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는 골프장들이 사용하고 있는 물의 양은 하루 약 79억ℓ다. 골프장 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물의 양은 약 49만ℓ로 집계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양의 물을 잡아먹는 캘리포니아 지역 골프장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상 최대의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 전체가 물 부족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 최근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전 지역에 걸쳐 25%의 물 사용량을 줄이라고 행정명령을 발동한 상황에서 골프장이 너무 많은 물을 사용하지 않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골프장들이 새로운 관개 기술과 농법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골프장 용 물 전문가 마이크 후크(Mike Huke) 씨는 22일 '사이언스 2.0'을 통해 “많은 골프장들이 가뭄을 극복할 수 있는 첨단 관개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발·산되고 있는 수분 양 정확히 측정
‘관개&잔디풀 서비스(Irrigation&Turfgrass Services)’ 사에 근무하고 있는 후크 씨는 최근 새로 적용되고 있는 골프장 관개 기술이 증발·산량(蒸發散量, evapotranspiration) 측정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양에서 물이 사라지는 것은 토양에서의 증발(evaporation)과 토양 위에서 자라는 식물 잎 표면에서의 증산작용(transpiration) 때문이다. 그러나 증발·산에 의한 토양수분의 소실은 토양의 수분함량뿐만 아니라 기후와 식생, 지표 상태에 따라 매우 다르다.
이를테면 구름이 없는 날과 구름이 있는 날 사이에 증발·산되고 있는 수분의 양은 크게 다르다. 토양 위에 어떤 종류의 잔디를 심었는지, 또 바람이 어느 정도 불고 있는지 여러 가지 요소들이 물 수요량에 영향을 미친다.
증발·산량을 정확히 측정해 분석하면 골프장에서 어느 정도 물이 필요하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으며, 물 낭비를 줄일 수 있다. 골프장에서는 이 방식이 사용된 것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장비 부족으로 인해 충분한 데이터를 생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첨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온과 습도, 풍속과 풍향은 물론 증발·산의 원인이 되고 있는 태양 복사에너지의 양, 강우량 등을 컴퓨터를 통해 종합 분석한 후 어느 정도 물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측정해내고 있다.
후크 씨에 따르면 이 일을 수행하고 있는 첨단 시스템은 하루 전에 어느 정도 물이 필요한지 측정해낼 수 있다. 또 어떤 토양이 물 보존에 더 적절한지, 그리고 어떤 잔디를 심어야 하는지 결정해 물 부족 사태를 근본적으로 줄여나갈 수도 있다.
첨단기술 도입, 물 사용량 35% 줄여
살수 장치인 스프링클러 역시 놀라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과거에는 지표면에 3만 개 정도의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정기적으로 물을 뿌려주어야 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토로(Toro)'란 기업에서는 토양 상황에 따라 급수가 이루어지는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토양의 수분 함량뿐만 아니라 기온, 염분 함유도 등을 1초 간격으로 측정해낸다. 잔디가 잘 자랄 수 있는 토양을 확보하고, 그 위에서 자라는 잔디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 항목들이다.
가뭄을 잘 견딜 수 있는 잔디도 개발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골프협회(USGA)는 물 고갈 상태에서 소금 성분에 잘 견디는 잔디를 개발해왔다. 그리고 텍사스 A&M 대학을 통해 한 여름 가문 상황에서 60% 이상 살아남는 버뮤다(Bermuda) 신품종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USGA에서는 또 내륙에서 자라는 염생초(塩生草, saltgrass), 해변가에서 자라는 참새피(paspalum) 등을 대상으로 현재 골프장 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버뮤다보다 훨씬 더 가뭄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캘리포니아 주의 한 골프클럽은 이전보다 물 사용량을 35% 줄일 수 있었다. 최근 주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물 감량 비율 25%보다 10% 포인트가 더 많은 비율이다. 주 정부에서는 이 골프장에 대해 세금 감면 등 혜택을 주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골프장에서 이처럼 첨단 기술을 일찍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주 내에 실리콘밸리라는 벤처단지가 있기 때문이다. 가뭄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이곳 벤처 기업들은 가뭄에 대처할 첨단 기술들을 끊임없이 상용화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개발은 골프장 뿐만 아니라 다른 농업·환경 분야데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증발·산량 측정 기술은 지구상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가뭄 상황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으며, 대책을 세워나갈 수 있는 중요한 기술들이다.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뭄과 과학기술과의 전쟁이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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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6-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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