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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4-11-07

베일 벗는 핵탄두 소형화의 비밀 고폭 장약·초정밀 렌즈 가공 기술이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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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무기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 이슈의 중심에 핵탄두의 소형화 문제가 있다. 최근 커티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하고 이를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힘으로써 이슈에 불을 댕겼다.  

이어 한민구 국방장관이 지난달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북한이 세 차례 핵실험을 한 이후 기술 수준이 높아졌고, 확인되진 않았지만 북한의 소형화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추정한다”고 말해 논란은 더욱 가열됐다.  

북한이 미 본토까지 사거리를 늘리려면 핵탄두 소형화가 관건이다.  ⓒ 연합뉴스
북한이 미 본토까지 사거리를 늘리려면 핵탄두 소형화가 관건이다. ⓒ 연합뉴스

핵 전문가들은 “핵탄두의 소형화는 핵실험 실시 국가들의 자연적인 귀결이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1974년 1차 핵실험에 성공한 인도의 경우, 1998년 2차 핵실험 실시 후, 핵무기를 소형화하는데 성공했다. 인도와 적대관계에 있는 파키스탄 역시 지난 1998년 수차례의 핵실험 이후, 핵탄두를 소형화했다.  

핵탄두의 소형화 추진 이유는 장거리 미사일에 실어 적대국을 공격할 수 있는데다 잠수함에 실어서 SLBM으로 발사하면 더욱 강력한 위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핵개발국가들은 대부분 핵실험에 성공한 후, 소형화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상례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핵무기 보유의 의지가 강한 북한 역시 똑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 한·미 정보당국의 계산이다.  

그러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은 설계상  매우 어려운 과정이 존재하고, 국제적으로 매우 비공개적이어서 과연 북한이 자체적으로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보유했는지 전문가들 간에도 이견을 보이는 분위기다.   

이에 반대론자들은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으며 오로지 가능성의 영역일 뿐이다”며 반대 주장을 펴고 있다. 

핵탄두 소형화에 목매는 북한 

핵탄두의 중량은 핵무기 개발 초기부터 매우 중요한 설계 요소로 핵무기 공학자와 그 취급자들을 괴롭혔다. 일례로, 1945년 8월 6일 B-29 폭격기 에놀라게이호의 주 조종사 폴 티베츠 대령은 무게 4t의 원자폭탄 리틀 보이(Little Boy)를 싣고 날아오르는 과정에서 기존의 활주거리보다 훨씬 벗어난 지점까지 달려서 날아올라야 했다.

그 이유는 폭탄의 무게가 너무 무겁기 때문에 활주거리를 늘려서 양력을 더 얻기 위한 시도이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이륙이었다. 21세기에 들어선 지금은 핵폭탄의 운반수단이 대형 폭격기에서 미사일로 바뀌었다.

그러나 핵탄두의 중량 문제는 아직도 심각한 사안으로 남아있다. 미사일 역시 탄두의 소형화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지난 1984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의 티무르 카디셰프 선임연구원은 한 논문에서 “미사일의 사거리와 탄두 중량 사이에는 거의 반비례 관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즉, 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리면 탄두 중량을 줄여야 하고, 반대로 사거리를 줄이면 탄두 중량을 늘릴 수 있음을 말한다. 북한의 노동미사일의 경우, 설계를 변경해 사거리를 500km로 줄이면 최대 2t 정도의 탄두 중량을 실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탄두 중량을 더 줄이면 사거리를 더 늘릴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핵탄두 소형화에는 고폭 장치의 중량이 걸림돌이다.  ⓒ 연합뉴스
핵탄두 소형화에는 고폭 장치의 중량이 걸림돌이다. ⓒ 연합뉴스

괌에 이어 하와이 그리고 궁극적으로 미 본토까지 사정거리에 두고 싶어 하는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혈안이 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바로 기술의 확보인 것이다.  

설계 관건은 재래식 고폭 장치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인류 최초의 원폭 리틀 보이가 떨어졌다. 이는 우라늄 235(u-235)를 고농축한 핵폭탄으로 임계량인 18kg이 되면 자연적으로 핵폭발이 일어난다. 폭탄 용기 안에 임계량을 미리 둘로 나눠놓은 다음에 목표 지역에 도달했을 때, 한 쪽의 핵물질을 폭발시킨다. 그러면 다시 합쳐져 임계량이 되고, 핵폭발을 일으키는 원리다.  

여기서의 핵심 설계 기술은 물론 우라늄 농축이지만 재래식 고폭장약의 설치 및 폭발기술도 매우 중요하게 대두된다.  

3일후에는 일본 나가사키에 또 하나의 원폭 ‘팻맨(Fat Man)’이 투하됐다. 현재 북한이 핵실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핵폭탄이 바로 이 팻맨 형식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플루토늄 239(Pu 239)를 사용하는데 이 플루토늄 역시 임계량이 모이면 중성자를 방출하면서 자발적인 핵분열 반응을 시작하나 우라늄 폭탄과 약간 상이한 과정을 거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플루토늄을 이용해 만드는 내폭형 핵폭탄의 경우, 고폭장약이 한꺼번에 폭발해 내부의 플루토늄 핵물질을 압축해 플라스마 상태로 만들면, 여기에 중성자 발생장치가 만든 중성자가 투입돼 핵분열 연쇄반응을 일으켜 엄청난 폭발력을 만들어내는 구조다.  

따라서 이 핵폭탄은 중성자 발생장치와 핵물질, 이를 감싸고 있는 반사체(reflector), 그 외곽의 탬퍼(tamper), 그 바깥의 고폭장약 등으로 구성된다.  

이때 충격파가 한꺼번에 핵물질의 중앙으로 집중되어야만 충분한 고온·고압이 발생해 플루토늄이 핵분열을 제대로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설계상 핵심 기술은 고폭장약의 설치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다 중성자가 안으로 다시 반사되도록 하는 반사체와 탬퍼 역시 지속적인 핵분열을 위해 중요한 장치다.

 문제는 이들의 중량이 핵탄두의 총중량을 지배한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나가사키에 투하된 팻맨의 경우, 총 중량 4.5t중에 장약이 무려 2.7t을 차지했고, 반사체와 탬퍼도 1,1t이었다. 반면에 플루토늄의 무게는 통상 5kg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훨씬 적은 분량으로도 같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고폭 장약과 폭발력을 한데 모을 반사경을 만드는 초정밀의 렌즈 가공 기술 등이 핵탄두 소형화에 중요한 기술이 된다. 핵폭탄 제작에 오히려 재래식 기술이 관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4-11-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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