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로 잠을 못 이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아침과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가을하면 산과 계곡이 떠오를 만큼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인데, 이런 곳에는 피톤치드나 음이온 같은 다양한 치유 인자들이 많이 있어서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준다.
특히 음이온의 경우는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체내의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작용을 하는 등 건강 인자의 핵심으로 알려져 있어 ‘공기의 비타민’이라고도 불린다. 그동안 많이 들어는 봤지만 정확한 효능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음이온, 과연 그 정체는 무엇일까?
음이온이 많은 곳은 숲 속이나 폭포 주변
세상의 모든 물질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그 원자는 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고, 핵은 또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양성자는 (+)전하를 가지고 있고, 전자는 (-)전하를 띠고 있다.
이런 전하들은 양이온이나 음이온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양성자 개수와 전자 개수를 비교하여 전체 전하가 (+)전하를 띠는지, (-)전하를 띠는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즉 양성자 수가 전자보다 많으면 양이온이라 하고, 전자의 수가 양성자보다 많으면 음이온이라고 불려지는 것이다.
음이온은 혈액중의 전자 농도를 증가시킴으로 체내 활성산소의 활동을 억제시키고,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작용을 한다. 또한 pH 상승에 도움을 주며, 대뇌에 작용함으로써 뇌 속의 세로토닌(serotonin) 농도를 조절하여 불안증이나 긴장감을 줄여준다.
이처럼 불안감이나 긴장감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스 호르몬이 덜 분비되는 환경까지 조성해 준다. 게다가 대기 중에 음이온이 많아지면 인체의 혈액순환이나 물질대사가 더욱 활발해지면서 면역력 증가까지도 이어지도록 만든다.
음이온은 공기 중에서 발생한다 하더라도, 즉시 양이온과 반응하여 중성이 되는 만큼 평균 25초 정도의 극히 짧은 시간 동안에만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체내에 흡수되어 건강에 도움을 주기는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음이온이 많이 생성되는 곳을 가게 되면 그만큼 확률적으로 음이온을 많이 흡인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폭포나 계곡의 물가 같은 장소는 물 분자가 격렬하게 운동하면서 미세 물방울이 생기는데, 이들은 공기 중의 먼지 및 분자들과 충돌하면서 음이온을 만들게 된다.
원래 음이온이 공기 중에 확산될 때는 평균 수명이 짧아서 기껏 이동해야 30cm 가량 움직일 수 있는 정도다. 확산 도중에 양이온과 결합하여 쉽게 중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전자를 가진 미세 물방울이 공기 중에서 움직인다면 평균수명은 달라진다.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물방울이 증발하는 데는 약 720초가 소요되기 때문에 음이온은 약 10m 거리까지 퍼져 나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레너드 효과(Lenard Effect)’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독일의 물리학자인 필립 레너드(Phillip Lenard) 박사가 발견했다고 해서 명명된 이 효과는,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이 바위에 의해 부서지면서 생긴 물방울에 의해 음이온이 다량 발생하기 때문에 ‘폭포수 효과(waterfall effect)’로도 불린다.
산업화로 인해 도심지 음이온은 거의 사라져
우리가 울창한 숲 속이나, 물이 흐르는 계곡에서 상쾌한 기분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음이온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도심지는 음이온이 없는 것일까?
기상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대기 중에는 음이온이 더 많았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엄청난 자동차 매연과 생활 오염, 그리고 산업 폐기물 등으로 인해 대기 중에 양이온이 대폭 증가하게 되었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공기 1㎤ 당 400~1000개의 음이온이 존재해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최근 측정된 음이온은 거의 0에 가까운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도시화로 인해 대량 발생한 양이온이 음이온과 만나서 중화되어 음이온이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음이온을 많이 접하고 싶다면 도심을 떠나 숲 속이나 계곡으로 가면 된다. 특히 폭포 부근의 숲에 가장 많은 음이온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곳에는 보통 2000개에서 1만개에 이르는 음이온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간이 된다면 이번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가까운 산의 숲으로 가서 공기 비타민을 듬뿍 마시고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 주일의 활력소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15-09-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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