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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보는 천체망원경 직접 만들어요" [창조경제 이끌 한국의 메이커스] 유준규 스코프마니아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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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만든 망원경으로 별을 본다면 얼마나 낭만적일까. 천체망원경 자작 공방 '스코프마니아(http://cafe.daum.net/scopemania)'가 바로 천문기기, 망원경을 직접 만들기 위한 오프라인 중심의 모임이다. 이곳의 운영을 맡고 있는 유준규 씨는 중학생 때부터 천체망원경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만든 것 만해도 수십여 종에 달한다.

“제가 어릴 적에는 천체망원경이 너무 비쌌어요. 천체망원경을 갖고 싶어도 아이에게 선뜻 그걸 사줄만한 재력이 있는 집들도 많지 않았구요. 그러니 망원경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만드는 수밖에 없었지요. 그렇게 해서 천체망원경 자작이 시작됐던 겁니다.”

오프라인 모임 위해 자작공방까지 운영

유준규 씨가 직접 만든 홍천의 개인관측소에서 직접 만든 천체망원경과 함께하고 있다. ⓒ ScienceTimes
유준규 씨가 직접 만든 홍천의 개인관측소에서 직접 만든 천체망원경과 함께하고 있다. ⓒ ScienceTimes

천체망원경에서 중요한 건 바로 광학렌즈다. 처음에는 광학렌즈 만들기는 어려워서 못하다가 대학에 들어가서 광학렌즈까지 만들게 되었다고. 하지만 대학전공도 금속공학이고, 직업도 천체망원경과는 전혀 관련 없는 직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유준규 씨에게 천체망원경은 완전한 취미활동이다. 하지만 2008년부터 오프라인 모임 장소로 자작공방을 열어 운영하고 있으며 작업에 필요한 CNC 같은 장비까지 직접 제작할 만큼 열심이다. 그러니 천체망원경 자작이야말로 요즘 한창 붐이 일고 있는 메이커문화의 원조가 아닐까 싶다.

“망원경을 크게 나누면 반사식과 굴절식이 있습니다. 굴절식은 카메라처럼 앞에 렌즈가 달려 있는 것이고, 반사식은 뒤에 거울이 달려 있어 것입니다. 렌즈를 연마하는 작업이 가장 어려운데 굴절식에는 렌즈가 2개 이상 필요하고, 반사식에는 렌즈가 1개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대부분 반사식을 많이 만들지요. 만들기 쉽다고 해서 반사식이 별을 보는 성능에는 굴절식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천체망원경은 구입가격에 비하면 제작비가 10분의 1일에 불과하다. 기계가공을 외주에 맡기게 되면 제작비가 더 올라가기 때문에 유준규 씨의 공방에는 제작기기까지 모두 갖춰져 있다. 그런데 작은 망원경보다는 큰 망원경이 잘 보이기 때문에 천체망원경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더 큰 망원경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

“큰 망원경을 만들면 그것을 가지고 나가서 별을 보기가 힘들어져요. 운반을 혼자서 하기 힘드니까요. 그래서 얼마 전에 작지만 홍천에 개인관측소를 만들었습니다. 관측소 옆에 가족들도 함께 갈 수 있도록 작은 숙소를 건설업자에게 맡겨서 지었는데, 관측소만큼은 저랑 동호회 부회장이랑 둘이 힘을 모아 직접 제작을 했습니다.”

망원경 제작기기까지 모두 직접 만들어

유준규 씨의 망원경 만들기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오죽하면 망원경 만들기에 빠져서 연애할 틈도 없었을까. 결혼도 동호회 활동 덕분에 하게 됐다. 지금의 아내에게 망원경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다 정이 들어서 하게 됐다고 하니 말이다.

“흔히들 천체망원경을 만든다고 하면 이걸로는 어디까지 볼 수 있느냐고 질문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그건 옳은 질문이 아닙니다. 얼마나 어두운 것까지 볼 수 있느냐고 묻는 게 맞습니다. 왜냐면 2백만 광년 떨어져 있는 안드로메다은하는 밝기 때문에 맨눈으로도 희미하게 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제작자는 먼 우주를 보도록 만들었거나 별 사진 촬영을 잘하도록 만들었거나 자신이 설계한 의도대로 잘 보일 때 가장 큰 성취감을 느끼게 됩니다.”

어떤 제작자들은 별 사진을 찍어서 허블망원경의 사진과 비교해보며 성취감을 느끼거나 아니면 아직 명명되지 않은 혜성이나 소행성을 찾는 걸 추구하기도 하는데, 유준규 씨는 자신의 망원경이 천문학자들이 연구하는데 사용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그 바람이 이뤄졌다.

“경희대 박수종 박사팀이 저의 홍천관측소에서 제 망원경으로 연구한 것이 최근에 논문으로 나왔어요. 제가 항상 원하던 바였기에 망원경을 제작해서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는 것 이상의 성취감이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유준규 씨가 만든 망원경의 가치를 알아보고 요즘은 제작 의뢰를 해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것을 부업으로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고민 중이라고. 이에 대해 유준규 씨는 “사실 창업을 하려면 투자비용이 문제인데, 저는 이미 공방에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부업으로 시작해도 무리가 없을 듯해서 사업적으로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는 관측소의 문을 전동으로 열고 닫고 있는데, 이것을 집에서 원격으로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하고 싶은데, 원격으로 하려면 소프트웨어 쪽을 잘 알아야하기 때문에 그 방면으로도 공부를 좀 해야 할 것 같다”는 유준규 씨는 앞으로 망원경 만들기에 할 일을 꼽아보니까 살아생전에 다 할 수 없을 만큼 많다고.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될 천체망원경 만들기를 향한 그의 도전이 더욱 기대된다.

김순강 객원기자
pureriver@hanmail.net
저작권자 2015-04-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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