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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황정은 객원기자
2014-10-21

홍조류서 바이오에탄올을 얻다 [인터뷰] 김경헌 고려대 대학원 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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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가 고갈 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해지면서 친환경적이며 재생가능한 대체자원의 개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경우 우뭇가사리 같은 홍조류 바이오매스가 주목받는다. 경제적 측면에서 목질계, 초본계 바이오매스보다 바이오연료와 화학소재를 생산할 수 있는 대체자원으로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홍조류 주성분 발효과정 규명

김경헌 고려대 대학원 생명공학과 교수팀 ⓒ 김경헌
김경헌 고려대 대학원 생명공학과 교수팀 ⓒ 김경헌

국내 연구진이 홍조류에서 3세대 자동차연료인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해 주목을 받고 있다. 김경헌 고려대 대학원 생명공학과 교수팀이 우뭇가사리 같은 홍조류의 주성분(한천 무수당)이 발효되는 과정을 규명하고 3세대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낸 것이다.

홍조류란 우뭇가사리와 같이 붉은색을 띠는 해조류를 지칭한다. '한천'과 같은 탄수화물 함량이 높고 잘 분해되지 않는 '리그닌' 함량이 적어 제 3세대 바이오매스의 원천으로 주목 받고 있다. 한천 무수당은 홍조류의 주요 구성성분인데 그동안 생물체에 의한 발효과정이 알려져 있지 않아 발효 등 산업적 원료로의 활용이 불가능했다.

"제 3세대 바이오 에탄올이란 해조류를 원료로 한 바이오에탄올을 의미합니다. 사탕수수나 옥수수 등 식용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한 것이 1세대이고, 목질계 등을 원료로 하는 것이 2세대라면, 홍조류는 제 3세대 바이오매스로 주목을 받고 있는 중요한 원료입니다. 홍조류를 구성하는 주요 탄수화물인 아가로스(우무, 한천)는 산촉매와 효소촉매를 이용한 가수분해 반응을 통해 단당류인 갈락토오스와 한천무수당을 얻을 수 있어요. 이렇게 생성된 단당류를 미생물을 이용해 발효할 경우 바이오에탄올 같은 에너지원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

홍조류 바이오매스로부터 바이오연료 및 화학소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아가로스의 전처리 단계, 전처리 된 아가로스의 효소당화 단계, 그리고 당화물의 미생물 발효를 통한 바이오연료 및 화학소재 생산 등의 세 단계가 필요하다. 김경헌 교수팀은 한천 무수당을 먹고 자라는 해양미생물 비브리오를 분리하고, 연구를 통해 해당 미생물이 한천 무수당을 분해하는 대사경로를 규명했다.

"그 동안 3세대 바이오매스로서 홍조류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이를 이용해 바이오연료 같은 에너지를 생산하고자 하는 연구는 많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연구들은 홍조류를 가수분해 할 때 주로 염산이나 황산과 같은 강산을 사용했습니다. 또한 높은 온도에서 단당류를 생산했어요. 하지만 고농도의 강산을 사용해 높은 온도에서 가수분해를 실시하면 단당의 과분해 현상이 일어나게 됩니다. 과분해 물질은 다음 단계인 미생물 발효과정에서 발효저해제로 작용해 바이오연료 생산수율을 낮춘다는 문제점이 있었어요. 또한 홍조류 분해 산물 중에서 가장 높은 구성비를 차지하는 갈락토오스와 한천무수당 중에서 일반적인 산업용 알코올발효 미생물은 갈락토오스만을 발효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한천 무수당을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바이오연료의 생산수율이 반 이상 낮아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김경헌 교수팀은 이러한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바다에서 대규모로 양식되는 해조류에서 에탄올을 생산할 경우 가솔린 소비량의 상당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연구를 진행했다. 홍조류는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유리하지만 홍조류의 주성분인 한천 무수당의 대사경로가 알려지지 않아 바이오에탄올 생산에는 한계가 있었다.

"저희는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은 한천무수당의 대사경로를 규명하기 위해 한천무수당을 탄소원으로 먹고 자라는 해양미생물을 발견했습니다. 그 미생물이 갖고 있는 한천무수당의 신규대사회로를 저희 연구실의 대사체 분석기술과 공동연구책임자인 최인걸 교수님 연구실의 전사체(RNA 유전자) 분석기술을 이용해 공동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신규 한천무수당의 대사회로를 알코올 발효용 미생물에 도입했을 때 바이오연료 생산량을 24% 증가시킬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와 최인걸 교수님 연구실의 박사과정 학생인 윤은주 양과 이세영군의 지난 6년 동안의 고생이 없었다면 이러한 결과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 밝혀진 발효효소를 에탄올 생산용 대장균에 도입한 결과 기존에탄올 생산용 대장균 대비 에탄올 생산량이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해양수산부 분석(2010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50만 헥타르의 해조류 양식장에서 거대조류를 양식하고 이를 이용해 에탄올을 생산하게 되면 국내 자동차 휘발유 소비량의 31%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존 산업용 미생물과 달리 이번에 밝혀진 대사경로에 포함된 새로운 발효 효소를 가진 대장균을 이용하면 한천 무수당을 발효시켜 홍조류에서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기존에 강산과 같은 유해한 화학물질을 이용한 홍조류 분해기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홍조류를 효율적으로 분해하기 위한 효소당화공정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친환경적으로 홍조류를 분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은 수율로 단당류인 갈락토오스와 한천무수당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김경헌 교수팀은 미생물 발효 시 이용할 수 없는 희귀한 당으로 알려진 한천무수당의 신규대사회로를 세계최초로 규명해 알코올 발효용 미생물에 도입함으로써 바이오연료의 생산량을 높일 수 있었다. 김 교수는 "홍조류 바이오매스의 효소당화공정과 한천무수당의 신규대사회로 도입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저희 연구실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수년간 균주개량을 통해 좀 더 연료 생산 수율을 높이고 대량생산할 수 있는 공정기술을 개발한다면 충분히 산업화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사경로 규명을 위한 연구

홍조류 바이오매스로부터 바이오연료 및 화학소재 생산 과정. (가) 우뭇가사리 같은 홍조류를 구성하는 주요 탄수화물인 아가로스에 대한 전처리(1단계)와 당화 공정(2단계)을 통한 한천 무수당과 D-갈락토오스 생산과정. (나) 한천 무수당의 신규 대사경로를 도입한 재조합 생물 발효를 통한 바이오연료 및 화학소재 생산원리 모식도. ⓒ 한국연구재단
홍조류 바이오매스로부터 바이오연료 및 화학소재 생산 과정. (가) 우뭇가사리 같은 홍조류를 구성하는 주요 탄수화물인 아가로스에 대한 전처리(1단계)와 당화 공정(2단계)을 통한 한천 무수당과 D-갈락토오스 생산과정. (나) 한천 무수당의 신규 대사경로를 도입한 재조합 생물 발효를 통한 바이오연료 및 화학소재 생산원리 모식도. ⓒ 한국연구재단

"세계적인 에너지 안보 위기에 따라 차세대 바이오연료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국내 생산량이 높으며 탄수화물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는 홍조류 바이오매스가 차세대 바이오매스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홍조류가 차세대 바이오매스로 주목을 받던 초기에는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들이 전무했던 실정이었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알려진 산 촉매를 이용한 산당화공정과 대사공학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발효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공정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정들은 단기간에 당을 얻고 바이오연료를 생산하기에는 적합하지만, 강산에 의한 당의 과분해 현상, 미생물의 약한 내성 및 한천 무수당 대사경로의 부재와 같은 문제들로 인하여 이용에 많은 제한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저희 연구실에서는 홍조류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홍조류 분해효소 발굴 및 전처리 공정의 확립, 그리고 비발효성 무수희귀당의 대사경로 규명을 위한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한 예로 한천 무수당은 육상생물체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해조류에서만 존재하는 희귀당이다. 따라서 시약으로도 판매가 되고 있지 않은 물질이어서 이 물질의 대사경로 규명에 앞서 한천무수당의 고순도 정제공정이 필요했다. 한천무수당의 고순도 정제공정을 확립하는 데에만 2년 여의 시간이 걸렸다.

그 후 한천무수당이 이를 먹고 자라는 해양미생물에 의해 다른 물질들로 전환이 되는 것을 확인했지만, 전환된 물질들은 기존에 알려진 정보가 전혀 없는 신규한 대사물질들이었다. 이를 정확하게 규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수많은 시도와 연구가 이뤄졌다. 물질들의 화학구조를 규명하고 관련 유전자를 찾는데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기존에 알려진 기술을 향상 시키거나 한 가지 사실만을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희귀당의 신규한 대사경로에 해당하는 대사물질들과 유전자들을 모두 밝혀내는 일이 가장 힘들면서도 가장 기쁜 일이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홍조류 바이오매스에서 갈락토오스와 함께 가장 높은 구성비를 차지하는 한천 무수당의 발효경로를 규명하고 해당 유전자들을 재조합 대장균에 도입해 세계최초로 한천 무수당에서 에탄올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홍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연료 및 화학소재를 생산하는 분야에서의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합니다."

해당 연구 결과는 한천 무수당의 대사경로를 산업용 미생물에 도입해 홍조류 당화물을 발효할 경우 한천 무수당과 같은 발효 불가능한 당을 이용할 수 있어 기존 생산수율을 두 배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해양자원을 이용한 바이오연료 및 바이오플라스틱 개발 분야에서 기술 선점에 기여하는 핵심연구로서의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저희 연구팀은 홍조류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핵심기술인 희귀당의 대사경로를 규명했습니다. 앞으로 실용화에 좀 더 가까운 연구를 하기 위해 대사공학 기술을 적용한 미생물을 이용해 홍조류 유래 바이오연료 뿐만 아니라 바이오플라스틱 소재와 같은 고부가가치 화학소재를 생산하는 데에 응용할 계획입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4-10-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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