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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기술
이슬기 객원기자
2014-12-16

무어의 법칙 무력화 되나 트랜지스터 역할을 하는 분자 설계 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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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페어차일드(FairChild)의 연구원이었던 고든 무어(Gordon Moore)는 마이크로칩의 용량이 매년 2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무어의 법칙'을 만들었다. 1975년 24개월로 수정되었고, 그 이후 지금과 같은 18개월로 바뀌게 되었다.

이는 새로운 3대의 칩 개발에 2년 정도가 소요되지만 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무어의 경험적인 사실에서 나왔다. 실제로 무어의 예측대로 CPU는 눈 깜짝할 사이에 386, 486, 펜티엄 I, 펜티엄 II를 넘어섰다. 이제 소비자들은 어제 산 PC가 내일이면 구모델이 되어버리는 현실을 맞이하게 되었다.

무어의 경험에서 비롯된 하나의 이론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하나의 예언에 불과했다. 당시 한창 성장 중이던 컴퓨터 산업의 특징을 무어가 지적한 것이다. 사실 1960년대 전문가들은 무어의 지수적 성장 법칙을 한결같이 비웃으며 평가절하 하였다.

왜냐하면 이 법칙의 타당성 여부를 아주 정확하게 검사하면 무어의 예언이 빗나갔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무어의 법칙대로라면 컴퓨터의 계산능력이 40년 안에 수억 배 이상 커져야 하니, 당시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성능은 뛰어나지만 가격은 저렴한 전자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무어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무어 박사 개인의 경험적 사실에서 나온 말이지만, 지금은 전기 분야를 넘어 다양한 영역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ScienceTimes
성능은 뛰어나지만 가격은 저렴한 전자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무어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무어 박사 개인의 경험적 사실에서 나온 말이지만, 지금은 전기 분야를 넘어 다양한 영역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ScienceTimes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실제로 그와 같은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흔히 보는 전자레인지나 디지털카메라 한 대에는 1950년대에 전 세계가 사용한 것보다 더 큰 계산용량을 지닌 칩이 들어간다.

더군다나 컴퓨터 산업이 발전하는 것을 본다면 무어의 법칙이 더이상 맞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인류 역사상 이처럼 빠른 속도로 기술이 발달한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무어의 법칙은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의 시간을 말 그대로 '바람처럼' 빠르게 질주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정확하게 '무어의 법칙'이란 무엇일까.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리콘칩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수를 기준으로 하든, 1유로로 구입할 수 있는 저장용량을 기준으로 하든, 어떤 기준에 따라 판단하건 간에 컴퓨터의 기능은 18개월마다 항상 두 배로 높아진다는 것을 말한다.

사실 무어가 처음부터 이 내용을 '법칙'이라고 이야기 하지는 않았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교수와 대규모 LSI의 파이오니아 실업가의 카버 미드에 따른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무어는 자신이 '18개월마다'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그렇게 회자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든간, 무어의 법칙은 인터넷을 중심으로하는 현대 사회에서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최근에는 무어의 법칙을 너무 신봉한 나머지 전기 분야를 넘어선 영역에까지 그것을 적용하려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수적 발전이 기술적 진보 전반을 지배하는 특징이라는 것이다.

"컴퓨터 성능의 무한 질주 시대가 한계를 맞이하다"

모두가 경험했듯 최근 수십년간 컴퓨터의 성능은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발전해왔다. 기술자들은 트랜지스터를 끊임없이 소형화하면서 하나의 반도체 칩에 더욱 많은 트랜지스터를 담아낼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소비자는 성능은 강력하면서도 가격은 인하된 PC와 스마트폰 등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무어의 법칙이 고스란히 적용된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하지만 몇 년전부터 이와 같은 컴퓨터의 성능이 무한으로 질주하는 시대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반도체의 추가적인 집적화가 어려워서가 아닌, 한꺼번에 과도한 전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술적으로 반도체의 소형화는 여전히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에서는 반도체에 들어가는 수많은 트랜지스터들이 한꺼번에 과도한 전기를 요구하며 과부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반도체 기술을 통한 소형화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컴퓨터 공학의 진전을 위한 진정한 혁신이 필요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다. 무어의 법칙에 따르면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지만, 이제는 무어의 법칙이 깨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부하의 문제는 반도체가 녹아내리거나 하는 것과 같은 물리적 문제에 있지 않다.

만약 과부하게 걸리면 잘못된 연산을 하거나 제품 자체가 망가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기술의 한계가 지금까지 전자공학을 수십년간 지배해온 무어의 법칙을 무력화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자들은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트랜지스터 역할을 분자 설계와 합성 성공

이와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10일 트랜지스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새로운 분자 설계와 합성에 성공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이번 연구는 무어의 법칙을 깰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술지 '네이처'(nature)를 통해 발표된 크리스토프 부쉬(Christoph Busche) 글래스고대학교(The University of Glasgow, UK) 박사와 연구팀의 연구이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폴리옥소메탈레이트(polyoxometalates; POM)라는 새로운 금속산화물 클러스터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였다. 플래시 메모리는 트랜지스터 상태를 0과 1로 하는 것으로 데이터를 저장한다. 이번 연구는 플래시 메모리처럼 전하를 파악하고 행동할 수 있는 POM 분자를 설계, 합성한 뒤 제어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플레시 메모리는 '데이터 셀'이라는 물리적 한계에 속박되어 있다. 데이터 셀은 금속산화물 반도체(Metal Oxide Semiconductor; MOS)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구성요소는 10나노미터(nm)이하로는 제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기록량에도 상한선이 정해져 있다.

이번 연구는 바로 기존 데이터 저장 요소 대신 단일 분자를 이용하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성공했음을 의미한다. 분자 하나에 멀티비트 데이터를 기억시킬 수 있다면 무어의 법칙도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에 개발한 POM의 가장 큰 장점은 이미 업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생산라인을 그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번에 새로 개발한 기술이 비밀 정보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번 삭제한 기밀 데이터는 복원할 수 없는 'write-once-erase' 방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기술의 발전이 무어의 법칙을 무력화 할 수 있을 것인지, 무어의 법칙이 떠난 자리는 어떤 기술이 자리잡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슬기 객원기자
justice0527@hanmail.net
저작권자 2014-12-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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