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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2015-05-15

과학자 2863명이 참여한 공동연구 박테리오파지 유전자 지도 함께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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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bacteria) 속에서 사는 바이러스를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라고 한다. 세포 안에 들어가 세균을 잡아먹는다고 해서 '박테리오파지'란 이름이 붙었다. 광학현미경으로는 직접 볼 수 없는 미소한 입자로 살아 있는 세포 안에서만 증식이 가능하다.

박테리오파지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1915년 영국의 세균학자 F.W. 트워트다. 그는 포도상구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를 관찰하던 중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그리고 100년이 지난 지금 분자생물학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가 됐다.

박테리오파지를 이용, 대장균 연구는 물론, 독성 연구, 새로운 사료 개발, 더 나아가 슈퍼 박테리아를 막을 항생제 대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최근 전 세계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세계지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새로운 파지 발견하면 세계 지도에 등록 

과학저널 '이라이프'(eLife)는 최근 이색적인 리포트를 게재했다. 세계 2863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해 박테리오파지 세계지도를 작성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지도 안에는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고 있는 박테리오파지의 명칭과 함께 상세한 유전자 정보가 실려 있다.

세계 2863명의 과학자들이 공동 참여해 만들고 있는 박테리오파지 세계지도.  지도 안에는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고 있는 박테리오파지의 명칭과 함께 상세한 유전자 정보가 실려 있다.  ⓒwww.phagesdb.org
세계 2863명의 과학자들이 공동 참여해 만들고 있는 박테리오파지 세계지도. 지도 안에는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고 있는 박테리오파지의 명칭과 함께 상세한 유전자 정보가 실려 있다. ⓒwww.phagesdb.org

이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많은 과학자들이 공동 연구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 6000명이 참여하고 있는 힉스 입자 연구보다는 적지만 생물학 분야에서는 가장 많은 수의 연구자가 참여하는 협력연구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힉스 입자 연구와 다른 점은 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대학원생들이라는 점이다. 주요 대학에서 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유전자 지도 만드는 일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현장에서 발견한 새로운 박테리오파지에 ‘HelgaHufflepuf', ’PhatCats2014‘와 같은 독특한 이름을 붙인 후 관련된 유전자정보를 추가해나가고 있다. 정보가 축적되면서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도 밝혀지고 있다.

연구자들은 리포트를 통해 일부 박테리오파지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에 자유분방하게 유전자를 교환 하면서 다양한 성격의 유전자 스펙트럼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피츠버그 대학의 그레이엄 해트풀(Graham Hatfull) 교수는 이번 연구가 바이러스를 연구하고 있는 세계 많은 과학자들에게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제기되고 있는 박테리오파지 관련 의문을 풀어줄 수 있을 것라고 말했다.

대학원생들 연구과정에 쉽게 부담없이 참여 

해트풀 교수는 하워드휴스 의학연구소(HHMI)에 지원을 받고 있는 'SEA-PHAGE' 연구팀 리더다. “대학원생들은 흙 속에 있는 토양 샘플을 가져와 그 안에 들어 있는 파지를 분리한 다음 유전자 분석을 하고 있으며, 이렇게 분석한 자료를 세계지도에 추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연구자들이 큰 부담 없이 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이 연구의 주인이면서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박테리오파지를 처음 발견해 자신이 붙힌 이름으로 등록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연구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지만 이 지도가 주는 파급효과는 지대하다.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전자 분석에 따라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들이 수시로 입력되면서 연구자들 사이에 또 다른 공동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2863명의 맨파워가 만들어내고 있는 이 플랫폼의 파급 효과도 매우 크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최신 고급 정보를 주고 받는 창구로,  또한 과학을 지망하고 있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연구 환경에 진입할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해주고 있다.

해트풀 교수는 “이 프로젝트가 특히 18~19세의 대학을 갓 입학한 신입생들이 어렵지 않게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다른 나라 저명한 학자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사상 최초로 박테리오파지에 대한 세계지도가 그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거대한 유전자정보를 담은 이 지도가 바이러스 연구는 물론 분자생물학 발전에 신기원이 될 전망이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5-05-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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