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모두 23쌍의 염색체를 갖고 있다. 각각의 염색체는 크기와 형태에 따라서 1번부터 22번, X와 Y염색체로 구별한다. 특히 X와 Y염색체는 남녀의 성(性)을 결정하는 중요한 염색체이기 때문에 '성 염색체'로 불리기도 한다. 포유류의 Y염색체에는 수컷의 성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들어있다.
하지만 Y염색체는 처음 생겨난 이래 지금까지 점점 줄어들어왔다. 게다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 중 인간에게 뚜렷이 도움이 되는 것은 생식 능력 정도이다. 마지막 23번째 염색체 쌍에 있는데, Y염색체는 끝에서 세 번재로 작다. 전체 염기서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9퍼센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에 들어 있는 정보도 적다. 의미가 없어 보이는 반복 서열이 많고, 앞으로 읽으나 뒤로 읽으나 정보가 같은 '거울상 염기서열'을 많이 담고 있다는 특징 말고는 특별한 점은 없다. 그래서 Y염색체는 지금까지 연구의 핵심에서 쉽게 제외되곤 했다.
물론 크기가 아무리 작아도 성별을 결정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늘 주목을 받아왔다. 더군다나 Y염색체가 앞으로 영영 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그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Y염색체에서 현재까지 남아있는 남아있는 나머지 부분이 굉장히 안정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는 상반된 연구도 나왔다.

그렇다면 Y염색체는 언제 처음 나타난 것일까. 헨리 케스만(Henrik Kaessmann) 로잔대학교 통합유전체 연구소(Center for Integrative Genomics, Université de Lausanne, Switzerland) 부교수를 비롯한 공동 연구팀은 연구를 통해 포유류로 한정되지만 약 1억 8000만 년 전 발생했다고 밝혔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인류와 유인원 등의 '유태반류'와 캥거루, 코알라 등의 '유대류', 오리너구리와 바늘두더지 등 '단공류'와 같은 세 가지 주된 포유류 계통에 속한 서로 다른 15종의 Y염색체를 지닌 유전자를 분석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여러 남성 조직 중 특히 고환의 표본과 비교를 위해 조류인 닭의 표본을 조사하였다.
모든 Y염색체의 염기배열순서를 조사하는 것은 엄청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종의 지름길을 선택한 것이다. 성별에 따른 조직세포의 배열을 비교하면서 Y염색체와 다른 모든 염색체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남성의 Y염색체에 관한 정보를 나타낸 가장 큰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였다.
총 2만 9500시간이 소요되었고, 그 결과 유태반류와 유대류의 성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약 1억 8000만 년 전 이 두 계통의 공통된 조상에서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공류 동물이 지닌 Y염색체 발생에 관여한 또 다른 유전자는 약 1억 7500만 년 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두 유전자는 남성의 고환 발달에 관련이 있는데, 거의 같은 시기에 출현했으나 완전히 독립적인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물론 모든 동물에서 아직까지 성을 결정하는 체계의 본질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가 명시한 공통된 조상에서도 아직 Y염색체가 존재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다른 성염색체나 온도와 같은 환경적 요인이 관련이 있다는 견해도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오늘날 악어의 성별이 온도의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포유류에 한정되므로 모든 동물의 성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남성 조상 20만여전 전 출현했다는 의견도
그렇다면 조금 더 범위를 좁혀 현생인류의 특징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남성 조상은 언제 출현한 것일까. 지금까지 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9천년 이른 약 20만 9천년 전에 등장했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되었다. 학술지 '유럽 인간유전학'(European Journal of Human Genetics)을 통해 발표된 연구이다. (원문링크)
셰필드 대학교(The University of Sheffield, UK)연구진와 휴스턴 대학교(University of Houston, USA) 연구진은 기존 생물학 모델을 이용하여 현생인류의 가장 일반적인 남성 조상인 '아담'(Adam)의 연대를 밝혀냈다. 이는 여성의 공동 조상인 '이브'(Eve)의 연대 프레임에도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의 Y염색체가 이보다 2배나 먼 옛날의 '아담'과 이종교배한 다른 종으로부터 나왔다고 주장하는 최근의 연구와는 상충되는 내용이라 주목받았다. 이들 연구팀은 현생인류가 20만여년 전 아프리카에서 등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류 진화 역사에서 '아담'의 올바른 자리를 찾았다는 것이다.
현생인류가 약 50만년 전의 호미닌과 이종교배하지 않았음이 분명히 드러났으며, 단 한명의 '아담'이나 단 한명의 '이브'는 없었다고 밝혔다. 즉, 여러 명의 아담과 이브들이 집단을 이뤄 함께 살며 온 세계를 유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이미 앞서 발표된 마이클 해머(michael hammer) 애리조나 주립대학교(Arizona State University, USA) 교수가 내놓은 연구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태어나지도 않은 가장 오래전의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는 시공간의 모순을 보여주는 연구라고 비판하기도 하였다.
흡연이 남성 Y염색체 소실을 촉진시켜
이러한 Y염색체의 위기는 어떻게 찾아온 것일까. 학자마다 의견은 조금씩 다르지만,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흡연이 남성의 Y염색체 소실을 촉진시킨다고 한다. 라스 포스버그(Lars A. Forsberg) 웁살라대학교(Uppsala universitet, Sweden) 박사와 연구팀은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담배를 피우는 남성은 Y염색체의 소실 속도가 빠르며 흡연량이 많을수록 그 속도는 더 빨라진다고 밝혔다. 노인 남성 6천여명의 혈액샘플을 분석한 결과 도출된 내용인데, 나이가 먹을수록 염색체가 줄어들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특히 흡연자들에게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보면 70세 이상 노인의 15퍼센트(%)에서 최소한 10퍼센트(%)이상의 Y염색체 소실이 나타났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이러한 Y염색체의 소실 가능성이 2~4배나 높게 나타났다.
고혈압이나 과체중, 당뇨병, 운동부족 등 다른 위험요인들도 함께 살펴보았으나 Y염색체의 소실과 관련있는 것은 오로지 흡연 뿐이었다. 하지만 과거 담배를 피우다 끊은 사람은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은 사람과 Y염색체 소실 비율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Y염색체 소실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남성의 수명과도 관련이 있다. 뿐만 아니라 Y염색체에 들어있는 유전자들이 종양 억제와 같은 다른 중요한 기능을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의 결정과 정자의 생산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흡연 남성 중에서도 Y염색체 소실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흡연 남성 중에서도 Y염색체 소실이 나타나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Y염색체 손실에 흡연이 영향을 주는 것은 일정부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hanmail.net
- 저작권자 2014-12-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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