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방문한 전북 전주 덕진구에 위치한 효성 탄소섬유 공장. 공장이 가까워지자 웅장한 규모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부지 5만평, 길이만 500m에 달하는 이 공장에서는 고강도 탄소섬유 '탄섬(TANSOME)'이 연간 2000톤씩 생산된다.
효성 탄소섬유 공장에서 약 30㎞ 떨어진 완주군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분원 복합소재기술연구소가 자리잡고 있다. 연구소 내 '탄소융합소재연구센터'에서는 센터 내 15명의 석·박사들이 산업현장에 쓸 수 있는 탄소소재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1년부터는 탄소섬유의 강도를 높이면서 비용을 낮추는 연구를 통해 효성의 탄섬 생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날 연구소에서는 만능재료시험기(UTM)를 통해 탄소섬유의 강도를 측정하는 연구가 한창이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원료 섬유를 탄화시킨 탄소섬유들의 인장 강도와 탄성률이 시시각각 모니터에 그래프로 표현되고 있었다.
구본철 탄소융합소재연구센터장은 "현재 센터에서는 원료 안정화에서부터 탄소섬유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거쳐 공정비용을 낮추면서 고성능의 탄소섬유를 제작하기 위한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에서 우주선·항공기까지=탄소섬유는 철보다 강하면서 무게가 가벼워 '꿈의 소재'로 불린다. 탄소섬유는 원료인 아크릴로니트릴을 중합해 얻은 실 형태의 화학섬유를 1000℃ 이상의 고온에서 가열해 탄소만 남기고 나머지 불순물을 태워 만든다. 나무를 태우면 탄소 덩어리인 숯이 남듯이 일반 섬유 원료에 열을 가하면 산소·수소 등의 분자가 빠져나가고 탄소만 남는 원리다. 이렇게 얻어진 탄소섬유는 철의 10배 강도와 5분의 1의 무게로 변한다. 탄소섬유는 기존에 산업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던 철을 대체, 무게를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도 안전성은 높인다는 강점이 크다.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탄소섬유·복합재료는 향후 연평균 15% 급성장하면서 2030년에는 100조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윤혁 효성 섬유공장 공장장은 "자동차의 부품 20%를 탄소섬유로 대체할 경우 중량이 30% 줄어들면서 연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1900만톤 줄어들고, 휘발유 660만톤이 절약돼 연간 8조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탄소섬유는 에너지 소비가 높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보여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탄소소재는 다른 산업이나 소재와의 융복합성이 우수해 전 산업에서 융합에 의한 신산업 창출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구본철 탄소융합소재연구센터장은 "탄소소재는 스포츠용품, 자동차 부품, 풍력 블레이드, 우주분야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에 융합이 가능해 기업과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기업과의 소통을 통해 중소기업으로의 기술이전, 대기업과의 연구협력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기관·기업 손잡고 탄소섬유 산업화=꿈의 소재로 주목받지만 그동안 국내 탄소섬유산업은 크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현재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들 주도로 개발되고 있으며 도레이, 도호, 미쓰비시 등 원천기술을 보유 소수 기업이 독과점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태광산업이 지난 2012년 상업생산을 시작한 후 효성이 지난해 5월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하면서 국산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효성은 일본,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고강도(T700급)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해 주목을 받고 있다. 효성이 개발한 고강도 탄소섬유는 강도나 탄성률이 자동차 부품 등으로 사용되기 적합해 수요가 매우 높다.
그러나 아직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탄소섬유를 적용한 제품을 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철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탄소섬유 가격이 15% 내려가면 시장은 두 배 가량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효성과 KIST는 탄소섬유 대중화를 위해 지난 3년간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생산공정에 첨단 연구성과를 덧붙여 한 번에 다량의 탄소섬유를 생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을 찾고 있는 것.
방 공장장은 "지난 수십년 동안 탄소섬유에 대한 품질검증은 이뤄져 왔고, 이제는 시장 확대를 위해 가격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KIST는 탄소섬유 생산에서 가장 많은 비용이 드는 '산화공정'에서 대량의 섬유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구 센터장은 "현재는 탄소섬유 생산공정 내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가격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탄소섬유 전 단계인 프리커서(전구체) 합성부터 새로운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융합클러스터로 신성장동력 잡아라'= 정부도 탄소섬유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육성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국산 탄소섬유를 사용한 복합소재를 산업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탄소섬유 복합재료 시범 프로젝트'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2~3년 동안 자동차용 부품과 택시·버스 CNG 용기, 항공기용 부품에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사용토록 해 국내 산업을 성장시키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산업계는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이 탄소섬유·복합재료 시장의 성장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 공장장은 "탄소섬유 국산화에는 성공했지만, 국내 복합소재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해 공장에서 생산된 탄소섬유의 95%가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탄소섬유가 다양한 분야에 적용돼 시장이 확대되고, 탄소섬유에만 한정하지 않고 탄소복합재료 다양화까지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R&D부터 산업까지 연계한 융합클러스터를 구축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성장의 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선진국들은 대규모 정부 지원 등을 통해 다양한 R&D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다기능 탄소소재 생산과 응용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와 도레이가 2~3년 전부터 컨소시엄을 구성해 차세대 탄소소재를 양산하고 있다. 미국은 2011년부터 10년간 총 3500만달러 규모의 연구비를 투자해 오크리지탄소섬유 복합재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저가 탄소섬유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구 센터장은 "선진국들은 이미 정부 주도로 대규모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런 시도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탄소섬유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지원을 바탕으로 산학연 융합클러스터 구축하고, 전방위적인 협력을 통해 탄소섬유 저가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백나영 기자
- 저작권자 2014-10-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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