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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6-04-06

인간제물 의식은 정치적 행위 오클랜드대, 원시국가 제사 의식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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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되었다. 수많은 종교가 생겨났다가 사라졌다. 좋은 종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떤 종교는 매우 사악해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끔찍한 의식을 자행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을 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 이유를 분석해왔는데 최근 과학자들이 새로운 사실을 규명하고 있다. 5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최근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연구팀은 그동안 인도양·태평양 연안에 살고 있었던 부족들을 대상으로 제사 의식을 조사했다.

그리고 이들 부족들이 종교를 내세워 대중 앞에서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공인된 살인행위를 허용했는지 그 이유를 분석했다. 조사 대상 93개 부족들 가운데 절반이 넘는 부족들이 종교의식을 통해 사람을 제물로 바친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 제물 바치면서 초자연적인 영향력 행사 

영향력 있는 추장, 사제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신이 섬기는 신에게 살아있는 사람을 죽여서 바치는 의식을 엄숙하게 거행했다. 제물이 된 것은 대부분 노예처럼 그 집단에서 힘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원시적인 국가들이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끔찍한 의식을 자행했는지에 대해 과학적인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배츠으이 정치적인 목적을 잔인한 의식을 창안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mexicolore.co.uk
원시적인 국가들이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끔찍한 의식을 자행했는지에 대해 과학적인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오클랜드 대 연구결과 지배층이 정치적인 목적을 잔인한 의식을 창안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사진은 그림으로 전해지고 있는 아즈텍의 제사 의식 장면. ⓒmexicolore.co.uk

종교진화론자들은 이런 행위를 ‘사회통제 가설(social control hypothesis)’에 의해 설명하고 있다. 지배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의식을 거행했다는 것. 인간 제물(human sacrifice) 의식을 거행할 경우 지배자들에게 여러 가지 이익이 뒤따른다.

사람들이 두려워 떠는 살인행위를 통해 자신들이 초자연적인 힘으로부터 구성원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특권을 인정받았다는 무언의 확인을 받게 된다. 부족이나 국가를 다스리는데 이처럼 강력하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의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주장이다.

오클랜드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조셉 와츠(Joseph Watts) 교수는 “지배자들이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방식으로 부족과 국가를 통제했다는 자료와 증거들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진은 오스트로네시아 족(Austronesians) 93개 집단의 전통적인 의식을 분석했다.

오스트로네시아 족이란 타이완을 포함, 인도양·태평양을 끼고 있는 지역과 마다가스카르서부터 이스터 섬, 뉴질랜드에 이르는 부채꼴 모양의 지역에서 유사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어족 국가, 혹은 민족들을 말한다.

역사적, 민족적인 관점에서 과학자들은 인간 제물을 바쳤던 집단의 문화를 평등주의적(egalitarian) 문화에서 신분 차이를 강조하는 계층적(stratified) 문화를 정도에 따라 구분하면서 다양한 집단 문화를 분석해나갔다.

인간 제물 의식은 신분제도 지속을 위한 수단 

조사 결과 평등주의적 문화 속에서는 권력과 신분의 차이가 자식들에게 계승되지 않았다. 반면 온건한 계층적(moderately stratified) 문화 속에서는 사회계급(social classes)을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분과 지위를 계승하고 있었다.

극도의 계층적(highly stratified) 사회에서는 사회적 신분과 지위, 행위 등에 대한 규제가 매우 엄격했다. 또한 사회적으로 큰 우대를 받고 있는 특권층 신분이 대를 이으면서 계승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언어학적인 분석을 통해 남아 있는 기록의 가계도를 추적해나갔다. 그리고 이들 지배층에서 초자연적인 처벌 방식을 통해 자신이 다스리는 집단의 신앙을 조장했으며, 그 신앙심을 통해 피지배층을 통제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분석 결과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과 엄격한 사회적 불평등 제도는 정비례하고 있는 양상을 보였다. 피지배의 신분 상승을 억제하면 억제할수록 사람을 희생하는 의식의 빈도수도 함께 늘어났다.

왓츠 교수는 “종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존경심을 품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사람을 제물로 바친 이들 종교들은 일부 지배층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개발한 매우 잔인한 제도였다”고 설명했다.

진화인류학자인 하버드 대학의 조셉 헨리히(Joseph Henrich) 교수는 “고대 사회에서 한 부족이 다른 부족을 점령했을 때 점령한 부족을 다스리기 위해 인간 제물 의식을 창안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오스트로네시아 족의 언어와 문화가 연관돼 있다는 전제 하에 시도된 것이다. 처음 시도된 연구인만큼 다양한 사례에 대해 입증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리고 학계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인간행동생태학자인 코네티컷 대학의 리처드 소시스(Richard Sosis ) 교수는 “그동안 종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실제적인 증거 없이 학설만 난무해왔다”며, 오클랜드 대의 인간 제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 방식에 놀라움을 표명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6-04-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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