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토요일 오전 11시 56분(현지시각) 네팔에서 규모 7.9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지는 수도 카트만두에서 80km, 제2의 도시 포카라에서 70km 떨어진 중간 지점의 고르카(Gorkha)다.
이번 대지진으로 지금까지 5000 명 이상이 사망하고 1만 명 넘게 부상을 당했다. 이재민까지 포함하면 800만 명 이상이 피해를 봤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전체 육군의 90%가 실종자 수색에 투입되고 있다.
네팔은 중국과 인도의 국경을 이루는 히말라야 산맥을 북쪽 장벽으로 삼는다. 히말라야는 유럽 전체와 아시아 북부를 잇는 유라시아판이 남쪽에서 밀려오는 인도판과 4000~5000만년 전 서로 부딪히며 떠밀려 올라가 생겨났다. 두 지각판이 만나 힘겨루기를 하는 곳이므로 지진이 잦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금까지 수많은 대지진을 겪었다. 1934년 1월에는 규모 8.2의 강진이 이번 진앙지 근처에서 발생해 1만6천 명 이상이 사망했다. 1980년 7월에는 규모 6.5의 지진으로 100명 이상이, 1988년 8월에는 규모 6.8로 1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에도 1993년, 1994년, 2001년, 2003년, 2011년 등 강진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대지진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100억 달러(약 10조 원)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세계 최빈국에 속하는 네팔은 지진 관측이나 대처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은행(WB)이 발표한 1인당 GDP는 2013년 기준 694달러로 217개국 중 최하위권인 199위다.
중장비나 구급차도 턱없이 모자라다. 무너진 자기 집을 삽으로 손으로 치우는 주민들이 대다수다. 교통부장관도 폐허 아래 갇힌 조카를 구출하는 데 40시간이 넘게 걸렸을 정도다. 각국의 원조가 이어지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들도 모여들지만 네팔 정부는 무엇보다 헬리콥터와 중장비 지원을 우선 요청한 상태다.
붕괴된 건물 대부분은 내진설계 없는 흙벽돌 집
이번 대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수도 카트만두다. 진앙지에서는 제2의 도시 포카라가 더 가까웠지만 도시가 세워진 위치와 조건이 양쪽의 운명을 갈랐다.
미국 지질조사소(USGS)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한 위치는 지표면에서 15킬로미터 아래로 그리 깊지 않아 충격이 컸다.(링크 참조) 그런데도 포카라는 피해를 덜 입고 카트만두에서 사상자가 속출했다. 여기에는 3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대지진의 힘이 뻗어나간 방향이 남동쪽의 카트만두를 향했다. 둘째로 포카라는 단단한 암반 위에 지어져 있어 진동이 대부분 중화되었고 고층건물도 거의 없었다. 반면에 카트만두는 퇴적층 위에 도시를 건설했다. 충격파가 지표면까지 그대로 전달되거나 오히려 증폭되기 좋은 조건이다.
셋째로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았다. 250만 명 이상이 살고 있는 카트만두는 네팔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임에도 대부분의 건물은 흙벽돌로 대충 지어져 있다.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주택이 모자라 단시간 내에 지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물의 상당수가 내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기둥의 수를 적게 만들었다.
지진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려면 설계 단계에서부터 내진, 면진, 제진의 3가지 대비책이 적용되어야 한다. ‘내진’은 충격파로 인한 흔들림과 떨림을 건물 스스로 견디는 능력을 가리킨다. 벽돌보다는 철골이나 콘크리트를 이용해 내력벽을 만들어야 한다.
‘면진’은 진동을 피해갈 수 있는 능력이다. 기둥 밑에 탄성이 높은 고무 등의 재질을 끼워 충격을 흡수하게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진’은 충격파와 반대되는 힘을 발휘해 중화시키는 능력이다. 고층빌딩 내부에 시계추나 유압기 등의 완충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여기 해당된다.
내진 능력 높이는 방향으로 건물 개축 필요
네팔의 건물들에 내진 처리가 어려웠던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은 낮은 소득수준이 걸림돌이다. 1인당 GDP도 700달러가 못 되지만 도시민들의 대부분이 그보다 못한 돈으로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건물의 안전에 많은 비용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다.
행정규제가 느슨해서 내진설계를 하지 않아도 별다른 처벌이 없던 것도 문제다.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의 학자들이 대지진의 위험을 경고했지만 정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모든 자녀들에게 재산을 균등하게 나눠주는 상속제도도 비극에 한 몫을 했다. 토지를 자꾸 쪼개다 보니 건물도 그에 맞춰 좁고 높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저개발국가의 지진 대비책 마련을 돕는 미국의 비영리 연구단체 지오해저드 인터내셔널(Geohazards International) 측은 3가지 방안을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첫째로 퇴적층이 아닌 기반암 위에 건물을 지어야 한다. 현재의 카트만두 위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시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로 건물을 서로 연결해 붕괴를 막아야 한다. 좁고 높은 건물이 홀로 서 있으면 횡으로 가해지는 충격에 쓰러지기 쉽다. 셋째로 철골 등 내진 능력이 높은 자재를 섞어서 지어야 한다. 현재의 벽돌집과 콘크리트 빌딩의 내진 능력을 높이는 추가의 공사가 불가피하다.
앞으로도 강진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은 네팔도, 지진 위험이 아예 없다고 말하기 어려운 우리나라도 귀담아 들을 만한 충고다.
- 임동욱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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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4-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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