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을 앞두고 있는 시리즈 영화 ‘쥬라기 월드(Jurassic World)’를 놓고 과학자들과 영화 제작자들 간에 논쟁이 벌어지고 다. 고생물학자들이 이 영화에 나오는 공룡들을 ‘터무니없는 모습의괴물' 정도로 평가절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샘프턴 대학의 대런 네이시(Darren Naish) 교수는 최근 '인디펜던트'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전에 상영했던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에서는 실제로 살아있는 것 같은 공룡의 모습을 재현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전혀 다른 모습의 우스꽝스러운 공룡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 “영화 제작자들이 정교한 기술을 동원해 바보 같은 모습의 공룡을 만들어냈다”며 고생물학자로서 불만감을 표명했다.
‘쥬라기 공원’에서는 실제 모습 재현
과학자들은 1993년 최초 개봉한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공룡들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스토리를 위해 공룡에게 빠르고 지능적인 모습을 부여했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자신들의 연구 결과와 흡사한 공룡을 창출해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쥬라기 공원’에 참여한 고생물학자들은 땅 속에서 발굴한 공룡 화석들과 비교해가며 영화 속에 나오는 공룡에 대해 철저한 검증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초식공룡 갈리미무스(Gallimimus)가 대표적인 사례다.
대형 공룡들과 함께 초원을 달리는 이 닭처럼 생긴 공룡의 모습은 과학자들의 찬사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작은 엉덩이를 흔들며 먹이(작은 공룡들)을 좇는 티라노사우르스(T-Rex)의 모습도 학자들의 자문을 철저히 거친 것이다.
대중들 역시 생전 처음 보는 이 공룡들의 모습에 크게 열광했다. 감독을 맡은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에게도 대중의 찬사가 이어졌다. 대중은 영화 속에서 살아있는 것 같은 공룡을 볼 수 있다는데 대해 감사를 표명했다.
‘쥬라기 공원’이 이처럼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1970~80년대 과학의 발전과 무관하지 않다. 땅 속에 있는 공룡 화석들을 실제 모습으로 재현해내기에 이른다. 1990년대 들어 새로 등장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은 상상 속의 공룡을 실제 모습처럼 재현해냈다.
살아 있는 것 같은 이 공룡들의 모습에 대중이 큰 놀라움을 표명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이 공룡들 역시 과학적으로 논란이 제기되었다. 첫 번째 논란은 공룡들 피부다. 영화 속에서는 비늘로 뒤덮여 있었지만 털이 있었다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을 묵살한 것이다.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벨로키랍토르(Velociraptor) 역시 크기가 너무 작다는 지적이 있었다. 티라노사우르스에 대적할 정도의 중대형 공룡이었음에도 영화 속에서는 너무 작은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것.
과학적 사실보다 흥행에 더 큰 관심 보여
이외에도 여러 지적들이 있었지만 최초의 공룡 모습의 열광하고 있었던 대중들은 이런 논쟁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과학자들 역시 땅 속의 공룡 화석을 실제 모습으로 재현해낸데 대해 큰 만족감을 표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7년 ‘쥬라기 공원 - 잃어버린 세계’, 2001년 ‘쥬라기 공원3’로 이어진 속편이 나오고 벌써 20여 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달라졌다. 고생물학자들은 ‘쥬라기 월드’에 등장하는 (새로운) 공룡 모습에 큰 놀라움을 표명하고 있다.
척추가 있고, 피부가 깃털로 덮힌 이상한 공룡이 출현했다는 것이다. 과거 과학적으로 증명했던 공룡의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주장이다. 고생물학자는 물론 많은 동물학자들이 SNS 등을 통해 이 새로운 공룡 출현에 불만을 표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창조론자들이 등장했다. 창조론 조직들 가운데 ‘켄 햄의 해답은 창세기(Ken Ham's Answers in Genesis)’은 ‘쥬라기 월드’ 성명서를 발표하고 영화 속에 등장한 공룡들의 모습이 과학 시간에 배운 공룡의 모습보다 더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백악기에 살았던 공룡들에게 털이 있었다는 것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과학 선생님들이 비늘로 덥혀 있는 공룡의 모습을 가르치고 있다”며, 개봉을 앞둔 ‘쥬라기 월드’를 옹호하고 나섰다.
이번에 개봉하는 ‘쥬라기 월드’ 역시 공룡과 인간과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테마 파크인 ‘쥬라기 공원’에서 유전자 조작 공룡을 앞세워 22년 만에 재개장을 시도하지만,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난 공룡들이 인간을 위협하고,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사투가 벌어진다는 내용이다.
제작 총괄을 맡은 스티븐 스필버그는 “훌륭한 스토리의 힘은 22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고 믿는다. 오늘날의 발전된 기술과 스태프들의 재능으로 이 시리즈를 다시 선보이는 것에 대해 제작자로서 큰 기대를 걸고 있다”라고 영상을 통해 소감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창조론자들을 제외한 대다수 과학자들은 스필버그는 물론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이 과학적인 검증을 모두 무시하고 흥행만을 위해 이상한 공룡들을 만들어냈다고 강한 불만을 표명하고 있는 중이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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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6-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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