하다보니 지방이 너무 많아져 기능을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후속 연구로 치명적인 당뇨병성 케토산증 예방 기대
연구팀의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순환하는 케톤은 지방산 산화작용을 통해 간에서 생성된다. 케톤은 지방조직에서 지방 분해를 늦추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케톤이 부족하면 여러 지방조직에서 지방분해가 빠르게 진행돼 간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간에 대한 지방의 맹습이 계속될 수 있다.
월프강 교수는 이번 연구가 비만한 사람이나 당뇨환자, 치명적일 수 있는 Cpt2 유전자 결함 등 지방산 산화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병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지방대사가 왜 복잡한 양상을 띠는지를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1형 당뇨병을 가진 환자들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은 당뇨병성 케토산증이라고 지적했다. 이 환자들은 세포가 탄수화물을 흡수하는데 필요한 인슐린이 부족하기 때문에 세포들이 케톤을 생성하는 간의 지방산 산화작용에 너무 많이 의존한다는 것. 그러나 피 속에 케톤이 너무 많으면 산성화를 촉진해 산소 운반능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월프강 교수는 인체가 잘못된 간을 어떻게 조정하는가를 이해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나오면 당뇨병성 케토산증을 예방하고 잘못된 대사작용을 바로잡아 재조정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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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6-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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