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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5-12-17

“암의 원인, 환경과 행동이 80%" ‘나쁜 운’ 언급한 ‘사이언스’ 논문 정면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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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정상적인 세포 복제 과정에서 그냥 ‘운 나쁘게’ 나타나는 것일까, 아니면 인과관계에 따른 어떤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일까.

최근 미국 스토니 브룩대 연구진은 지난 1월 2일자 ‘사이언스’(Science) 지에 실린 ‘조직 중 암 발생 위험이 있는 변이의 대다수는 ‘나쁜 운’(bad luck)에 기인한다’는 존스 홉킨스대 연구진의 논문과는 상반되게, ‘암 발생의 70~90%는 행동이나 환경에의 노출 같은 외부적 위험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정량적인 증거를 발표해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위의 ‘사이언스’지 논문 집필진은 ‘조직 중 암 발생 위험 변이는 줄기세포 분할 수에 의해 설명될수 있다’(Variation in cancer risk among tissues can be explained by the number of stem cell divisions)는 제하의 논문 요약에서 “인체 조직 중 암 발생 위험이 있는 변이의 3분의 1만이 환경 요인이나 유전적 소인에 기인한다”고 서술한 바 있다.

유서프 해넌(Yusuf Hannun) 미국 스토니 브룩대 암센터 원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위 ‘사이언스’지 논문 집필진과 같은 데이터를 놓고 응용수학 및 통계학, 의학, 병리학 및 생화학 연구진과 학제간 연구팀을 구성해 이를 재분석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암은 외부 위험요인의 결과’라는 상반된 결론을 얻어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16일자 온라인판에 '암 발생에서 외인성 위험인자의 실질적인 기여'(Substantial contribution of extrinsic risk factors to cancer development)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스토니 브룩대 시몬스 센터에 모인 연구진들. 이들은 환경 노출과 같은 외부적 위험 요인이 대부분의 암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계량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스코트 파워스(Scott Powers), 유서프 해넌(Yusuf Hannun), 송우(Song Wu) 및 웨이 주(Wei Zhu) 박사 ⓒ Stony Brook University
미국 스토니 브룩대 시몬스 센터에 모인 연구진들. 이들은 환경 노출과 같은 외부적 위험 요인이 대부분의 암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계량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스코트 파워스(Scott Powers), 유서프 해넌(Yusuf Hannun), 송우(Song Wu) 및 웨이 주(Wei Zhu) 박사 ⓒ Stony Brook University

나쁜 운’과 ‘무작위 돌연변이’론에 분석적 대안 제시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해넌 교수는 “암은 세포 DNA의 돌연변이에 의해 나타나 질서정연한 성장이 아닌 통제가 어려운 세포 성장 문제를 일으키지만, 암의 발병과 진행은 복잡한 사안으로서 과학자들은 내부와 외부의 요인들이 어떤 형태의 암을 일으키는지를 조사할 엄격한 분석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문의 주 저자로 스토니 브룩대 응용수학 및 통계학부 조교수인 송 우(Song Wu) 박사는 “많은 과학자들이 (위 ‘사이언스’지에서 언급된) ‘나쁜 운’(bad luck)이나 ‘무작위의 돌연변이’(random mutation) 암 이론에 반론을 제기하면서도 그 대안으로 암을 일으키는 외부 요인을 계량화한 분석자료를 제시하지 못 했다”며, “이번 논문은 네 가지의 명료한 해석적 접근법을 적용해 위 이론에 대한 대체적 분석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암 위험성을 가늠하기 위한 이 네 가지의 접근법을 활용해 대부분의 암이 거의 외부적 위험 요인에 기인하며, 다만 10~30% 정도만이 무작위 돌연변이나 내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암 발생에서 결정적 내부 요인은 10% 정도”

연구팀은 먼저 조직 세포 회전율로 외부 위험요인을 검사했다. 데이터 중심의 접근방식으로 일생 동안 암(폐암, 췌장암, 대장암 등)에 걸릴 위험과, 위 ‘사이언스’지 논문에 보고된 연구대상 그룹의 정상적인 조직 줄기세포 분할 사이에 어떤 계량적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재조사했다.

‘조직 중 암 발생 위험이 있는 변이의 대다수는 ‘나쁜 운’(bad luck)에 기인한다’는 연구 요약문을 실은 2015년 1월 2일자 '사이언스'(Science) 지. 인터넷 캡처.
‘조직 중 암 발생 위험이 있는 변이의 대다수는 ‘나쁜 운’(bad luck)에 기인한다’는 연구 요약문을 실은 2015년 1월 2일자 '사이언스'(Science) 지. 인터넷 캡처.

만약 내부적 위험요인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면 줄기세포가 유사하게 분할하는 조직은 유사한 평생 암 위험도를 보이게 된다. 연구팀은 이 패턴이 매우 드물다는 것을 발견하고, 내부적 요인은 암 발병에서 다만 10% 정도밖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결과들은 강력한 역학적(疫學的) 증거로 뒷받침됐다. 예를 들어 암 발병도가 낮은 나라에서 높은 나라로 옮겨간 이민자들은 새로 정착한 나라에서 더욱 높은 암 발병 위험도를 보인다는 연구들이 그것이다.

연구진은 또한 암에 있는 돌연변이 흔적(signatures)에 대한 최근의 연구들을 수학적으로 조사 분석했다. 이 흔적들은 여러 변이 과정을 통해 암 유전체에 남아있는 ‘지문’과 같은 것으로 간주된다. 여러 암에서 30개 정도의 분명한 흔적들이 식별됐고, 연구팀은 이 흔적들이 외부에서 온 것인지 혹은 내부에서 기원한 것인지를 분석해 분류했다. 분석 결과 많지 않은 암들이 50% 이상의 내부적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대장암, 폐암, 방광암과 갑상선 암 같은 대댜수의 암은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돌연변이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암 예방과 연구 및 공중보건 전략 마련에 중요한 자료”

많은 암들의 발생률과 사망률이 계속 증가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SEER(Surveillance, Epidemiologic and End Results Program; 감시, 역학, 최종 결과 프로그램) 데이터 분석도 외부 요인들이 이들 암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이미 알려진 암 유전자 돌연변이와 이 유전자 돌연변이가 내부적 돌연변이율로부터 나타날 가능성을 바탕으로 암 발생에서 내부 과정의 기여도를 컴퓨터 모델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암 발생에 3개 이상의 돌연변이가 필요하다고 할 때 내부 요인들이 관찰된 발암 위험들을 암으로 발현시키기에는 역량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는 많은 암들에서 고유의 혹은 내적인 요인이 암을 일으킬 위험은 적다는 것을 가리킨다.

연구팀의 네 가지 방법은 모두 줄기세포 평가치를 사용하든 하지 않든 데이터와 모델 중심의 계량 분석을 포함하고 있다. 모든 접근법의 이면에 있는 개념은 단순한 형태의 분석이 아닌 복합적인 방법으로 암 위험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해넌 박사는 연구팀의 모든 접근법이 “내부적 혹은 외부적 요인에 따른 평생 동안의 암 위험성을 계량화하는 새로운 뼈대를 제공하며, 이는 암 예방과 연구 및 공중보건 전략을 마련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5-12-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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