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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5-11-09

기적의 '탈모 치료제' 탄생하나? 특정효소 억제로 발모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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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다른 목적으로 개발되었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용도에 사용되는 약들이 있다. 협심증 치료를 위해 개발되었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나, 해열제로 탄생했지만 심혈관 질환에도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아스피린’ 등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자체적으로 진행한 간접 실험을 통해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Columbia MC
간접 실험을 통해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Columbia MC

그런데 이런 사례에 추가할 만한 또 하나의 약물이 최근 개발되고 있어 의료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바로 기적의 발모제로 불리는 ‘특정효소 억제제’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는 미국의 과학자들이 혈액 질환 및 관절염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약물을 탈모 치료에 적용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하면서, 기적의 발모제로 불리는 이 약물이 전 세계의 탈모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 기사 링크)

휴면기에 접어든 모낭의 효소를 억제하여 발모시켜

예전에 비해 많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탈모 치료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넓게 보면 노화와 남성 호르몬의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 할 수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탈모의 요인이 워낙 많아 이를 일괄적으로 치료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물론 시중에는 탈모를 치료하고, 발모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몇 가지 약물이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약물은 효과 면에서 상당히 미미하기 때문에,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그동안 새로운 기전의 약물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미 컬럼비아 대학병원의 교수인 안젤라 크리스티아노(Angela  Christiano) 박사와 연구진이 개발 중인 탈모 치료제는 그 같은 노력의 산물이다. 이들은 ‘야누스 키나아제(JAK, janus kinase)’라는 효소를 억제하는 약물을 피부에 사용했을 때, 모발을 빠르고 풍성하게 성장시키도록 촉진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JAK 억제제를 5일간 쥐들에게 투여한 후 매일 관찰했다. 10일 정도가 지나자 새로운 모발이 나기 시작했으며, 3주 뒤에는 무성한 털이 자랐다고 밝혔다. 반면에 대조군의 쥐들은 동일 기간 중 모발의 발아 및 성장이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JAK 억제제를 바르지 않은 대조군(좌)과의 발모 현상 비교 ⓒ Columbia MC
JAK 억제제를 바르지 않은 대조군(좌)과의 발모 현상 비교 ⓒ Columbia MC

하지만 같은 양의 약물을 사용해도 모발 성장의 정도는 모두가 다 달랐다. 약물을 많이 적용한다고 해서 모낭에 활성 주기가 빨리 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연구진의 관계자는 “일부는 10일 안에 강력한 효과를 보였지만, 또 다른 이들은 몇 주 지나서야 여기저기서 털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JAK는 털이 자라는 보금자리인 모낭이 휴면기로 접어들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가진 효소다. 흔히들 모낭에서는 머리털이 꾸준히 자라도록 끊임없이 에너지가 공급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활성기를 이루다가 휴면기로 접어드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JAK 억제제가 어떻게 발모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고, 그 결과 모낭 속에 들어있는 효소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JAK 억제제가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의료계는 이번 연구가 남성형 탈모나 다른 여러 원인으로 모낭이 휴면 상태에 들어선 탈모 환자들에게 JAK 억제제가 새로운 발모제로 개발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다른 용도로 시판 중인 약물이어서 조기 상용화 가능

의료계와 제약업계가 JAK 억제제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는, 이미 경구용으로 FDA에 허가를 받은 두 가지 약물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 중 하나는 적혈구 증가증과 같은 혈액 질환에 이용되는 ‘룩소리티닙(ruxolitinib)’이고, 다른 하나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에 이용되는 ‘토파시티닙(tofacitinib)’이다.

보통 어떤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되더라도, 이 약물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투자가 따른다. 임상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JAK 억제제의 분자구조 ⓒ wikipedia
JAK 억제제의 분자구조 ⓒ wikipedia

그러나 JAK 억제제는 사용 용도만 다를 뿐, 이미 까다로운 임상시험을 거친 약물이라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 한, 상품화시기를 대폭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군다나 탈모 치료로 사용되는 JAK 억제제는 먹는 것이 아니라, 피부에 바르는 형태이기 때문에 그 위험도도 훨씬 낮다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발모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직 사람에게 직접 임상시험을 적용한 것은 아니지만, 배양된 사람의 모낭과 사람의 모낭이 이식된 쥐를 대상으로 한 간접 실험에서 쥐의 원래 피부보다 더 긴 모발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크리스티아노 교수는 “쥐의 모발 성장에 효과적인 약물이 사람의 모낭에게도 같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탈모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발모제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KISTI의 글로벌동향브리핑을 일부 참조해 작성되었습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5-11-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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