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찰과상 뿐 아니라 큰 수술 이후나 화상을 통해 발생하는 상처를 흉터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있다면 어떨까. 꿈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기술이지만 현실 가능성이 열렸다. 최강열 연세대 교수팀이 상처 치유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인 펩타이드를 개발한 것이다.
상처 치료 막는 단백질을 밝히다
우리 몸은 상처가 발생하면 피부에 존재하는 여러세포들이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피부를 재생시키고자 노력한다. 이 때 세포는 작동하는 기준은 몸 안에서 이뤄지는 ‘세포신호전달계’ 라는 일련의 정보처리체계를 통해서다. 해당 체계를 통해 세포 외부에서 주어지는 신호를 읽고 반응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세포신호전달계 중 윈트신호전달계는 콜라겐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강열 교수는 “윈트신호전달계는 세포 내에서 다양한 생리 혹은 병리현상을 조절하는 중요한 신호전달계의 하나”라며 “암과 골다공증, 비만, 상처 치유, 모발 형성 등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 되면서 다양한 치료제 개발을 위한 타깃으로 주목받는 신호전달계”라고 이야기 했다.
“저희 연구팀은 사람의 섬유아세포와 단백질 ‘CXXC5’ 유전자가 결핍된 쥐를 이용해 CXXC5 단백질이 피부 상처를 치유하고 콜라겐을 형성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CXXC5 단백질이 윈트신호전달계를 구성하는 단백질(Dishevelled)에 결합함으로써 윈트신호전달계를 저해하고 상처치유와 콜라겐 형성을 억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이를 바탕으로 저희는 CXXC5와 Dishevelled의 결합을 경쟁적으로 억제 할 수 있는 펩타이드(PTD-DBM)를 개발했습니다. 개발한 펩타이드는 인간 세포와 마우스 모델에서 상처 치유와 콜라겐 형성을 촉진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펩타이드가 융합돼 있어 피부 내에 효과적으로 침투될 수 있기 때문에 상처를 효과적으로 아물게 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최강열 교수팀이 개발한 펩타이드는 기존에 연구팀이 상처치유 효과를 확인한 윈트신호전달계 활성물질과 함께 처리하면 효과가 극대화된다. 때문에 현재 이용되고 있는 상처 치유제보다 월등한 치유 속도를 나타내고 있다. 마우스 실험군에 적용한 결과 초기 치유 속도는 대조군에 비해 10 배 정도 빨라졌으며 현재 유사한 상처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상피세포성장인자 같은 약물과 비교했을 때도 3~4배 향상됐다.
연구팀은 피부암의 일종인 악성흑색종(melanoma) 환자의 종양 제거 후 발생하는 큰 상처 치유 과정에 CXXC5가 윈트신호전달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개발한 펩타이드가 사람의 상처치료제로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개발한 펩타이드는 배양된 사람세포에서 작용하는 것은 물론, 악성흑색종 제거로 인해 커다란 개방형 상처가 발생한 환자의 피부조직에도 효과를 보였습니다. 악성흑색종 환자의 상처치유기간을 추적조사한 결과, 사람의 상처 회복 과정에서도 CXXC5가 윈트신호전달계와 피부 상처 치유의 음성조절자로써 작용하는 것을 발견한 거죠. 이와 같은 발견은 본 연구를 통해 개발한 펩타이드가 사람의 상처 치유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3년 안에 상용화 가능
이처럼 큰 상처까지 흉터없이 치유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이 열린 것은 많은 환자들에게 희소식이다. 때문에 연구결과가 발표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상용화 시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강열 교수는 “피부 질환은 다른 질병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임상적 접근이 쉽고, 펩타이드는 피부에 직접 적용이 가능한 약이기 때문에 작용 후 쉽게 분해된다. 상처 치료는 일시적으로 사용되는 면을 고려할 때 부작용의 가능성이 낮아 빠르게 상용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이어 그는 “피부 내 독성 테스트 같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테스트를 거친 후 임상연구에 적용하면 3년 안에 상용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윈트 신호전달계 활성화는 상처가 아무는 동안 대부분의 과정에 작용합니다. 흉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상처 치유가 빨리 이뤄져야 할 뿐 아니라 콜라겐 같은 세포가 빠르게 축적돼야 합니다. 헌데 저희팀이 개발한 펩타이드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어요. 때문에 흉터완화 속도 역시 빠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거죠.”
최강열 교수는 평소 암 연구를 주로 진행하는 연구자다. 이와 함께 윈트신호전달계와 관련한 연구 역시 진행하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뼈 성장과 지방 분해, 신경 발달 등 다양한 생리 및 병리적 현상에 대해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 기존 약물은 내성이 생겨 치료율이 감소하곤 합니다. 저희 연구팀은 바로 이 점에서 호기심을 가졌어요. 키 성장과 피부 재생 등 생리적 현상을 조절하는 약물의 효과를 방해하는 인자에는 무엇이 있는지 관심을 갖게 된 거죠. 그렇게 연구를 시작했고 마침 저희가 주목하고 있던 윈트신호전달계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음성조절자를 발굴하게 됐습니다. 연구를 통해 해당 조절 인자의 유전자결핍마우스의 피부에서 윈트신호전달계가 활성화 돼 있음을 확인했고 이번 연구까지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 황정은 객원기자
- hjuun@naver.com
- 저작권자 2015-06-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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