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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슬기 객원기자
2015-08-06

렙틴이 가진 두 가지 얼굴 식욕 억제와 식욕 상승을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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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과 배고픔을 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에게 이런 어려운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렙틴'(leptin)이라는 이름의 단백질 호르몬이다. 물질대사와 행동을 포함한 에너지 섭취 및 소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지방에서 나오는 가장 중요한 호르몬들 가운데 하나다.

렙틴은 지방조직에서 분비하는 체지방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호르몬이다. 그래서 렙틴이 뇌에 가게 되면 체지방률이 줄어들면서 대사 효율은 높아져 체중이 서서히 줄어든다. 하지만 렙틴에 결함이 생기면 극도의 비만 상태가 되고 당뇨병으로 이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렙틴의 분비가 줄어들면 식욕 상승으로 이어지고 과식을 하게 된다. 과열량이 체내 지방으로 누적된다. 몸에 체지방이 증가하게 되면 체내 렙틴 양은 높은 상태를 유지한다. 줄곧 그 상태를 유지하다가 렙틴 수치가 정상 이상으로 높아지게 되면 오히려 저항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뇌에서 '먹지 말라'는 신호를 내려도 반응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먹게 된다.

즉, 렙틴은 지방 조직에서 분비된 후에 뇌에 작용하여 식욕을 억제하고 체내 대사를 활발하게 함으로써 체중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렙틴 분비가 줄어들게 되면 반대로 식욕이 증가하고 체중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렙틴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게 되면 대사 효율이 높아져 그림의 왼쪽처럼 체중이 줄어든다. 하지만 렙틴이 과도하게 분비되거나 부족해서 저항성이 생기면 식욕 상승으로 인해 그림의 오른쪽처럼 살이 찌게 된다.  ⓒ FDA/Renée Gordon (Wikipedia)
렙틴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게 되면 대사 효율이 높아져 그림의 왼쪽처럼 체중이 줄어든다. 하지만 렙틴이 과도하게 분비되거나 부족해서 저항성이 생기면 식욕 상승으로 인해 그림의 오른쪽처럼 살이 찌게 된다. ⓒ FDA/Renée Gordon (Wikipedia)

1994년 제프리 프리드먼(Jeffrey Friedman) 록펠러 대학교(The Rockefeller University, USA) 교수팀이 생쥐 실험을 통해 렙틴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처음 발견했다. 렙틴을 만드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뚱뚱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관련링크)

이 연구 이후 렙틴에 대한 관심이 늘어 연구가 다수 진행되기도 했다. 실제로 비만 쥐에게 렙틴을 투여하게 되면 살이 빠지는 현상도 관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비만을 해소하는데 있어 큰 영향력이 없다는 내용이 속속 발표되면서 그 관심도 줄어들었다.

실제로 비만인 사람들 중 렙틴이 효과를 발휘하는 경우는 10% 미만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보통 비만인 사람들의 경우, 체내 렙틴 농도가 이미 높아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추가로 렙틴을 주입해도 반응하지 않은 저항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렙틴, 수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잠이 부족하면 배고픔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는 렙틴이 수면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수면이 부족하면 뇌하수체의 기능에 변화를 주게 된다. 그러면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은 감소되고 식욕촉진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이 증가하게 된다. 이 때문에 식욕이 촉진되고, 당대사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늘면서 결국 비만의 위험도가 증가하게 된다.

지난 2009년 안 엘리어슨(Arn Eliasoon) 월터 리드 미 육군 의료센터(Walter Reed Army Medical Centre) 박사는 수면 시간이 짧은 사람들이 정상 수면을 취하는 사람보다 활동량과 칼로리 소모량은 많지만 체질량지수는 오히려 정상보다 높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관련링크)

그렇다면 하루에 얼마 동안 자는 것이 좋을까. 개개인마다 다르고 원칙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생체리듬으로 봤을 때 최소한 7시간 이상은 자야 한다. 그래야 수면 부족으로 인한 체중 증가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렙틴 조절, 어떻게 할까

그렇다면 렙틴을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 가장 먼저 밥을 천천히 오래 씹어 먹는 것이 중요하다. 렙틴은 식사를 시작한지 20분이 지나야 분비되기 시작해서 포만감을 느끼게 해준다. 밥을 천천히 먹으면 덜 먹어도 배가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아침 식사를 거르게 되면 식욕을 촉진하는 그렐린이 증가해 섭취하는 칼로리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루 세 번, 제 때 식사를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공복감을 완화하고 포만감을 높이는 단백질과 섬유질도 많이 섭취하면 좋다.

무엇보다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팀은 지난 3월 8주간 유산소 운동을 통해 렙틴이 감소했다는 연구를 발표한 바 있다. 유산소 운동을 통해 렙틴이 감소됐을 뿐만 아니라 혈당을 조절하고 대사 기능이 활성화 됐다. (원문링크)

렙틴은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면 체질량을 줄여주고 보다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렙틴이 과도하게 분비되거나 부족하다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렙틴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렙틴을 보다 현명하게 이용하는 것이 바로 건강한 삶의 시작이다.

이슬기 객원기자
justice0527@hanmail.net
저작권자 2015-08-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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