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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4-12-24

사람의 안전을 위해 희생하는 '더미' 자동차 충돌시험에 쓰이는 인체모형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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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는 이맘때가 되면 자동차 회사들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한 해를 마무리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연말에는 신차를 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겉모습만 그렇게 보이는 것이고, 조금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딴 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 해에 출시할 신차의 마지막 점검을 위해 내부적으로는 동분서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정면충돌시험용 및 측면충돌시험용 더미들 ⓒ Humanetics
초정면충돌시험용 및 측면충돌시험용 더미들 ⓒ Humanetics

신차의 마지막 점검 단계는 안정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 충돌 테스트는 가장 중요한 단계다. 우리나라의 점검 과정도 엄격하지만, 미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시행하는 충돌 테스트는 가혹하기로 소문나 있다. 차량을 시속 64킬로미터(㎞)로 달리게 하다가, 운전석 앞부분을 벽에 사정없이 부딪치게 하여 탑승객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이 테스트의 핵심이다.

안정성 평가는 충돌했을 때 운전석 쪽 차체 구조물의 훼손 정도와 더미(dummy)의 손상 정도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더미는 탑승객의 역할을 대신해주는 충돌시험용 인체 모형으로서, 자동차가 점점 더 안전해지는 이유는 바로 이 더미들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미는 인간의 신체구조와 똑같게 만든 모형

더미는 크기와 몸무게, 그리고 관절 등을 인간의 신체구조와 똑같게 만든 인체모형이다. 충돌 테스트를 했을 때 머리를 시작으로 가슴 및 척추, 그리고 골반 등 인체 각 부위의 변화와 부상 정도 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을 대신하여 사용한다.

초창기의 더미는 인간의 형태나 몸무게 등 단순한 특성만을 따라 만들어졌다. 그러다가 인간과 보다 유사한 특성을 지닌 인체모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결과 이제는 탑승자의 실제 움직임까지도 유사하게 따라하는 형태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이처럼 사람의 움직임과 부상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더미는 자동차에 탑재되어 충돌 시 발생하는 충격량을 측정하는데 사용된다. 특히 인체모형 각 부위에서 측정된 충격량은 실제 사람이 탑승했을 경우 받는 충격량으로 환산되기 때문에, 경상이나 중상 등을 예측하는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

충격량을 측정하기 위해, 더미 내부에는 가속도계와 하중계, 그리고 변위계 등 다양한 측정목적에 맞는 정밀한 센서들이 부착된다. 정면충돌 충격 시험에 쓰이는 더미는 이마 부분에 센서가 부착되고, 후면과 측면 충격 시험에 사용되는 더미는 목과 어깨 부분에 센서가 장착된다.

자동차 충돌시험용 인체모형의 종류 ⓒ 교통안전공단
자동차 충돌시험용 인체모형의 종류 ⓒ 교통안전공단

이처럼 자동차 충돌 테스트에 필수적인 더미를 자동차업체들은 무척이나 애지중지한다. 그 이유로는 2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더미의 가격이 대단히 비싸기 때문이다. 성인용 더미의 경우 개당 최소 1억원에서 최고 1억 5000만원에 달하고 있고, 어린이용 더미도 6000만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충돌시험을 할 때 더미의 손상 정도에 따라 차량의 안전 등급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전체 5개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는 국내 충돌시험(KNCAP)에서 1등급을 받고, 유럽이나 미국의 충돌시험에서 별 5개를 획득하려면 더미가 경미한 부상을 입어야 한다.

부담스러운 더미의 가격 때문에 그동안 정면충돌시험 때만 운전석과 조수석에 더미를 사용했다. 이외의 다른 테스트에서는 더미가 운전석에만 앉았다. 이를 바꿔 말하면 뒷좌석 탑승객의 안전에 대해서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진다. 내년부터 국토교통부는 뒷좌석의 안전띠 미착용 경고장치를 충돌시험 평가 항목에 넣기로 했다. 조수석과 뒷좌석에 충격을 많이 주는 측면과 기둥측면 충돌의 시험 조건도 더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더미의 사용량과 사용횟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미 개발을 위해 생체 테스트도 거쳐

더미가 처음부터 자동차 충돌용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다. 더미는 당초 우주실험에 쓰이기 위해 지난 1949년에 개발되었다. ‘시에라 샘(Sierra Sam)’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초기 인체모형은 미 공군에서 항공기와 우주선의 비상탈출 시스템 및 낙하산 개발을 위해 제작되었다. 인간의 형태와 몸무게가 유사하기 때문에, 상황별 가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다.

이후 꾸준히 우주·항공분야를 위주로 인체모형이 만들어지다가 방사선 실험 등 각종 과학실험에까지 쓰이게 되었다. 그리고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본격적으로 자동차와 의료, 구조훈련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인체모형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1971년은 인체모형 역사에 있어 새로운 장을 연 해다. 글로벌 자동차제조업체인 제너럴 모터스는 이 해에 미국의 남성 평균 신장과 무게 등이 비슷한 하이브리드Ⅰ을 개발했기 대문이다. 당시 만들어진 성인 남성용 더미의 크기는 키는 178센티미터(㎝)에 몸무게 78킬로그램(㎏)으로서, 지금도 대부분 이 크기의 더미가 사용되어진다.

하이브리드Ⅰ 개발 이후, 1976년에는 사지와 이음새까지 더 정교하게 만들어진 하이브리드Ⅲ가 개발되어 최근에도 자동차회사들은 이 모델을 사용하여 테스트를 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더미가 가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아빠 더미와 엄마 더미, 그리고 아이 더미 등 3명이 한 세트로 으로 구성되어 있다.

HybridⅢ 제품군으로 분류되는 더미 가족 ⓒ Humanetics
HybridⅢ 제품군으로 분류되는 더미 가족 ⓒ Humanetics

크기와 모양도 다양해 성인 더미인 경우 대·중·소 등 3가지의 신체모형으로 나뉘어지고, 여성 더미에는 임산부 등 체형별로 20여 가지의 종류가 있다. 아기용 더미는 생후 6개월, 12개월, 18개월 등 3종류가 있고, 두 종류인 어린이 더미는 3살과 6살짜리로 구성되어 있다.

더미는 기본적으로 피부 대신 베이지색 기포고무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갈비뼈는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고, 머리는 두개골처럼 단단한 알루미늄으로 되어있다. 이외에도 내부에는 충격으로 인한 정확한 수치를 조사하기 위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센서들이 내장되어 있다. 특히 여성 더미의 경우에는 복부에 센서가 장착되어 있어 임산부가 받는 충격의 정도까지 측정할 수 있다.

더미 생산지는 미국과 네덜란드 2곳뿐이다. 유럽지역은 네덜란드산을 쓰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대부분 미국에서 생산된 더미가 사용된다. 미국의 경우는 시신을 기증받아 머리나 목, 가슴 등 주요 부위를 중심으로 실제 충돌시험을 거쳐 확보한 결과를 더미 개발에 반영하고 있다.

더미 제작업체인 미국의 휴매네틱스(Humanetics)는 이런 생체 테스트를 통해 머리뼈 및 갈비뼈에 골절이 생기는 한계 수치나 타박상이 생기는 정도 등의 생체 역학 수치를 확보하는데 활용하고, 인체상해 기준 등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자동차 충돌시험용 인체모형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나 이를 충돌시험 방식에 따라 분류하면 △정면충돌시험용 인체모형 △측면충돌시험용 인체모형 △후면충돌시험용 인체모형 △기타 인체모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4-12-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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