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연안 국가들이 다시 한 번 쓰나미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15일 오전 10시31분 인도네시아 코타 테르나테에서 북서쪽으로 154km 떨어진 몰루카 제도 심해에서 진도 7.3의 강진이 발생했고, 진원은 해저 47km 지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가 몇 시간 후 해제했다.
다행스럽게도 쓰나미는 비켜갔지만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태평양 연안의 주변국들은 이번 쓰나미 경보 발령으로 크게 놀란 것이 사실이다. 이 쓰나미에 대해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PTWC)는 “파고가 30㎝에서 최고 1m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쓰나미의 파고는 1m 이하라도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난 2004년 12월에 인도네시아 아체 주에서 해저 강진과 함께 발생한 쓰나미의 파고는 1m를 훨씬 넘었고, 이로 인해 무려 30만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그 희생 덕분에 20년이 지난 지금 인도양 연안에는 최첨단 경보 장비들이 설치돼 쓰나미를 24시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쓰나미는 해안이 더 위험하다
2004년 12월 26일 오전 7시 59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북서쪽으로 1620㎞ 떨어진 북수마트라섬 서부 해안의 해저 40㎞ 지점에서 발생했다. 미얀마판과 인도판이 충돌하면서 일어난 이 충돌에 의해 길이 1000km와 너비 10m 이상의 해저 지층의 균열이 생겼고, 이 여파로 바닷물 전체가 출렁이면서 초대형 쓰나미(Tsunami)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지층의 수직 이동에 의해 생겨난 거대한 진동에 의해 내부로 움푹 들어간 바닷물은 복원력(부력)에 의해 다시 솟아오른다. 또 이 부분이 다른 부분보다 높을 경우, 아래쪽으로 압력이 작용해 다시 내려오는데 파동은 절대로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이 거대한 에너지는 즉시 공간상으로 퍼져나간다”고 말한다.
이후 초강력 파도를 동반한 쓰나미는 가장 먼저 진원지로부터 멀지 않은 수마트라섬 북부 아체주(州) 해안을 급습했다. 또 최대 시속 900㎞의 속도로 바닷속을 달려서 진앙지로부터 160㎞ 떨어진 타이 남부의 푸껫 섬 등 휴양지가 많은 동남아 연안 일대에 밀어닥쳤다.
쓰나미의 경우, 바다 한 가운데에서는 수십cm에 불과할 정도로 파고가 낮고 주기가 길기 때문에 해상의 선박이나 항공기에서도 인식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해안가로 갈수록 파동의 속도가 느려지고 파고가 높아지면서 파괴적이고 생명을 위협하는 파도가 생성된다. 쓰나미가 해안가의 수심이 얕은 지역에 도달할 때, 그 속도는 시속 45~60km까지 느려지면서 파도가 압축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때 쓰나미의 파동에너지는 에너지 보존법칙에 의해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저 지형과의 마찰로 변형된 쓰나미의 파동에너지는 더 짧고, 더 얕은 곳으로 응축돼 가공할 파괴력을 갖고 해안가 마을을 위협하는 파도로 성장하게 된다.
이로써 지난 2004년 인도네시아 아체 주에서만 무려 총 24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외에도 스리랑카, 인도 등 인도양 연안 국가를 비롯해 세계적 휴양지인 푸켓과 몰디브 등에서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참변을 당했다.
당시 미국 지질조사연구소(USGS)는 “이 지역의 인명피해가 심했던 원인은 남아시아 지역에서 지진해일이 일어난 적이 없어, 해당 국가들이 지진해일 조기경보 체제를 구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물론 쓰나미의 빠른 스피드와 너무 가까운 진앙지 등의 악재가 맞물렸지만 쓰나미에 대한 현지 사람들의 무지와 정부 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부른 인재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쓰나미 예측에 첨단 장비 동원
운명의 그날 쓰나미는 소리 없이 다가왔다. 인도네시아 관리들은 해저 지진이 쓰나미를 일으킨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따라서 일체의 경보도 내리지 않았다. 마침 이날은 크리스마스 다음날이자 일요일이어서 모든 관공서가 휴무이었다.
전문가들은 “쓰나미는 해변에 닥쳐서 솟아오를 때도 아무 소리를 내지 않기 때문에 마치 자동차가 달려오는 소리로 들린다”고 말한다. 아무 대비도 하지 않고 있다가 무지막지한 쓰나미에 의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이 재앙을 계기로 미국에서 개발한 첨단 쓰나미 탐지 및 경보장치가 인도양에 설치됐다. 이 장비는 타이 니코바르 섬 해안 서쪽 1100㎞ 해역에 설치됐는데 이것이 바로 최첨단 쓰나미 경보시스템(DART)다. 이 장비에는 쓰나미파가 통과할 때, 해수 부피가 증가하는 것에 따른 압력을 감지하는 해저수압센서가 달려 있어 쓰나미의 접근을 조기에 탐지할 수 있다.
이로써 쓰나미 예보 시간은 최소한 1시간 전으로 당겨졌다. 원래 DART는 검조기(Tide gauge)를 보완하기 위해 설치된 장비이었다. 검조기는 해안관측소에 설치된 장비로 수위변화에 따라 상하 운동하는 부표식, 해저의 수압변화를 관측하는 수압식, 그리고 초음파가 해면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하는 초음파식이 있다.
그러나 검조기는 원거리의 쓰나미 예측에 한계가 있었다. 반면에 인도양 해저 4.5㎞에 줄로 붙들어맨 수압탐지기와 연결된 DART 장비는 지진이 발생하는 즉시 쓰나미 발생의 지표인 수압증가를 탐지해낸다. 이 자료는 부표에 전달되고 부표는 이 정보를 인도양 연안 국가에 있는 20여개 감시센터에 위성을 통해 5~7분 이내에 전송할 수 있다.
첨단 경보 장비뿐만 아니라 국가 간 쓰나미 정보의 공유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가 간 해양과학위원회(UNESCO-IOC)는 전지구 지진해일 경보 및 경감 시스템 설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지구관측시스템(GEOSS)에 기여할 전 지구 지진해일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하여 각 지역의 관측체제를 연결하는 광범위한 노력이 진행되는데 쓰나미 예보 시간은 지속적으로 단축되고 있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3@empal.com
- 저작권자 2014-11-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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