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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황정은 객원기자
2015-06-03

알부민으로 통풍치료 효과 [인터뷰] 권인찬 광주과기원 신소재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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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만 스쳐도 통증이 느껴진다고 하는 통풍. 주로 중년의 남성에게서 발생하던 이 질환이 최근에는 30대 젊은 층에게도 발병하고 있다. 잦은 술과 육류의 섭취 등 현대인의 식습관이 변화하면서 통풍환자도 매년 증가하는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통풍환자 수는 국내에서 최근 5년간 연평균 13%씩 증가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치료 효과가 7배나 좋은 새로운 통풍치료제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권인찬 광주과기원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이 통풍을 유발하는 요산을 분해해 인체에 무해한 물질로 바꿔주는 요산분해효소를 체내에서 오래 지속시키는 신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약물전달 분야 권위지인 ‘저널 오브 콘트롤드 릴리즈(Journal of Controlled Release)’ 4월 15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으며, 연구팀은 이번 성과에 대해 지난달 국내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권인찬 광주과기원 신소재공학부 교수(중앙)와 실험실 연구원들 ⓒ 권인찬
권인찬 광주과기원 신소재공학부 교수(중앙)와 실험실 연구원들 ⓒ 권인찬

알부민과 요산분해효소의 결합

“몸 안에 요산이라는 물질이 과도하게 축적돼 발생하는 통풍은 관절의 연골, 힘줄에서 결정화돼 붓고 염증을 일으킵니다. 심하면 콩팥 장애와 결석, 심장질환, 당뇨, 고혈압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 같은 현상을 치료하기 위해 지난 2010년 미국 식약청에서는 ‘요산분해효소(urate oxidase)’를 통풍치료제로 허가했어요.

요산분해효소는 요산을 인체에 무해한 물질로 바꾸는 효과를 갖고 있죠. 하지만 자연계에서 얻어지는 요산분해효소는 체내에서 빨리 분해되므로 약효를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요산분해효소에 합성고분자인 폴리에틸렌글라이콜을 결합시킨 의약품이 개발됐지만 해당 성분에 대한 면역 반응이 발견됐고 약효 또한 감소된다는 사실이 보고되면서 대체 기술의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기존에 사용된 합성 고분자 대신에 사람에게서 얻어지는 안전한 단백질인 알부민을 요산분해효소에 결합시켰습니다. 이로써 알부민이 없는 요산분해효소보다 체내에서 7배나 오래 약효가 지속되도록 기술을 개발한  거죠.”

권인찬 교수팀이 사용한 알부민은 사람의 혈액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단백질로, 인체에 해가 없고 체내에서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성질을 갖는다.

권 교수는 “알부민은 혈액 내에서 지방산이나 약물 들을 전달해 주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러한 알부민을 요산분해효소와 결합해 요산분해효소도 혈액 내에서 안정적으로 오랜 시간 약효를 낼 수 있게 했다. 따라서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요산분해효소 뿐 아니라 다른 단백질의약의 약효를 지속시키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알부민을 요산분해효소에 결합시킨 보고는 우리 연구실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알부민을 요산분해효소와 무작위로 결합시키면 약효를 내는 중요 부위가 가려져 효과가 크게 감소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때문에 중요 부위에만 알부민을 결합시키기 위해 요산분해효소와 알부민 단백질의 연결고리로 클릭화학 반응성을 가진 아미노산을 도입했다. 효소의 중요 부위에 아미노산을 연결한 뒤 알부민 단백질을 결합시킴으로써, 선택적 결합을 가능케 하고 약효를 극대화할 수 있던 것이다.

“그동안의 요산분해효소는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약 1.3 시간 만에 약효가 반으로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개발한, 알부민이 결합된 요산분해효소는 8.8 시간 만에 약효가 반으로 감소했습니다. 아직 임상실험 결과는 없지만 사람에게서 얻어진 알부민을 사용했기에 이러한 약효 지속 효과는 사람에게서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알부민 단백질을 요산분해효소에 결합시키는 과정을 그린 그림. 요산분해효소의 활성부위를 피해서 클릭화학 반응성을 가지고 있는 아미노산을 도입했다. ⓒ 한국연구재단
알부민 단백질을 요산분해효소에 결합시키는 과정을 그린 그림. 요산분해효소의 활성부위를 피해서 클릭화학 반응성을 가지고 있는 아미노산을 도입했다. ⓒ 한국연구재단

연구의 핵심, 알부민의 결합 위치

그렇다면 이번 연구가 성공할 수 있던 가장 핵심적인 단계 혹은 과정은 어디에 있을까. 권인찬 교수는 “핵심 기술 중 하나는 알부민을 요산분해효소의 특정 위치에만 결합시킨 것에 있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알부민을 여러 위치의 요산분해효소에 결합하면 약효를 나타내는 중요 부위가 가려져서 약효가 감소될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저희는 요산분해효소의 약효에 중요하지 않은 한 곳에만 알부민을 결합했습니다. 이를 위해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하나를 특이한 반응기를 갖고 있는 아미노산 유도체로 치환해주는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헌데 노력에 비해 만들어지는 양이 매우 적었어요. 이것이 늘 어려움이었죠. 그러던 중 마침 미국 하버드 대학의 한 연구팀에서 아미노산 유도체가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저희 연구에 쓸 수 있도록 변형했습니다. 새로운 연구결과를 바로 저희 연구에 적용한 것 역시 좋은 연구결과를 얻을 수 있던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권인찬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인체에 무해한 알부민을 요산분해효소에 결합시킴으로써 향후 통풍과 같은 고요산혈증과 관련된 질병 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또한 개발된 기술은 요산분해효소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단백질 의약의 약효를 증대시키는 데도 적용될 수 있기에 건강복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받고 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5-06-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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