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活生菌)이 인간의 건강에 유익한 영향을 미쳐 소화기능을 개선하고 알레르기와 감기 등에 대해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듯이, 식물들도 박테리아들로부터 도움을 얻고 이는 우리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대 샤론 도티(Sharon Doty) 교수가 이끈 이 연구에서는 특히 식물의 질소 고정이 뿌리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식물 내 미생물들이 여러 곳으로 퍼지면서 잎이나 줄기 등에서도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 학계의 관심을 모은다[작물과학(Crop Science) 7월 8일]
식물에게 유용한 박테리아와 균류(菌類)는 식물 체내에 기생한다. 과학자들은 수십년 전부터 완두콩이나 일반 콩, 렌틸 콩 등의 콩류가 뿌리 혹에 붙어있는 박테리아로부터 도움을 얻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박테리아들은 생장에 필수적인 질소를 ‘고정’해서 식물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다. 그런데 최근 몇몇 질소 고정 박테리아들이 뿌리를 포함해 나뭇잎이나 줄기에도 서식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신선환 충격을 던졌다.
“식물, 유전적 취약성을 미생물 도움으로 해결”
도티 교수팀은 포플러 나무와 버드나무로부터 그 안에서 기생하는 미생물들을 떼어낸 후 암석이 많은 황무지에서 키워봤더니 매우 잘 자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그 나무들이 잘 자라는 모습을 보고서 ‘단순한 질소 사용 효과만 가지고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나무들의 번식량(biomass)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티 교수팀은 이어 식물의 체내 기생 미생물들을 쌀 작물에 이식해 봤다. 그랬더니 질소 조건이 제한된 온실임에도 불구하고 뿌리나 줄기가 더 풍성해 지고 키도 커졌다.
이 체내 기생 미생물과 식물과의 관계에는 부분적으로 적응의 속도 문제가 내재돼 있다. 도티 교수는 “식물들은 유전적으로 열이나 가뭄, 독성, 저영양 등의 환경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생애주기가 짧은 미생물들이 세대를 넘어가며 빠르게 진화하는 능력을 활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식물들이 서식 환경에 잘 맞는 미생물을 갖게 되면 건강해 지게 되며, 이는 인간이 건강증진을 위해 활생균 제품을 섭취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그러면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박테리아들이 작물을 위해 질소를 고정해 주는 덕분에 농민들은 작물에 뿌리는 화학 질소비료 양을 줄일 수 있다. 도티 교수는 “화학비료 양을 줄이는 것은 환경 생태계에 유익할 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며, “이번 연구는 화학비료에 대한 가능한 대체 방법을 제공하고, 환경에 최소한의 충격을 줄 수 있는 지속가능한 농법을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박테리아 질소 고정, 어떤 식물 종에서나 가능”
이러한 이익은 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식물 체내 미생물의 질소 고정은 이 미생물이 매우 광범위한 곳에서 살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는 것. 식물의 뿌리 혹에 박테리아가 서식하는 종류는 몇몇 종류에 불과하고, 이 박테리아들의 질소 고정은 어떤 식물 종에서나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도티 교수의 설명이다.
포플러와 버드나무의 체내 기생 박테리아는 옥수수나 쌀, 사료용 독보리, 토마토, 후추, 호박, 미송, 서양 붉은 삼나무 등의 성장에 활용될 수 있는데, 도티 교수는 이것이 “식물과 미생물 간의 소통이 이미 오랜 옛날부터 있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박테리아가 식물 안으로 들어가 서식하게 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다. 도티 교수는 박테리아의 형에 따라 다른데, 어떤 종류는 씨를 통해, 또 다른 종류는 주변 환경을 통해 식물로 들어가게 된다고 한다. 일단 식물 내부로 들어간 박테리아는 뿌리 만이 아니라 식물 전체로 퍼지게 돼, 때로는 세포와 수분 및 당분 통로 사이의 공간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그는 “많은 식물 체내 기생 박테리아들이 식물이 잘 뿌리내리게 하는 호르몬을 분비해 식물과 토지가 상호작용을 하도록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도티 교수 연구실은 현재 한 농업회사와 이들 박테리아를 대규모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작물의 씨앗을 코팅하거나 분무하는 방법도 포함돼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5-07-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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