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감자칩을 좋아한다. 다양한 감자칩이 나와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그러나 감자칩을 먹는 사람들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고열량을 지닌 지방 식품이기 때문이다.
감자 하나만 놓고 보면 칼륨과 비타민이 풍부한 건강 식품이다. 그러나 감자를 얇게 썰어 기름에 튀기게 되면 우리 몸에 이로운 영양소가 소실되고, 기름이 스며들어가 몸을 살찌게 하는 지방 식품으로 변모한다.
그동안 많은 식품 과학자들이 이 문제를 고민해왔다. 그리고 최근 감자칩의 비밀을 밝히는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17일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대(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연구팀은 감자칩의 미세 구조를 연구해왔다.
칩 속에 빈 틈새가 많을수록 더 맛있어져
그리고 최근 식품과학저널(Journal of Food Science)에 ‘음식을 튀기는 동안 감자의 미세구조가 기름 흡수량과 맛을 결정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고지방 감자칩 생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내용이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공극률(porosity)이다. 공극(孔隙)이란 빈 틈새를 의미한다. 공극률이란 다공질(多孔質) 물질 안에서 물질의 전체 체적 중 기공체적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생감자 상태에서 감자칩이 될 때까지 이 공극률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분석했다.
일리노이대 연구팀은 연구 재료로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러셋감자(russet potato)를 선택했다. 다른 감자들과 비교해 많은 기름을 흡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감자를 1.65mm 두께로 얇게 썬 다음 콩기름에 튀겼다.
생감자 슬라이스가 기름에 접촉하는 순간 그 표면에 있는 수분이 증발했다. 그리고 칩 표면이 건조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바삭바삭한 표면(crispy crust)이 생겨났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각각 다른 시간과 온도 등을 가했다.
섭씨 185도에서 190도로 온도 변화를 주고 있는 상태에서 튀김 시간을 20, 40, 60, 80초 등으로 변화시켜나갔다. 그리고 조리가 끝났을 때 각각의 감자칩을 대상으로 X선 정밀단층촬영을 실시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감자칩의 빈 틈새가 많으면 많을수록, 또 그 크기가 크면 클수록 튀김을 위한 조리 시간이 늘어나고, 튀김 시간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기름을 흡수하며, 더 많은 기름을 흡수할수록 맛이 좋아진다는 것.
오래 튀길수록 뒤틀림 현상 줄어들어
연구팀은 “튀김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감자칩 내에 빈 틈새가 늘어나고, 맛이 좋아지면서, 그 안에 더 많은 기름을 흡수하게 된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렇게 오래 튀길수록 감자칩의 뒤틀림 현상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공극률이 높아지면 뒤틀림 정도(tortuosity)가 줄어들고, 공극률이 낮아지면 뒤틀림 정도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맛을 결정하는 공극률과 뒤틀림 정도가 서로 반비례하고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감자칩은 1853년 미국 뉴욕 주의 유명 식당 요리사였던 조지 크럼(George Crum)에 의해 선보였다. 크럼은 뉴욕 주의 고급 휴양지인 사라토가 스프링스에 위치한 유명 식당의 요리사였다.
어느 날 감자 튀김이 너무 두껍다는 한 손님의 불평에 크게 고민하다가 이 손님을 아예 골탕먹이기로 작정하고, 감자를 종이장 처럼 얇게 썰어 기름에 튀겼다. 포크로 찍어 먹을 수 없는 얇은 튀김을 내놓았는데 예상과 달리 다른 반응이 나왔다.
튀김을 계속 집어 먹으면서 맛있다는 찬사를 그치지 않았다. 크럼은 이런 반응에 착안 감자칩을 더 많이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이 얇은 감자튀김은 지명을 딴 ‘사라토가칩(Saratoga chips)’, 혹은 그 특징을 살려 ‘포테이토 크런치(potato crunches)’라고 불렸다.
1895년에는 클리블랜드에 감자칩을 대량으로 만드는 공장이 설립됐다. 1920년에는 지금의 감자칩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왁스종이로 만든 포테이토칩이 등장했다. 그리고 지금 감자칩의 인기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중이다.
현재 세계 최대 포테이토칩 회사는 1938년 헐먼 레이가 세운 레이스사(Lay's)와 1990년 미국 테네시에서 만들어진 프링글스(Pringles)사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식품회사들이 더 좋은 맛을 내기 위해 튀김 시간을 더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감자칩 시장을 놓고 식품회사들 간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극률을 늘리려고 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오랜 시간 기름에 튀기면서 감자칩에 더 많은 기름이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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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2-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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