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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4-09-15

초음속 잠수함의 물밑 전쟁이 시작됐다 초공동 기술로 실현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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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속 잠수함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상하이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2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초음속 잠수함 개발에 한 발짝 다가섰다”고 보도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는 고속 여객기로 날아가도 족히 20시간이 걸리는 장거리다. 이 거리를 수중에서 초음속으로 2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을까?  

잠수함은 수중에서 마찰저항의 문제에 부딪힌다.  ⓒ 연합뉴스
잠수함은 수중에서 마찰저항의 문제에 부딪힌다. ⓒ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수중에서 몸체에 받는 물의 마찰 저항은 공기 중에서 받는 저항의 1000배에 달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잠수함은 수상함에 비해서 훨씬 물의 저항을 더 받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은 “추진속도는 물리적으로 추진에너지의 세제곱근에 비례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잠수함은 수상함과의 속도 경쟁은 물론 대기중의 항공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느림보에 해당한다. 수중 초음속 이동은 이론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불가능의 벽은 새로운 이론이 나오면서 깨지고 있다. 유체역학적으로 기포(Cavity)는 물체의 진행을 방해하지만 하나의 기포로 물체를 완전히 덮으면 수중의 마찰저항을 공기 중의 마찰저항과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는 초공동(Supercavitation) 이론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1988년 수중 무기의 선진국인 독일이 보여준 시속 약 800km의 초공동 어뢰 ‘바라쿠다(Barracuda)’는 초음속 수중이동체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줬다. 초공동 기술이 등장하면서 초음속 잠수함의 탄생도 상상에서 현실로 바뀌어 가고 있다.  

잠수함 공격은 속도가 관건 

1943년 10월 4일 오후 22시경, 여객과 승무원을 합해 총 655명을 태운 관부연락선 곤륜환이 일본의 시모노세키 항을 출발해 부산항으로 가고 있었다. 밤 23시가 되자 이 선박은 거대한 굉음과 함께 큰 물기둥을 뒤로 한 채, 갑자기 침몰했다. 이때 무려 583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곤륜환의 침몰은 미 해군 잠수함 USS-238 와후(Wahoo)의 공격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태평양전쟁 중기부터 미 해군 잠수함들은 일본의 병참선을 끊기 위해 곧잘 한반도와 일본 근해로 출동했고 수많은 일본 함정과 상선들을 가라앉혔다. 공격 성공률은 매우 높았다.  

그 이유는 당시에 미 해군 잠수함들이 '엔드 어라운드(End around)'라는 별칭의 독특하고도 대담한 잠수함 공격 전술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미식축구에서 따온 용어로서 공격팀 최전방의 발빠른 엔드 플레이어가 일단 후방으로 물러나 쿼터백으로부터 공을 패스 받아 윙사이드로 추월해 들어가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전술을 잠수함 공격에 응용한 미 해군 잠수함들은 야간을 이용해 목표를 발견하면 일단 목표물의 시계(視界) 밖에서 적 함정과 평행한 침로를 취한다. 그리고 얼마 후 목표물을 추월해 앞쪽으로 빠르게 나아간 잠수함은 돌아서서 어뢰를 장전한 채,  공격 위치를 잡고 기다리는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 다가오는 적의 군함 또는 상선들은 손쉬운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미 해군 잠숫함들은 전방에서 여유있게 기다리면서 어뢰를 발사했다. 당연히 공격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성공이었다. 아울러 어뢰를 발사한 후, 속도가 빠른 적의 구축함에 노출됐을 때, 도주하는데도 매우 유리했다.  

이 전술이 가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시속 40km의 속도로 수중을 주파하는 신형 고속 잠수함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 속도는 당시의 재래식 잠수함으로선 대단히 빠른 속도이었다.  

이렇듯 잠수함의 세계에서도 공격과 방어를 위해 속도는 매우 중요했다. 이에 각국은 2차 대전 후에도 잠수함의 속도를 늘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가장 큰 문제는 마찰저항이라는 수중의 태생적 한계이었다.   

초공동 기술은 초음속 잠수함의 실현 가능성을 열고 있다.  ⓒ 연합뉴스
초공동 기술은 초음속 잠수함의 실현 가능성을 열고 있다. ⓒ 연합뉴스

마찰저항 줄이는 초공동 기술 

잠수함 설계자들은 보다 빠른 잠수함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가장 문제는 물의 마찰저항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이에 잠수함의 형체를 기존의 선박과는 다르게 바꾸는 방법이 채택됐다.  

수상함의 속도 저하는 바로 조파저항 때문에 발생한다. 반면에 물속을 다니는 잠수함은 마찰저항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잠수함 몸체의 형상을 물방울(Tear drop) 형상으로 만들면 물방울처럼 동그랗고 매끄러운 모양이 물의 마찰저항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원자력이 본격적으로 잠수함의 추진에너지로 쓰이면서 수중 속도 역시 배가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1980년대 미국이 개발한 씨울프(Sea wolf)급 공격원잠이 최근까지 가장 빠른 잠수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 공격 잠수함의 수중속도는 38노트(시속 약 70km)에 불과하다. 이는 수중 초음속과는 거리가 먼 속도일 뿐이다. 기존의 방법으론 물속의 마찰저항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것은 불가능해보였다.  

이런 점에서 초공동 기술은 매우 획기적이었다. 물은 공기에 비해 점성이 높고 저항이 크기 때문에 수중에서 속도를 높이려면 물의 마찰저항을 얼마나 줄이냐가 관건이 된다.  

초공동 기술은 물체 속에서 이동하는 물체에 기포를 덮으면 물속에서의 마찰 저항이 공기 중의 마찰 저항과 유사하게 되는 원리다. 그렇다면 이론상으로 초음속 비행기처럼 물속에서 잠수함의 초음속 이동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초공동 현상을 발생시키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사용된다. 우선, 잠수함 선단의 형상을 특수하게 설계해 이동시 기포를 만드는 방법과 또 하나는 선단에 직접 공기 또는 가스를 분사하는 장치를 탑재해 기포를 발생시키는 방법 등이 알려져 있다.  

이중 선단의 형상을 개조한 기술은 기포 발생을 위해서 시속 180km 정도의 빠른 속도가 선행돼야하기 때문에 어뢰에 사용된다. 바라쿠다 어뢰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21세기 들어 비약적으로 발전한 과학기술은 어뢰를 넘어 초음속 잠수함에도 초공동 기술의 적용을 꾀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바닷속에서 가상적국을 향해 소리 없이 움직이는 초음속 잠수함들의 물밑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4-09-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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