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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4-10-06

끊임없이 진화하는 산업용 소재 변형 강한 벌집 형태 프랙탈 구조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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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육각형으로 생긴 벌집에 대해, 낭비가 전혀 없는 완벽한 구조물이라는 찬사를 보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벌집의 육각형 구조는 매우 안정적이고, 재료에 비해 넓은 공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매우 효율적 구조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육각형의 벌집 모양에 프랙탈 구조를 더하여, 강하고 안정적인 구조의 소재가 개발되었다 ⓒ Northeastern.edu
육각형의 벌집 모양에 프랙탈 구조를 더하여, 강하고 안정적인 구조의 소재가 개발되었다 ⓒ Northeastern.edu

굳이 다윈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육각형 벌집 패턴이 안정적이고, 단단한 구조라는 것은 웬만한 상식으로 통한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인공위성 부품에서 시작하여, 새로운 심장 조직을 위한 스캐폴딩(scaffolding)에 이르기까지 육각형 벌집 구조를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응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과 영국, 그리고 프랑스의 과학자들이 이 같은 육각형의 벌집 모양에 프랙탈(fractal) 구조를 더하여, 기존의 벌집 형태보다 더욱 강하고 안정적인 구조의 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혀 물리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기유사성 특성을 가진 프랙탈 구조

물리과학 전문 매체인 피직스월드(physicsworld)는 미 노스이스턴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그리고 프랑스 리옹대의 연구진이 공동으로 벌집 형태의 격자와 프랙탈 구조의 두 가지 패턴을 합하여 더욱 강하고 가벼운 소재를 만들었다고 보도하면서, 앞으로 이 소재가 항공우주산업에서부터 의료산업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응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프랙탈이란 일부 작은 조각이 전체와 비슷한 기하학적 형태를 말한다. ‘부분’의 모습과 ‘전체’의 모습이 비슷한 형태라는 것이다. 이런 특징을 자기유사성(self similarity)이라고 하는데, 자연은 물론 수학적 분석과 운동모형 등 각종 분야에서 발견할 수 있다.

프랙탈 구조는 오래 전부터 자연 속에 존재해 왔다. 하지만 이를 이론으로 끌어올리고 용어를 고안한 것은 프랑스의 수학자인 ‘브누아 만델브로(Benoit Mandelbrot)’다. 만델브로는 지난 1967년에 과학전문 매체인 사이언스(Science)에 ‘영국을 둘러싸고 있는 해안선의 총 길이는 얼마인가’라는 논문에서 프랙탈 이론을 설명했다.

대표적 프랙탈 구조인 번개 ⓒ Morguefreephoto
대표적 프랙탈 구조인 번개 ⓒ Morguefreephoto

그렇다면 프랙탈 구조를 자연의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용어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지만 의외로 일상에서 쉽게 프랙탈 구조를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우리 주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프랙탈 구조로는 나무를 들 수 있다.

나무는 큰 가지가 나눠지면서 여러 개의 가지가 생기고, 이 작은 가지에 또 여러 작은 가지들이 갈라진다. 나무는 저마다의 프랙탈 패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나무의 형태는 물과 영양분의 운반을 전체에 고르게 보내는 역할을 한다.

또 다른 프랙탈 구조로는 번개가 있다. 번개가 칠 때의 모양을 보면 일직선이 아니고 구불구불한 형태를 지녀 불규칙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분석하면 전체적인 모습과 가지 하나하나가 비슷한 자기유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해안선이나 강줄기의 모습 등에서 프랙탈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불규칙적으로 보이는 것에도 사실은 규칙이 있다는 사실을 프랙탈 구조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프랙탈 패턴을 이용하면 불규칙하며 혼란스러워 보이는 현상도 나름대로의 규칙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변형에 더 강한 벌집 모양의 프랙탈 구조

노스이스턴대의 아쉬칸 바지리(Ashkan Vaziri) 교수와 공동 연구진은 벌집 형태의 격자에 프랙탈 구조를 반영하는 것이 어느 정도의 기계적 특성이 나타나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시뮬레이션과 현장 실험에 착수했다.

연구진은 벌집 모양이 프랙탈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계층적인 프랙탈 구조로 만들면 기계적 특성이 달라질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아래의 그림에서처럼 3개의 모서리 꼭지점을 또 다른 작은 육각형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계층구조를 만들었다.

바지리 교수는 “우리 연구진의 목표는 벌질 모양의 구조에 프랙탈이라는 새로운 계층 구조를 더함으로써, 기계적 물성과 반응 면에서 더 우월한 셀(Cell) 구조체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각각의 구조에서 탄성계수를 구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계산에 의하면 아주 높은 계층 구조가 아니라도, 바람직한 탄성 계수를 갖는 소재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두 가지 패턴이 합쳐진 소재가, 변형하려는 외부의 힘에 얼마나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측정해 보는 것이다.

서로 다른 수의 육각 계층 구조 간에 의미 있는 비교를 위하여, 연구진은 각각의 구조에서 두께를 조정하여 모두 같은 밀도를 갖도록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셀 구조의 밀도를 높이고, 형태를 유지하면, 기계적 특성이 개선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3개의 모서리 꼭지점을 또 다른 작은 육각형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계층구조를 만들어진다 ⓒ Northeastern.edu
3개의 모서리 꼭지점을 또 다른 작은 육각형으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계층구조를 만들어진다 ⓒ Northeastern.edu

다음 단계는 그들의 발견을 실험실에서 검증하는 과정이었다. 우선 3차원 프린터를 사용하여 다섯 개의 벌집 구조로 이루어진 고분자 구조물을 압출 성형했다. 벌집 구조물 벽의 두께는 3차원 프린터의 제약 때문에 2밀리미터(mm)로 유지했다. 또한 일정한 밀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두께 대신 개별 구조물들의 크기가 조정되었다.

돌출된 구조의 육각형 가장자리 길이는 0.6에서 2.2 센티미터(cm)에 달했다. 연구진은 각 구조의 압축 반응과 탄성 계수를 테스트하여 각 구조가 계층의 함수로서 변하는지를 기록하였다. 그 결과 시뮬레이션에서 예측한 대로 특정 한도까지는 계층성이 높아질수록 점차 탄성 계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벌집 모양의 프랙탈 구조가 기존의 벌집 형태보다 더욱 더 변형에 강하다는 것은 실험을 통해 입증한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바지리 교수는 “두 패턴의 시너지 효과가 구조물의 물성을 더 우월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연구진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센티미터(cm) 길이 규모의 셀에 초점을 맞추어 테스트를 했지만, 그들은 실험 과정 중에 확보한 발견이 더 작은 스케일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바지리 교수도 “계층적 벌집 구조의 셀은 단일 또는 다중 벽으로 이루어진 탄소 나노튜브로 제작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탄소 나노튜브로 조립되는 변형에 저항을 가진 구조는 앞으로 생물공학과 재료과학 분야에서 널리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4-10-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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