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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박솔 객원기자
2015-10-16

유전자 조작 돼지 키워볼래요? 중국에서 애완용 '미니 돼지'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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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전부터 유전자를 조작한 생물은 많이 만들어져 왔다. 유전자가 조작된 작물과 그것으로부터 만들어진 먹거리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도 놀랍지도 않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전자가 조작된 애완 동물이 등장했다.

지난 9월 23일 중국 선진에서 열린 국제 생명기술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베이징 유전체 연구소(BGI; Beijing Genomics Institute)가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를 애완용으로 판매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유전자 조작 기술은 질병 치료를 위해 인간에게서 발현되는 특징을 보이는 동물 모델을 만드는 데 주로 이용되어 왔다. 이러한 연구에 쓰인 동물 모델 중 돼지는 인간과 생리학, 유전학적 특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실험동물로 각광을 받아 왔다.

그 동안 연구목적으로 많이 이용된 돼지는 35~50kg까지 자라는 바마종(種)이다. 가축으로 사육되는 돼지가 100kg 이상 자라는 것에 비하면 바마종은 매우 몸집이 작은 것이지만 여전히 쥐, 토끼 같은 동물에 비하면 유지비가 많이 들고 투여해야 하는 약물의 용량도 크다. 이에 베이징 유전체 연구소에서는 유전자 조작으로 최대 15kg까지 자라는 '미니 돼지'를 만들어 연구에 이용했다.

보통 농장에서 기르는 돼지는 100kg 이상이 될 때까지 자란다. ⓒ J P at Flickr
서로 다른 털 색을 가진 농가의 새끼돼지들. 보통 농장에서 기르는 돼지는 100kg 이상이 될 때까지 자란다. ⓒ J P at Flickr

미니 돼지는 TALENs(transcription activator-like effector nucleases)라는 효소를 이용하는 유전자 조작 기술로 만들어진다. 바마종 돼지의 태아에게서 얻은 세포에 TALENs를 처리해 두 벌의 성장 호르몬 수용체 유전자(GHR) 중 하나가 기능을 못하게 한다. 그러면 이 태아 세포는 발달 단계에서 성장신호를 받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작은 몸집을 가진 미니 돼지가 태어난다.

베이징 유전체 연구소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미니 돼지 수컷들을 정상적인 암컷들과 계속해서 교배하는 방식으로 미니 돼지를 생산했다. 정상 돼지와 미니 돼지를 교배하면 태어나는 새끼들 중 절반만 미니 돼지가 되지만, 전체 복제 과정을 반복하는 것보다는 이 방법이 더 효율적이다.

베이징 유전체연구소의 동물과학 플랫폼에서 기술자문을 맡고 있는 용 라이(Yong Li)에 의하면 지금까지 태어난 20마리의 새끼 미니 돼지들은 건강상의 문제도 전혀 없다고 한다.

이번에 발표된 애완용 유전자 조작 미니 돼지는 유전자 조작 동물이 애완용으로 팔리는 최초의 사례이다. 지금은 시장의 반응과 수요를 파악하고 있는 단계에 불과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는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특징을 가지는 애완동물이 맞춤 제작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연구소 측은 자사가 보유한 기술을 이용하여 소비자가 원하는 털 색깔이나 무늬를 가진 애완용 미니 돼지를 생산, 판매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국제적인 인간게놈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중국에서 1999년 설립한 베이징 유전체 연구소는 2003년에는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36시간만에 해독하는 데 성공했고, 2008년에는 아시아 최초의 개인 유전체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연구소에서 벌인 일인 만큼, 애완용 유전자 조작 돼지는 매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연구소 측은 유전자 조작 미니 돼지를 애완용으로 판매하여 얻어진 수익 전부를 이 돼지를 이용한 의료 목적의 연구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일로 인해 과학자들 사이에서 이미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던, 유전자 조작 기술을 어디까지 사용해도 되는가에 관한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TALENs를 이용한 유전자 조작 기술 개발에 관여한 독일 마틴 루터 대학의 유전학자 젠스 보흐(Jens Boch)는 지난 6일 네이처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처럼 다른 동물들의 삶, 건강, 행복을 인간이 좌우해도 되는지”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미네소타 대학의 유전학자 다니엘 보이타스(Daniel Voytas)는 유전자 조작 기술로 애완동물을 만드는 것 같은 새로운 시도가 “질병 연구나 새로운 작물 개발과 같은 기존의 연구를 방해하거나 혼란을 더하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우려를 해소하고 추가적인 문제 발생을 막으려면 유전자 조작 기술의 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연구소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애완용 유전자 조작 미니 돼지의 가격은 1만위안(약 190만원)이다.

박솔 객원기자
solleap91@gmail.com
저작권자 2015-10-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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