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가전업체 ‘메이디그룹(MIDEA Group)’이 독일의 산업용 로봇 제작사 ‘쿠카(KUKA)’를 접수 중이다. 19일 ‘포브스’ 지에 따르면 메이디 그룹은 쿠카 지분의 30%를 확보한다는 목표로 주식을 대량 매입 중이다.
이에 따라 최근 쿠카 주식이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다. 19일 현재 주가는 115유로로 연초와 비교해 60%가 더 올라간 것이다. 관계자들은 메이디 그룹에서 30% 지분을 확보할 경우 그 실제 가치가 14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메이디그룹은 지난 2월 쿠카 주식 10.2%를 사들이며 2대주주가 된 바 있다. 현재 1대 주주가 되기 위해 주식을 대량 매입하고 있는데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지분 매입을 위해 무려 44억 유로(한화 5조8800억원)을 준비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개발보다 기업 인수에 더 관심
메이드 그룹의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인수하려는 기업 쿠카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 관련 스마트 공장 기술을 대량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장시설 완전 자동화를 위한 ‘다기능 로봇(multifunctional robots)’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스마트 공장을 실현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기술도 매우 뛰어나다.
특히 사람·기계간의 시각·청각·촉각적인 소통이 가능한 ‘인간-기계 인터페이스(human machine interface)’, 기계·기계간에 소통이 가능한 ‘사물 지능통신(M2M communication)’ 기술을 개발, 그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중이다.
메이드 그룹의 쿠카 인수 작업은 산업 측면에서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을 실현하기 위한 중국의 움직임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은 M&A를 통해 첨단 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1월 중국의 국유기업인 켐차이나(Chemchina·中國化工)는 9억2500만 유로(한화 약 1조2300억원)를 지불하고 독일의 플라스틱 고무가공 기계장비업체, 크라우스마페이(KraussMaffei)를 인수했다.
‘인더스트리 4.0’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어 크고 작은 독일 기업 인수가 이어졌는데, 그중에는 중국 상공그룹(Shanggong Group)의 H.Stoll 인수, 상하이전기그룹(Shanghai Electric Group)의 만츠(Manz) 인수 등이 포함돼 있다.
M&A 통해 스마트공장으로 변신 중
중국 기업들이 이처럼 많은 자금을 투입, 독일 기술을 확보하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중국과 독일은 세계 산업을 이끌어가는 유력 국가 중의 하나다. 그러나 산업을 운용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다.
독일은 높은 임금구조 속에서도 첨단 기술을 앞세워 독일 산업 특유의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이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 ‘인더스트리 4.0’이다. 반면 중국은 저임금 환경에서 풍부한 노동력을 앞세워 산업을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상황이 바뀌고 있다. 이전과 같이 젊고 유능한 노동력을 싼 임금에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 정부는 노동력 중심 산업을 첨단 기술로 대체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중국 정부는 특히 자동화 시설과 로봇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공장을 로봇화해 오는 2025년까지 지식 통합 생산시스템(intelligent manufacturing)을 구축해 중국을 세계 산업 혁신의 중심 국가로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2.0 수준에 머물고 있는 노동력 중심의 산업 시설을 공장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4.0 수준으로 교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는 독일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더스트리 4.0’을 이끌고 있는 독일 기업 쿠카 인수는 중국 산업을 노동력 중심에서 첨단 기술 중심으로 변모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 독일 정부다.
최근 익명의 한 소식통은 독일 정부가 쿠카의 인수를 경계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자국의 민감한 산업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경쟁국에 넘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의미다. 현재 독일 정부는 쿠카 M&A에 대한 여론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첨단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을 인수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2월 북경 홀딩스(Beijing Holdings)가 유럽 최대의 자원 재활용 기업 EEW를 인수한 것 역시 유사한 사례다.
이 같은 M&A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계자들은 ‘인더스트리 4.0’으로 무장한 중국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여 싼 가격의 제품을 대량생산할 경우 산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우려감을 표명하고 있는 중이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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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5-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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